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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Kim Mar 06. 2019

인도에서 택시기사 따라 델리 돌아다녀보기

뉴델리 릭샤 투어


"네가 가는 곳 좀 있으면 문 닫아. 내가 좋은 곳 데려다줄게"


꾸뜹 미나르에 가려 릭샤(=오토바이 택시) 탔더니

역시나 슬며시 영업 들어오신다 

날 뭘로 보고 이러시나 하면서 조용히 구글맵으로 확인하니 진짜 곧 닫는다 


내가 시간 확인한 걸 보고 눈치를 깠는지

더 신나게 영업 들어오신다 ㅋㅋ


여기서 아주 가깝다,
입장료도 안 든다,
넌 내 친구다 (언제 봤다고 ㅋㅋ)


말하는 모습에서 뭔가 절실함까지 느껴져

그냥 영업 당해주기로 마음을 놨다.

어디 갈 데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더니 릭샤는 구불구불 좁은 길목으로 간다.

뭐하는 짓이지, 하고 불안해질 때쯤

인도 사람이 꽤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코넛 플레이스 근처의

Ugrasen ki baoli라는 옛날 계단식 우물



막상 들어가니 입이 딱 벌어진다 ㅋㅋ

말이 계단식 우물이지 무슨 종교 건축물 같이

온갖 노동력을 때려박은 듯한 규모다



들어서자마자 감탄하는 나를 보며

릭샤 아재는 흐----뭇 ㅋㅋ

자기는 위에서 기다릴 테니 저 밑까지 가서

우물을 보고 오란다


어차피 우물은 다 마른 채 건물만 남은 거라

우물 자체는 볼 게 없었지만

이런 우물이 있다는 것 자체에 한 번,

그것도 뉴델리 시내 한복판에 있다는 것에서 또 한 번 놀랐다.


사진과 영상을 잔뜩 찍고 가니

한결 여유로워 보이는 릭샤 아재 ㅋㅋ

'내 말 듣길 잘했지?'라는 표정으로

바로 다른 곳으로 가잔다


혹시 투어가 다 끝나고 요금을 후려칠까 싶어

릭샤가 출발하기 전

가이드비를 2곳당 500루피(=8천원) 선에서 흥정하고

다음 장소로 ㄱㄱ


그렇게 2번째 도착한 곳이

Sri Bangla Sahib Gurdwara라는 시크교 사원이었다.

이 곳 역시 코넛 플레이스에서 아주 가까웠다



시크교는 이슬람과 힌두교를 섞은 종교로

못 먹는 음식 제한도 적고 맹목적 성향도 적어

서방 세계에서도 긍정적으로 보는 종교라고


혼자 갔으면 적당히 눈으로 훑어보고 끝났겠지만

지금 내 옆엔 돈 벌 생각에 열정 뿜뿜한 릭샤 아재 대동 중이다


신발, 양말을 벗어야 해서 여행자 대기실 같은 곳에 놔두고 기다리니

아저씨가 어디서 노란 두건을 가져왔다.

시크교도가 쓰는 두건이라고 내 머리에 매준다


머리 커서 이런 거 하면 흉해지지만

어차피 여기에 한국인은 한 명도 없을 거 같아

걍 마음 놓고 쓰고 다녔다 ㅋㅋ



사원 안에서 시크교 신자들이

노래 부르는 모습도 보고



인공 호수를 빙 둘러다니면서

릭샤 아재가 사진도 찍어주고



나란히 앉아 있으면

순서대로 쪼르르 따라주는 짜이도 마셨다


그런데 다 마시고 나니 갑자기 따라오라면서

여기 주방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들어가신다


여기서 짜이를 만든다고 알려주고

눈으로 봐도 알 만한 내용들을 정성껏 말해주신다 

누가 보면 여기 직원인 줄 ㅋㅋ



거기서 차 만들고 있는 아주머니들도

낯선 방문객에  별 신경 안 쓰는 걸 보니 문제는 없어 보였지만

너무 당당하게 들어가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시크교 사원 투어를 마치니

또 근처 전통시장 있다고 가잔다

아주 뽕을 뽑기로 작정하셨다 ㅋㅋ


다음 곳도 관심은 있었지만

너무 피곤했던 터라

>>>>투어는 이대로 종료<<<<


통수 치지 않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준 것에 감사하며

기꺼운 마음으로 500루피를 드렸다.

그래도 뭔가 아쉬운지 내일도 관심 있으면 연락하라고

굳이 페북 아이디까지 공유해주신다 ㅋㅋ


다음 날 지메일을 열어보니

그 릭샤 아재가 메일을 보내왔다.

'어제 고마웠다, 넌 좋은 사람이야' 대충 요런 멘트들


뭘 간지럽게 이런 걸 보내, 생각하면서

메일을 사뿐히 지웠다


또 볼 일은 없겠지만

앞으로도 그 영업력 십분 발휘해 돈 많이 벌고

잘 먹고 잘 사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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