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취업했어요, 혹은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저 취업했습니다. 하고 명함을 내밀면 들려오는 반응은 한결같았다.
축하해 부럽다. 나도 취업하고 싶어
어쩌면 굉장히 이기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나는 취업했다! 라고 말할 때, 거리낌이 없었다. 국어 시간에 배웠던 '듣는이의 입장을 생각하기' 같은 걸 기억하고 있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취준생인 친구가 몇 없기 때문이었다.
수능을 그렇게 대판 망쳐놓고 '집 가까운 전문대에 가서 빨리 취업이나 해버리자' 라는 마인드로 전문대에 후딱 진학해 후딱 졸업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교수님의 추천이 들어왔다.
배경은 이러했다. 회사가 남자밖에 없다. 그러나 대표님이 매우 좋으신 분이다. 학교생활을 성실히 한 나와 다른 한 명을 추천했다. 고민은 짧았다.
뭐 일단 이력서 내고, 정 아니면 안가면 되지.
그렇게 면접을 봤는데, 일주일 뒤, 면접에서 단번에 합격 전화가 걸려왔다.
OO씨 한번 같이 일해볼래요?
거짓말 하지 않고 5초간 고민했다. 당시에 나는'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Yes'를 외쳤던 것 같다. 잠깐 회사에 들려 이런저런 이야기와 조언을 듣고 3주간의 유예가 주어졌다. 취업도 붙었고, 아무런 부담감이 없는 3주간의 자유시간이었다.
막상 자유가 주어지니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그랬던 것 같았다. 친구들을 만나며 취업 관련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어떻게 붙었는지, 어떤 심정이었는지,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직장에 붙었는지.
아무 생각 없이 봤던 단 한번의 면접 기회, 그리고 단번에 합격. 유예기간 까지. 일이 굉장히 술술 풀렸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변명을 하자면 나름 고비도 있었다. 경쟁률은 단 2:1이었는데, 나의 경쟁 상대가 같은 학교의 학생회 소속으로 굉장히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래, 그래서 더 신나게 얘기했던 것 같았다. 나도 나름 고비가 있었고 그걸 뚫어서 붙은거라고. 대다수의 친구들이 4년제에 진학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렇게 히히덕 거리며 3주의 시간이 지나 회사에 첫 출근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