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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령 Sep 07. 2020

미니멀리즘에서 배우는 습관을 지속하는 힘

책에서 얻은 영감으로 머릿속 정리하기

3-4년 전부터 꾸준히 관심은 있었지만 정작 내 삶에 적극적으로 적용하지 못했던 미니멀리스트의 삶.

제목에 확 꽂혀서 읽기 시작했는데 이북 기준 260페이지로 얇은 책이고 페이지마다 마음을 빼앗는 좋은 문구들이 많아 그 자리에서 완독 했다. 

개인적으로 읽었던 미니멀리즘과 관련된 책 중에 가장 포괄적이고 근원적인 문제를 다뤘다고 생각한다. 단지 물건을 줄이면서 오는 즐거움을 떠나 '삶의 방식'으로서 미니멀리즘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알려준다. 


나는 무언가를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실행력을 좋으나 지속력이 매우 약하다. 그래서 스스로 '이상적인' 루틴을 지속하다가도 하루를 망치면 다음 날 의지력이 뚝 떨어져서 다시 루틴으로 돌아가기가 힘들었다.

최근에 남자 친구와 거의 매일 밤 맥주를 한 두병씩 마셨다. 그러다 보니 이게 습관이 돼서 안 마시면 서운할 정도로 의존도가 생겼다. 그래서 둘 다 큰 맘먹고 금주를 하려고 노력하는데 처음 3일은 정말 힘들다. 

날이 좋으면 좋아서 맥주가 당기고 날이 흐리면 흐린 대로 맥주가 당긴다. 그래도 집에 술이 없다는 전제 하에 3일만 버티면 그다음은 괜찮게 넘어가는 듯하다. 금연할 때 담배가 피고 싶을 때마다 사탕을 먹는 것처럼 우리는 맥주를 마셨을 시간에 허브티나 탄산수, 콜라 등으로 대체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이면 잡동사니 정리를 중단하고 트위터에 들어가 스크롤이나 내리고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실망감을 느껴도 좋다. 하지만 그런 다음에는 다시 선택을 해야 한다. 수치심과 자기혐오를 선택할 수 있고, 실패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난관을 인식하고 자신을 수용하면 생각과 에너지를 다음 단계로 돌릴 수 있다. - 에리카 라인 지음, 책 <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


(나름 변명이지만) 술을 마셔야 하는 날, 이를 테면 친구가 방문하거나 가족들이 방문해서 안 마시기 애매한 상황이 생기면 그게 문제다. 하루 마시면 그다음 날도 은근슬쩍 마시게 되고 그러다 보면 연달아 밤마다 맥주를 까고 있는 나 자신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 

작년에 금주에 도전했을 때도 같은 상황이 생겨서 금주 다짐이 흐지부지 됐는데 이번에도 반복되는 상황에 '아, 나 정말 알코올 중독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자괴감도 생기고 심리적으로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런차에 위의 문구를 읽고 마음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내 의지력이 약하다는 걸 인정하고 작가가 중요시 하는 '왜'에 대한 생각을 차근차근 해봤다.

 내가 왜 맥주를 마시고 싶은지, 맥주를 마시면 안 되는 이유, 어떻게 이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고 직접 답을 찾았다. 그리고 술 마신 다음 날에는 일방적으로 나를 채찍질하는 대신 내가 찾은 문제점과 답을 되돌아보니 다시 금주를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또 다른 예로는 나는 물건을 소비할 때 가성비에 혹할 때가 많다. 가성비가 좋다고 하면 '굳이' 필요 없는 물건인데도 살 때가 많았고, 질적으로 좋은 것보다는 양적으로 풍족한 것을 선택할 때가 많았다.

이제는 질 좋은 비싼 걸 사서 오래 사용하는 의식적인 소비를 추구하나 오랜 기간 쌓아온 나의 소비 습관은 쉽게 바뀌질 않는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아무리 작고 저렴한 것이라도 물건을 소비할 때 돈뿐이 아니라 이 물건이 내 소유가 되었을 때 관리하며 내가 사용하는 정신적, 감정적인 비용을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나는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유통기간이 지나서 버리는 화장품이 꽤 많았다. 특히 한국에 살 때는 드럭스토어나 브랜드에서 세일을 할 때마다 사서 쟁여두는 것도 많았고, 유명한 제품들을 이것저것 샀었다. 한 번 사용해보고 결국 손이 가지 않아 6개월, 1년째 자리만 차지하는 화장품들을 버리는 게 매번 일이었다. 

화장품을 가지고 있으면서 '정리해야 하는 데...' 라며 볼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쌓이는 스트레스, 대대적으로 청소하는 데 사용되는 시간, 그리고 화장품을 구입하고 버리는 데 드는 실제 비용을 생각해본 뒤로는 작은 물건 하나도 집안에 들이는 데 고심하게 된다.

이렇게 직접 한 경험을 책에서 소개하는 미니멀리즘에 대입해보고 나니 확실히 갑자기 '당겨서' 사게 되는 물품이 많이 줄었다. 쉽게 하는 소비 대신 목적 있는 소비를 하는 데 한걸음 더 가까워진 것 같다.


책을 읽든, 새로운걸 배우든, 경험을 할 때 무엇을 받아들이냐는 결국 자신의 몫이다. 그래서 나는 미니멀리즘을 맹목적으로 추구하고 싶다기보다는 내 인생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선택적으로 골라서 내 삶에 적용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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