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국보다 낮술 Jan 19. 2021

한 번은, 보고타 #2

보고타 #2

< 이상하게 노란 택시가 정이 안갔는데, 나를 한 구석까지 데리고 가더니 허름한 승합차를 가리켰다. 아, 더 불안해진다. 승합차라니...
하지만 몹시 피곤했고, 알아듣지 못하는 이야기로 호텔 브로셔 바인더를 넘기는 다른 선해 보이는 얼굴을 찾기도 불가능했다.
뻥카를 귀신같이 잡아내던 어릴 때 촉을 믿기로 했다.>

한 번은, 보고타 #2

슬라이딩으로 열리는 뒷 문을 열어주며 타라는 손짓을 했다.
그 사이에 어차피 말이 안 통한다는 걸 알아버렸다.
"이거...내 패를 너무 많이 보여줬는데..."
우노 도스 뜨레스 꽈트로 정도는 외웠는데 당최 그걸로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출입문에서 가깝게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트렁크를 먼저 안쪽 구석으로 밀어 넣고, 카메라 가방을 내 바로 옆에 두고 출입문 쪽에 앉았다.
실내등 따위는 켜지지 않았다.
아아,,, 불안한 마음이 70% 정도에서 80% 정도로 상승했다.
출입문을 닫기 전에 고개를 뒤로 돌려 얼른 3열 뒷자리를 확인했다.
혹시라도 먼저 기다리던 한 패 중 하나가 누워있다가 출발하자마자 칼이나 총을 목덜미에 들이댈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다행히 뒷자리에는 의심 갈만한 그 무엇도 없이 텅 비어있었다.
슬라이딩 문을 닫아주고 운전석에 올라탄 드라이버는 호텔 브로셔 바인더를 다시 한번 보여주며 이 호텔이 맞는지 확인을 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호텔 이름을 더듬더듬한 발음으로 다시 이야기하며 확인했다.
알았다. 최고다. 라는듯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고는 고개를 운전석 쪽으로 돌리더니 시동을 건다.
온통 깜깜해서 멀리 공항 불빛과 몇몇 시동을 건 택시들의 불빛만 보이는 그때, 갑자기 조수석 문이 활짝 열리더니 20대 초반 미모의 여자가 불쑥 차에 올라탔다.
순간 불안감이 90% 정도로 급상승했다.
‘미모로 안심시키고 덮쳐버릴지도 모른다. 분명 미인계야’
여자는 나는 안중에 없이 택시 운전사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고, 문을 닫자마자 후진하며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여자는 그제야 고개를 나에게 돌려 "반갑다. 어디에서 왔느냐"며 영어로 물었다.
- 사우스 코리아
- 영어를 할 줄 아냐?
- 아주아주 조금.
- 아까 공항에서부터 유심히 봤다. 목에 건 카메라도. 사실은 우리는 반정부군이다. 우리의 행동을 기록하고 전파해 줄 제3국의 인물을 기다려왔다. 예상하겠지만 너는 선택권이 없다.
.
.
.
이런 식으로 가면 다큐가 아니라 판타지라 비판받는 모 여행가와 결이 같아진다.
정신 바짝 차리자.

작가의 이전글 한번은, 보고타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