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켁 루프 오토바이 여행] 시작
여행 기간: 2019.10.14~10.21
라오스로 오토바이 여행을 간 이유는 딱히 없었다.
빠니 보틀의 오토바이 여행 영상을 보다가 타켁 루프라는 걸 알게 됐고
2박 3일로 적당히 오토바이 여행하기 좋은 곳이라기에 끌렸고
마침 안 가본 나라라 한 번 가볼까 하는 마음가짐으로 비행기표를 끊었다.
타켁 루프는 '타켁'이란 시골 마을에서 시작해
원으로 쭉 다른 시골 마을을 돈 후 타켁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꽃청춘 덕에 라오스 하면 죄다 방비엥, 루앙프라방을 떠올리겠지만
서양인에겐 꽤 알려진 오토바이 코스.. 라는 게 대충 구글님의 설명이다.
해외여행 중엔 한국인을 최대한 안 보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선
여러모로 알맞은 여행지다.
비행기를 타고 비엔티안에 도착하니
하늘이 동남아스럽지 않게 깨끗했다.
인구밀도로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동남아에서
라오스만 유독 인구가 적어서인 듯 하다.
수도인 비엔티안이 100만 안 된다니 말 다 했다.
역시 사람은 적을수록 지구에게 이득이다.
비엔티안은 소문대로 정말 볼 게 없었다.
쓴 돈과 시간이 있으니
억지로 돌아다녀보자는 마음으로 자전거를 빌렸지만 별 수 없다.
보나마나 찍으나마나 한 풍경을 훑고 나니 별 감흥 없이 피로만 쌓였다.
이런 데는 그냥 재빨리 뜨는 게 상책이다.
다음 날, 비엔티안 남부 터미널에서
타켁 가는 낮 버스를 탔다.
6시간은 걸리는 곳이라 도착하니 이미 어두워졌다.
터미널에서 대기 타는 툭툭 기사는 비싸게 부를 것이 뻔하니
밖으로 좀 걸어 나가본다.
역시나 적당한 가격을 부르는 툭툭 기사가 나타난다.
어둑한 밤인데다가 시내에서 떨어진 곳이라
주변은 온통 조용하고 툭툭 엔진이 터덜터덜 거리는 소리만 들린다.
선선한 바람을 쐬며 풍경 지나가는 걸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순간도 여행 중엔 선명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그럴 때 느끼는 순간순간의 쾌감 때문에 여행 가는 것 같기도.
숙소에 도착하니 정말 시골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숙소 주변은 넘칠 만큼의 나무와 풀이 있고
소음은 희박하고 방 크기는 과분할 정도로 널찍하다.
일상과 정말 멀리 떨어진 곳에 왔구나 실감했다.
지금부터 진짜 여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기분이 헤실헤실 풀어진 채 잠들었다.
여행 셋째 날, 본격적인 오토바이 여행을 하기 위해
오토바이 빌릴 곳을 찾는다.
숙소 주변에 한 곳이 있긴 한데 반납할 것 생각하면
숙소 근처에서 빌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가격도 검색한 것과 그렇게 차이 나지 않는다.
더 고민할 것 없이 계약서를 쓰고 헬멧을 골라 잡는다.
그런데 오토바이 조작하는 걸 보니 오토가 아니다.
물어보니 오토는 1일에 만 천원이란다.
이런 썩을..
수동은 써본 적이 없어 오토를 깎아달라 하니 영 접어주질 않는다.
1일에 3천원 차이, 3일에 9천원 차이인데도 그게 그렇게 아깝다.
유튜브와 구글로 수동 오토바이 조작법을 알아보니
생각보단 그리 복잡해 보이지 않는다.
서로 통하지 않는 말로 오토바이 아저씨한테 어찌어찌 조작법을 익힌 후
9천원 아끼려 수동 오토바이를 빌렸다.
나중에 그렇게 개고생할 거 알았으면 그런 나사 빠진 짓은 안 했을 텐데..
내일의 나에게 미안할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