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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욱 Aug 23. 2023

당직실

꾸밈없는 꿈 

철커덕하는 소리와 문이 열린다. 빛보다 먼저 다가서는 퀴퀴한 냄새. 오른손의 엄지로 문 옆에 난 스위치를 눌렀다. 문 옆에 있는 욕실의 등이 들어왔다. 


젠장. 


그걸 다시 누르고 그 위에 것을 눌렀다. 방의 형광등 불이 들어왔다 형광등은 긴 것 두 개 있데 한 놈이 최근에 맛이 갔는지 얼마 있다가 깜빡거리기 시작한다. 


아이 짜증 나.


깜빡깜빡 수명이 다해서 깜빡이는 형광등이야 무슨 죄가 있으리오만은 그 아래 있는 나는 형광등의 주기적인 깜빡임이 나의 뇌에 특수한 동조지향의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아 기분이 멍해지는 느낌이다. 


딸깍


형광등을 꺼버리고 욕실의 백열등을 켰다. 


한결 낫군


가운을 입은 채 침대에 드러누웠다. 이층침대는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목재로 된 침대, 하나는 철재 침대. 1년 차인 나는 고년차가 눕는 목재침대에 감히 한번 드러누워보았다. 


아 편하다.


삐걱이는 소리가 나는, 얇은 매트리스의 철재 침대보다는 목재침대가 훨씬 안정감도 있고 포근한 느낌이다. 철재 침대에 누우면 내가 매트리스에 포개지는 느낌이었지만, 제법 널찍한 목재침대에 누워보니 침대에 내가 누워진 기분이 비로소 든다. 하지만 여기나 거기나 공통적으로 눅눅함은 어쩔 도리가 없다. 


맨 처음 이방에 들어와 눕던 날이 기억난다. 온갖 퀴퀴함, 담배 연기, 머리 냄새, 꽁초 냄새, 욕실 비누 냄새, 청소 안 된 변기 냄새, 버려진 양말 냄새에 젊은 남자들의 페로몬 냄새가 온통 짬뽕이 되어 무언가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주어 역한 기분이 들던 방. 처음으로 당당하게 이 방의 일원이 되어 이 침대에 누웠던 그때가 언제였던가? 


아마 그날도 새벽 2시 아니 4시였겠지? 너무나도 지쳐 몸을 휙 던졌지만 눕자마자 온몸이 스믈거리며 가려운 듯, 혹은 눌려지는 듯했던 그 이상한 느낌 덕택에 벌떡 일어났었다. 더러워진 매트, 베갯잇, 한쪽에 돌돌 말려진 이불, …  인턴 숙소에는 전담 청소 인력이라도 있었지만 여긴 아니네.   


그 모든 것을 도저히 잠을 자는 데 사용하는 도구로 보기가 어려웠다. 그건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경우에 따라서는 자는데 쓸 수도 있고, 앉을 때 사용할 수도, 또 무엇인가를 덮어 은닉하는데도 쓸 수도 있는 그런 천으로 된 무엇, 이라고 규정할 수밖에. 그 침구들은 오래된 사람 냄새가 났다. 싫었다. 


새로운 전공의도 들어온 기념으로 침대 시트도 갈고 청소를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며칠만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원상태로 돌아갔다.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으면 그곳도 엄연한 안식처가 된다. 일을 아주 열심히 한다는 반증이다. 지금은 아무 문제없다.


이제 남은 소망은 얼른 고년차가 되어 목재 침대로 옮겨가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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