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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욱 Mar 26. 2023

뇌는 어떻게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가?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세부 전문세포들이 있다.

           눈으로 들어오는 빛에 실린 외부 세계는 망막에 투영된다. 망막은 광학신호를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장치로 여기서부터 우리가 본 이미지는 해체된다. 다시 말하면 이미지가 아닌 전기 신호 뇌 속을 돌아다닌다. 전기신호는 정해진 단계를 차례차례 밟아 나가면서 특정 정보를 추출당한다. 이 과정은 망막~ 외측 무릎핵(LGB)~뇌피질(후두엽, 두정엽, 측두엽, 전두엽)로 이어지는 단계를 거친다.


눈에서 후두엽 1차 시각피질(V1)까지.


          먼저 망막과 외측 무릎핵(LGB)은 작은 점 형태의 빛에 가장 효과적으로 반응한다. 후두엽의 1차 시각피질(V1) 시각정보를 선, 모서리, 모퉁이로 조합한다. 이웃한 2차 시각피질(V2)과 3차 시각피질(V3)은 가상의 선과 경계에 반응한다. 4차 시각피질(V4)은 색깔, 5차 시각피질(V5)은 운동에 반응한다.


        하측두엽은 복잡한 형태, 시각 경관, 특정한 장소, 손, 몸, 얼굴에 반응한다. 아울러 이런 형태들의 색깔, 위치, 운동에도 반응하는 곳이다. 하측두엽은 뇌의 시각처리 체계의 최상위 중추이다.


        대상 이미지를 해석하는 데는 두 가지 측면이 중요하다. 하나는 어디에(where) 있는 무엇(what)인가? 위치에 관한 정보는 두정엽으로 가면서, 정체에 관한 정보는 측두엽으로 가면서 추출된다. 두정엽(頭頂葉)으로 가는 길을 dorsal pathway, 측두엽으로 가는 길을 ventral pathway 라 부른다.


머리 꼭대기로 가는 길과 둘레길처럼 두 가지 길로 나뉘어 처리되는 시각 정보.

        뇌를 산(山)이라고 보면 dorsal pathway는 정상으로 가는 능선을 타는 등산로이다. 라고 보니 두정(頭頂)이란 말이 머리 꼭대기란 뜻이다. 반면에 둘레길에 해당하는 것이 ventral pathway이다. 산 정상으로 가면 주변의 풍경이나 ‘위치’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다. 둘레길을 걸으면 산의 내밀한 모습과 ‘정체’를 알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해 보자. 뇌의 시각 인지도 비슷하다.


        후두엽에 있는 V1에서 처리된 정보는 V2, V3, V4, V5(숫자는 작용 순서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추출하고 피드백을 해준다. V3는 dorsal pathway이고, V4는 ventral pathway에 속한다. V5는 운동을 감지하지만 위치는 측두엽 쪽이다. 그러므로 각 영역이 어느 엽(lobe)에 속한다는 이미지의 속성이 제각각 분리되어 추출된다는 것, 정상으로 가면(두정엽) ‘위치’, 둘레길(측두엽)은 ‘정체’ 정보를 처리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이 정도까지 우리가 아는 것이고 뇌 피질에서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곳은 30개 정도에 이르지만 대부분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이렇게 해체된 정보는 언제 통합되는가? 우리가 ‘주의’를 기울일 때 통합되어 의식적 자각으로 떠오른다.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운전할 때 주변의 것들을 일일이 놓치지 않는다. 신호등에 붉은 불이 들어오면 멈추고, 장애물이 나오면 피한다. 하지만 이걸 기억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줄무늬의 네발 달린 짐승이 저 멀리서 내 쪽으로 달려오고 있다면 내 ‘주의를 끌’ 것이다. 그때 해체된 시각 이미지들이 재조합된다. 세상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얼룩말이라니? 내가 헛것을 봤겠지, 설마! 아니면 거리 풍경이 합성된 건가? 이 판단을 위해서는 전두엽이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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