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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Kim Dec 04. 2019

이란의 20대는 왜 기름값 ‘50원 인상’에 폭발했을까

1년 전 이란여행을 하며 본 '이란의 20대'

"이 곳은 새장이야"


이란의 우버 '스냅'을 타고 가는데 대뜸 젊은 운전기사가 말했다


그 전까진 힙합이며 일렉트로닉이며 운전기사가 자기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어놔


서로 대화 한 마디 없었다 (좀 빡친 상태였다).


신호 때문에 멈춰서자 음악 소리를 줄이고는 말한 게 "이 곳은 새장(cage)"이란 말이었다.


이란 수도 테헤란의 역 앞


한 번 운을 떼니 얼씨구, 하고 싶은 말이 계속 생각났나보다.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이 남자는 여기엔 일자리가 하나도 없다느니,


사는 게 너무 답답하다느니, 그저 외국으로 나가고 싶다느니 짧은 영어로 한탄을 늘어놓았다.


그렇게 속에 있던 걸 토해낸 뒤 후련했는지 택시비는 됐다며 그냥 내려줬다.


돈 굳었다는 생각과 함께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내 또래로 보이는 사람이 외국인, 그것도 저 멀리서 온 동양인에게 자기 하소연을 한다는 게.


건축물에 지도자 초상화를 왕따시만하게 걸어놓는 나라는 뭐다?


몰래 파티와 유흥 즐기는 이란 20대들

우리 눈엔 이란이 그저 꼴통 이슬람국가들 중 하나로 보이겠지만 이란은 여타 이슬람국가와는 조금 다르다. 


국가는 이슬람을 핑계로 사람들을 통제하려 하지만, 젊은 사람일수록 이런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몰래 서구식 파티를 열며 유흥을 즐기기도 하고, 히잡도 종교적 의미보다는 패션 아이템처럼 활용한다.


말하자면 정부는 근본주의인데 국민은 세속주의다.



당연하다. 이란은 1979년 이전만 해도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서양 국가들과 친했고 서양 문화를 즐겼다.


지금은 여행 온 외국인 여자에게도 히잡을 강제하지만, 그 당시는 하이힐과 치마가 허용됐고


여자가 대학에도 많이 갔다.


1979년의 이슬람 혁명 때문에 이 모든 게 180도 바뀌었을 뿐이다.


40년이 지났다고한들 자유로웠던 그 시절까지 지울 수 없는 건, 뭐 말 안 해도 알 거다.


1979년 전엔 이랬다고 한다


트럼프 때문에 금 가는 이란 철권통치

그렇게 나라가 국민들을 억압할 때 자연스럽게 딸려오는 게 '당근'이다.


여느 중동 독재국가가 그렇듯 이란도 철권통치로 겁을 주고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돈을 뿌리며 국민들 불만을 달랬다.


이렇듯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가며


알리 하메네이는 2대 종교지도자이자 최고지도자로서 30년째 집권 중이다.


오래도 해처먹고 있다


그러다가 나라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한 게 트럼프가 등장하면서다.


미국이 핵 때문에 이란을 제재하다가 오바마 때 풀어줬는데


트럼프가 그걸 다시 조여버렸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국제거래가 막히고 (=비자카드나 마스터카드 못 쓴다)

이란 화폐가 똥망 되고 (=달러 가져가면 평소 받는 돈의 4배를 받는다)

물가가 30%씩 뛰고 (=숙소 가격 1년 전 거 알아보고 가면 낭패 본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삶이 나가리 됐다.


그런 가운데 이란 정부가 기름값을 50%(50원) 올린 거다.


정부가 기름값을 올리자 사람들은 주유소를 불태웠다


새장 속 사람들 죽이기

기름값 인상에 분노해 반정부 시위를 하다가 이란 국민이 200명 이상 죽었다.


시위대로 나간 사람들 대부분 일이 없거나 근근이 먹고 사는 젊은 사람이었다.


죽은 사람들도 대부분 젊은 사람이었다.


리터당 1500원은 그냥 넘는 우리로선 리터당 150원도 감지덕지일 것이다.


하지만 리터당 150원으로 살 수 있는 건 한 달에 60리터뿐이다. 그 이후부터는 300원을 줘야 한다.


일 없어서 낡은 차를 끌며 택시비라도 버는 게 지금 이란 20대의 상황이다.


얘네한텐 기름이 100원에서 300원으로 오른 셈이다.


그렇게 번 돈마저 30% 넘게 오르는 물가 때문에 다 까먹는 상황이다.


무려 중동의 패권국이라는 '이란'에서 팔팔한 20대가 먹고 살기 힘들어 주유소에 불을 지르며 화를 내고 있다.


미국의 제재가 다시 시작되자 물가상승률은 30%를 넘었다


그럼에도 이란 윗놈들은 잘 살 것이다

아마 시위가 계속 번져도 즉각 진압될 것이다.


중동의 봄 때처럼 혁명이 일어나거나 현재 홍콩시위처럼 오래 지속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기엔 이란 정부가 너무 세다. 이란은 사우디와 중동을 갈라먹는 패권국이다.


정치안정을 위해 쓸 수 있는 수단은 다 쓸 거다.


그저 젊은 사람들이 몇십 몇백 더 죽어나가다 끝날 것이다.


그리고 상황이 종료되면 젊은 사람들은 더욱 체념할 것이다.



1년 전 여행을 하며 본 이란은 활기 넘치면서 여유로운 곳이었다.


낮에는 일하는 사람들로 분주했고


밤에는 물 마른 시오세 다리 밑에서 누군가 기타를 치며 흥얼거렸다.


외국인에게는 호의적이었고 표정도 너그러웠다.


경제난 온 곳 맞나 싶을 정도로 겉보기에는 멀쩡했다.


도심에 있는 시오세 다리. 데이트 코스라서 연인이 불필요하게 많았다


상황이 끝난 뒤 이란에 다시 간다 해도 풍경은 비슷할 것이다.


그럼에도 느낌은 많이 다를 것 같다.

그 곳에서 젊은 사람 수백이 죽은 지금, 사람들의 표정은 한껏 죽어있을 것 같다.


이란도 지옥철은 못 피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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