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켁 루프 오토바이 여행] 바보짓
여행 기간: 2019.10.14~10.21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처음 타는 수동 오토바이였지만 속도에 따라 기어 변속만 적당히 해주면 됐다.
금세 익숙해져 바짝 긴장하던 것도 이내 풀어졌다.
라오스 시골인 만큼 어디나 사람은 희박하고 자연은 거대했다.
간간히 보이는 동물들만 내 인기척에 반응해줬다.
생명체의 반응에 신이 난 나머지 더 관심을 끌고 싶어
두 손을 높이 뻗쳐들거나 으르렁 소리를 내며 위협했다.
잔뜩 쫄은 소 눈망울과 놀라서 푸드덕 날아가는 거위를 보며 뭔가 정복감이 느껴졌다.
지나가는 사람이 보면 쟨 무슨 정신 나간 새끼인가 싶었을 거다.
역시 사람은 외로우면 별 짓을 다 한다.
오토바이로 2시간 정도를 달리다 보니 지루해져
신나는 음악(★갓와이스★)을 틀고 꽥꽥 따라 부르며 갔다.
텐션이 높아질수록 속도감은 무뎌졌다.
그러다 일이 터졌다.
내리막 커브길에서 속도를 충분히 줄이지 못해 오토바이가 옆으로 넘어졌다.
답답해서 헬맷을 벗고 탔던지라 관자놀이 쪽이 시원하게 찢겨나갔다.
손날과 종아리도 벗겨지듯 패였다.
피가 뚝뚝 떨어졌지만 큰일났다는 위기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넘어지며 어딘가로 날아간 블루투스 이어폰을 찾는 게 더 급했다.
병원이 있을 만한 마을은 1시간 거리에 있었다.
휴지로 지혈을 하고 부러진 사이드미러를 가방에 넣은 채
락싸오(Lak Sao)로 1시간을 더 달렸다.
1층짜리 병원에 들어가니 간호사는 얘는 뭔가 싶은 눈으로 바라봤다.
사정을 설명하니 안쪽 침대로 나를 눕히고
의사 1명과 간호사 2명이 상처를 소독하기 시작했다.
병원 천장을 보며 아픈 걸 참는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초등학생 시절, 머리 꼬맸을 때의 고통이 아직도 생생해 좀 겁났지만
의외로 상처 꼬매는 건 별 느낌이 없었다.
병원비는 약값을 포함해 2만원이 조금 넘었다.
보험 안 되는 것치고 싼 편이라 안도했다.
근데 여기 사람들은 다친 걸 봐도 아무도 심각해하지 않았다
병원 사람들이야 그렇다 쳐도
식당 아주머니도 오토바이 수리점 형님들도 모두 웃기만 했다
'또 누가 오토바이 여행하며 바보짓 했네'라고 생각한 걸까;;
예상치 못한 사고에 일정이 조금 꼬였지만
사고난 것 치고는 그렇게 상황이 나쁘게 느껴지진 않았다.
아마 주변 사람들이 호들갑 떨었으면 더 쫄았을 텐데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듯한 반응에
나도 크게 내색하지 않고 오토바이 여행을 이어갔다.
역시 뭐든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
이제 오토바이 여행은 하루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