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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emoon Sep 03. 2023

런던 발령 4개월 차의 생존기

2023년 8월의 런던

You are the wet fish(온실 속 화초)

아름다운 이야기는 잠시 묻어두고, 해외근무의 현실을 꺼내보고자 한다. 낭만적인 도시 런던에 정착한 지 어느덧 4개월이 되어간다. 그동안 애써 '해외에 간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는 말로 위안을 삼았다면 이제 주제 파악때가 되었다. 자존심을 버리고 객관적으로 현실에 직면했을 때 해결 방안이 보인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니 소통이 힘들고, 성과가 없으니 인정이 없다. 소수 정예 팀 안에서 유일한 동료와 비교를 하며 열등감을 느끼는 내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상처는 뒤로하고 문득, 조금 더 못하면 큰일 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권고사직이 흔한데, 퇴직금 없는 런던에서는 안전할 이유가 없지 않나?)


온실 속 화초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만히 있을 것인가? 팀장님과 1:1 팔로우업 미팅 이후, 자연스럽게 2차 면담을 진행했다. 현재 나의 직무인 Product Manager (프로젝트 리더, DAM 세팅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를 토대로 아래 3가지 사항에 대한 피드백을 주셨다.


1. Communication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명료한 의사소통이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상 완벽한 의사소통에는 한계가 있다. 상대방 역시 감수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에이전시에게 브리핑 이후 자유로운 피드백을 망설이는 내 모습이 답답할 뿐!)


처음에는 영어 실력 그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까운 동료의 피드백에서도 나의 지시가 명확하지 않을 때가 있다고 했다. 일례로 "Base on"을 사용해서 1줄로 설명할 수 있는 디렉션을, 30분 채팅을 통해 설명하며 본질적인 오류를 깨달았다.


원인은 나의 사고 체계가 영어에 한국어 언어 습관을 담으려고 한다. 문화적 차이를 간과하고 암묵적 의미를 담은 디렉션은 최악의 습관이었다. 가령 "A를 B로 바꾸는 게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바꿔줘)"로 타 부서에게 문의했다면, "A를 B로 바꾸고 싶은데, 가능하다면 바꿔줘."라고 했어야 했다. 자신감 있는 디렉션을 프로젝트 리딩의 필수이다.


<TIP>

- Concise 한 Overcommunication 하기

- 회사에서의 존중은 동료의 감정이 아닌 그의 시간을 줄여주는 것(맥킨지)


2. Ownership

한국어로 의역하면 '주인 의식'이고, 회사의 꼬리표가 붙으면 우리 MZ 세대에게는 그닥 반가운 의미는 아니다. 외국계 회사에서의 오너십은 '결과'의 다른 말이다. 또한 모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세팅하는 장치 마련까지 일부라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프로젝트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가이드가 있어야 한다.


나이브하게 '우리의 일'이라 생각했던 회사의 프로젝트를 결국 '나의 성과'로써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회사 혹은 프로젝트의 비전에 공감하고, 협력을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일들은 생각보다 없었다..결국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사람을 탓할 수 있지만, 책임은 나의 것이 된다.


따라서 내가 정의한 또 다른 오너십은 다른 팀원들을 동기부여하고 이끌어가는 모든 행위를 총괄한다.


3. Detail

진짜 고수는 디테일에서 드러난다. 가령 제품 팩 디자인 설명란이 'justified' 된다거나, 제품 분류법을 토대로 상세 설명을 조절할 수 있다. 디테일은 나의 강점이 아니다. 나의 강점은 문제 분석을 통한 구조화 및 빠른 실행이다. 비록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현명하다지만,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도구와 ai 툴이 넘쳐나는 상황에서는 핑계이다.


팀워크를 위해서 파일을 정확히 분류하고 태깅하여 저장하는 것부터, 타임라인 관리까지 단순히 실수가 없다는 것으로 설명될 수 없다. 결국 디테일하다는 것은 위의 커뮤니케이션과 오너십과도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있다.


"

Be the goldfish (금붕어 기억력처럼 리셋)

현재 회사의 업무는 벅차면서도 도전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성취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있다. 일을 하는 스킬 부분에서의 성숙함도 필요할 것이고, 어떻게 더 잘 표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간단하고 본질적인 문제지만 이를 직접 깨닫기까지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결국 주변 사람들의 조언과 피드백을 통해 내적 기둥을 잡을 수 있었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피드백을 연속으로 받았을 때는 우물을 파기도 했지만, 결국 나에게 필요한 건 '금붕어처럼' 얼른 잊고 다시 나아갈 힘이다. 9월에는 내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프로세스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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