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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욱 Aug 22. 2023

안아주세요

어떤 임종

가망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CPR(심폐소생술) 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보호자들은 다 모였는데 정작 환자의 주치의인 동기 녀석이 아직 도착하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CPR을 시작했다. 이미 의식은 없었지만 심장에 전기 쇼크도 때렸다. 100-200-360 주울 (Jule) 충격 강도는 몇 번이나 올렸지만 심장은 파르르 떨리다가 고단한 듯 이내 끝없는 휴식을 선택한 듯하다. 이제 그만해야 할 것 같은데…


이때 주치의가 달려온다. 그는 상황을 미리 전화로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충격을 받은듯한 모습이다. 환자복의 가슴 쪽이 열려 젖혀 있고 여자 보호자들은 우왕좌왕 어찌할 바를 모르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아들은 비교적 냉정하게 이성을 잘 지키고 있다. 나는 그에게 눈짓을 했다.  


'야 언제 끝낼 거야 임마? (CPR) 오래 했어!'


그는 애써 나를 외면하더니 침대 곁으로 왔다. CPR은 내게 맡겨두고 환자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그는 오른손을 환자의 이마에 얹더니 이내 양손으로 환자의 얼굴을 감싼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있다.


뭐 하냐?


길지 않은 명상을 끝내겠다는 듯 되려 그가 외쳤다.  


'어쭈 날더러 불필요한 CPR을 했다는 거네? 어럽쇼!'


그러면서 양손으로 환자의 멍든 가슴을 어루만져주더니 단추를 끼우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의 등 뒤 뒤에 환자의 식어가는 손을 잡고 울고 있는 딸들을 보고 말한다.


보호자분들… 한 분씩 환자분을 안아 드리세요. 이제 살아서 마지막으로 안아 드리는 기횝니다. 여러분이 태어났을 때 여러분들의 어머님이 처음으로 여러분을 만났던 방법으로 이제 여러분이 어머님을 한 번 꼬옥 안아드리세요. 사랑하는 자식들의 품에 안겨서 이제 편안한 곳으로 가시게 해 드리세요.

 

딸들은 그제야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지고 만다. 그리고 조심스래 다가와 환자분을 꼬옥 안아주었다. 한 사람식 한 사람씩,… 이제 조금씩 식어갈 어머니의 몸은 아직은 아이들의 따뜻한 품 속에서 온기를 유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들 차례가 되자 그 아들마저 참고 있던 슬픔을 목놓아 풀어낸다. '엄마!'라고 부르며 엉엉 울고 만다.  


그걸 지켜보고 있던 나까지도 콧날이 찡하다.  


'짜아식, 사람 슬프게 왜 이래! 의사는 울면 안 되는데 나도 자꾸 눈물이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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