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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emoon Oct 05. 2021

등산 후 막걸리는 언제나 옳아!

남한산성 하이킹 후에 막걸리로 수분 보충

 어느 순간부터 산과 자연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땀을 흘린 뒤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성취감과 행복은 서로의 손을 붙들어 잡고 상승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백수 기간 4개월 차에 진입하며 삶과 직업에 대한 고뇌에 절어가며 숲 속으로 들어가 곰돌이처럼 겨울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무에 단풍이 들기 시작하며  좋은 날이고, 남한산성에서 하이킹 하고 광주시 로컬 막걸리를 마시고 왔다. 땀 흘린 뒤 마신 막걸리 첫 모금에 거짓말처럼 현실 걱정이 싹 사라다.


 남한산성 로터리 부근에 우연히 찾아들어간 손두부 집에서 테이블마다 올려져 있는 "남한산성 막걸리"는 나를 설레게 했다. 순수하게 운동 하러 온 마음 로컬 막걸리로 보상해주는 느낌이랄까. 안타깝게 테이블에 앉자 마자는 새로운 박스가 배달중이라 지평생막걸리로 먼저 갈증을 보낸 후 남한산성 막걸리를 잽싸게 주문했다.

사실 진짜 이름은 남한산성막걸리가 아니다?!

분류 : 탁주

용량, 도수 : 750mL, 6%

제조사 : 남한산성소주

원산지 : 경기도

원재료 : 정제수, 쌀(국내산), 입국(쌀, 국내산), 누룩(밀), 효모, 정제 효소, 아스파탐

가격대 : 2,000원

2009년 한국 전통주 품평회 최고상 금상 수상


  라벨을 확인해보니 남한산성막걸리의 원래 제품명은 우리쌀참살이생막걸리다.(국내 맥주와 전통주에서 리패키징 마케팅이 참 많은 것 같다. 몇십 년 후에는 코카콜라처럼 슬로건만으로 리브랜딩을 할 수 있는 브랜드가 생기길 바란다.) 경기도 광주지역의 유기농 쌀 100%로 만든 막걸리인데 출시 당시에는 국내산 쌀을 사용하는 제품은 거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2000년대 초반의 기사를 살펴보면 그 당시 전통주 마케팅은 원재료와 숙취 유발이 적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연한 아이보리 색과 거품은 많이 나지 않고, 우유 같은 부드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는 막걸리다. 쌀 곡물의 달콤한 향으로 시작하여, 요구르트향과 옅은 바나나와 베리 캐릭터의 과일향으로 마무리된다. 과일 맛에 감미료의 단맛이 전체적인 당도를 올려주었다. (감미료 특유의) 쓴맛이 옅은 편이며 탄산과 신맛이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 게 특징적이었다. 꿀과 과일 막걸리를 주력 상품으로 출시하고 있는 양조장인 만큼 향에서도 은은한 과일, 흡사 딸기 꼭지 같은 푸릇푸릇한 향이 느껴졌다. 시큼한 맛과 탄산감이 강한 막걸리를 좋아하지 않는 분에게 적극 추천한다.


© G-LIFE, 출처 경기도 전자책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3호 강석필 선생님의 아들인 무형문화재 제13호 강환구 명인님이 기능을 전수받았다. 남한산성소주는 이양주로 만드는 증류주로 고두밥 밑술에 조청을 함유한 덧술을 하는 특이한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 강환구 명인님이 계시는 남한산성소주 양조장은 곤지암에, 남한산성소주문화원은 남한산성 내에 있다고 한다. 남한산성소주 양조장에서 참살이막걸리와 꿀막걸리 이후 2021년 9월에는 심쿵달쿵 "딸바막걸리"를 출시했다. 동화책 속 핑크 아기돼지 색깔의 라벨에 과일 일러스트가 그려진 귀여운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효종갱 대신 능이버섯 두부전골(남한산성막걸리 칠링 중) + 수제 주먹손두부

 남한산성을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효종갱과 산성 손두부가 있다. 효종갱()은 야채, 전복, 버섯 등을 된장 푼 물에 푹 고아서 만든 조선시대의 고급 해장국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배달음식이자 야식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남한산성 근처에 효종갱을 재현하는 식당이 생겨났다고 한다. 들어가는 재료의 종류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결코 평민들이 먹던 풍토 음식은 아니다. 현재 효종갱을 먹을 수 있는 남한산성 내 식당에서도 한 그릇에 만 원이 훌쩍 넘는다고 한다. 각설하고, 남한산성에 갈 예정인 분들은 옛길 하이킹, 남한산성 막걸리, 산성손두부, 효종갱을 염두에 두고 다음 방문에 참고하길 바란다. :)


* [남한산성X효종갱] 대표적으로 아래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남한산성 1코스, 장수의 길을 걸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술 마시자!!

 남문로터리에서 출발했더니 생각보다 경사로가 없는 편이었다. 적당한 순간에 산성 벽을 따라다니니 등산객이 많이 없는 신기한 길들을 걸을 수 있었다. 남한산성은 등산객에게 굉장히 친절한 곳이며, 저강도 운동으로 가볍게 땀 흘리며 걷기 좋은 느낌이라 강아지를 데려온 분이나 노부부가 많았다. 게다가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많아서 평화롭게 산을 즐기기 좋은 완벽한 공간이었다. 아직 만리장성을 못 가봤지만 남한산성을 내려다보며 여기가 한국의 만리장성이라고 생각했다.

착한 눈을 가지고 유심히 살펴보면 드문드문 단풍이 보인다!

 성남시, 송파구, 광주시를 거치고 있는 남한산성은 위치에 따라 경기도와 서울을 모두 눈에 담을 수 있다. 약간 흐렸던 날이라 실치처럼 보이는 롯데월드타워 뷰가 사뭇 반갑다. 오후에 하이킹을 시작해서 일몰을 보는 사람들에게 롯데월드타워 근처의 야경을 볼 수 있는 이 장소가 인기 있다고 한다.

동선과 시간에 따라 5개의 코스가 있다. 각기 다른 어떤 매력이 숨겨져있을지 궁금하다.

 자연과 숲을 사랑하게 된 2021년의 가을을 남한산성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변하게 된 이유를 생각해보면 주변 환경의 파동을 받아 조금씩 움직였던 것 같다. 산을 좋아하고 꾸준히 운동을 하며 건강과 자기 관리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긍정적인 동기부여를 받았고, 나 역시 건강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3대 자산이라고 생각하기에 결이 맞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산의 마무리는 스테인리스 사발을 가득 채운 막걸리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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