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꿈을 꾼다.
나는 당신에게 한없이 모질고, 매몰지고, 냉정할 수 있다.
당신은 내게 매달리면서 한없이 사랑을 갈구한다.
지치지도 않고 나를 뜨겁게도 사랑한다.
나는 아랑곳 않고 당신에게 차가운 말을 내뱉는다.
당신만이 나를 보고 있다.
나는 당신을 쳐다도 보지 않은 채로 손쉽게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당신은 내게 먼저 사과한다.
나는 비웃기라도 하듯 더 쉽게 돌아서버린다.
숨 쉬듯 편안하게 이별을 말한다.
헤어지자.
너무 편하게 한 마디만을 하고 돌아선다.
어쩔 줄 몰라서 세상을 잃은 듯이 우는 당신을, 가볍게 외면하는 꿈을 꾼다.
당신은 멀찍이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 한 채 그 자리에 굳어 있다.
속절없이 멀어져 가는 나의 잔인한 뒷모습을 오래 보고만 서 있다.
내가 무리없이 일상으로 돌아오는 동안, 당신은 길게도 헤매고 울고 아무것도 씹거나 삼키지 못하고 잠을 자지도 침대에서 벗어나지도 못 한다.
손가락이 외워버린 내 전화번호를 누르고 내 목소리 대신 흘러나오는 단조로운 기계음에 무너져 내린다.
일도, 생활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저 나만을 기다리고 있느라. 구원처럼 내가 다가서서 언제든지 관계를 회복시켜주길 바라느라.
그러는 동안 당신은 며칠만에 반쪽이 된 얼굴로 나를 찾는다. 나를 그리워한다.
단 한 장도 지우지 못 한 휴대전화 속 내 사진을 들여다보느라 눈동자엔 눈물이 마를 새가 없다.
나는 너무나 간단히 당신의 모든 정보를 삭제해 버렸는데.
나는 너무나 짧은 시간만에 당신을 잊고 훨훨 날아가 버리는데.
나는 너무 쉽게 다른 남자에게 또 나의 마음을 허락할 수 있는데.
.
.
.
당신을 사랑하는 나.
그 사실이 종종 분해서 나는 꿈에서나마 당신에게 잔인해진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꿈을 꾼다.
꿈에서 깨어나면 시리게 허무해진다.
지독한 애증이다.
참 끝없는 불구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