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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욱 Aug 22. 2023

전공의들이 아침부터 조는 이유

진실은 그 어느 중간 정도일까? 

 A과장은 오늘 아침부터 화가 단단히 났다. 전공의들이 아침 초독 시간에 졸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녀석은 여러 번 눈치를 주었는데도 계속 심하게 졸아 아침부터 화를 냈다. 전공의들이 밤늦게까지 일하고 또 아침 발표를 위해 시간을 쪼개야 하는 것도 다 이해가 되지만 요즘 친구들은 너무 안일해 보인다. 자신이 전공의를 하던 10년 전을 비추어 보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때하고 지금 하고 분위기가 많이 다르긴 하다. 요즘 애들은 좀 나약한 면이 있으니까. 그리고 너무 화 내면 요즘 애들은 중도에 손을 놓고 포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특히 1년 차 B는 요즘 통 생기도 없고 웃음이 사라졌다. 지난번 회식 때도 술만 구역 꾸역 먹는 것이 좀 불안하다. 더구나 요즘 내가 무 다그치는 것은 아닌가?


어제의 일로도 그렇지만 며칠 전부터 내가 좀 스트레스를 받는다. 최근 들어 임상 과장 회의에 갈 때면 원장이라는 사람이 각과별 진료실적을 올려놓고 등수를 매겨 발표를 한다. 최근 우리 과에 환자가 좀 떨어졌기에 은근한 주의도 받았다. 


실적도 실적이지만  원장의 눈치가 수상하다. 내년에는 교수 한 명도 더 받아야 하는데 원장이 우리 과에 저기압이면 티오(교수 자리) 하나 얻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그렇다고 전공의들을 너무 갈구는 것은 좀 심하다. 내일 회식이나 같이 해야겠다. 


여기까지 마음을 정리하고 아침 회진을 나서려는데 전화벨이 울리다.


따르릉 

여보세요?

거기 C병원 D과 맞습니까?

그렇습니다만 

여기는..

어디시라고요? 끝내주는 비디오 대여점?  그런데요? 예? 연체? 7일주일이나? 연락처가 여기로 된 거 맞습니까? 그렇군요. 맞네요. 그런데 빌린 비디오가 뭐죠? 뭐, <애마부인> 시리즈 3편이라고요?????


에구 이것들이 비디오 빌려 본다고 아침에 졸았다 이거지. 이것들을 그냥, 내가 못 살아...  회식 취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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