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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다 Jan 01. 2018

설렘으로 두근두근, 첫 도시 '런던'

#퇴사 기념 한 달 유럽여행 - 1. 영국의 런던

말도 안 돼, 내가 영국에 있다니!

꿈만 같았다.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홍콩에서 출발하여 인천을 지나 런던까지, 18시간의 비행시간과 8시간의 경유시간을 지나 드디어 유럽에 첫 발자국을 남겼다. 몸이 좋지 않았던 나를 위해 배려가 넘쳤던 아시아나 항공, 힘들었지만 친절함에 행복했던 비행기에서 내려 나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 속에서 묵묵히 걸어갔다. 악명 높은 영국 입국심사장이 눈앞에 보이자 심장은 두근두근 방망이질 쳐댔다.


영어라고는 콩글리쉬 밖에 할 줄 모르는 나에게 영국의 입국심사는 긴장으로 나를 굳어지게 만들었다. 30분이 지나 드디어 덜덜 떨리는 마음으로 나는 입국심사대 앞에 섰고, 매서운 심사관의 눈이 나를 노려보는 것만 같았다. 억지웃음을 지으며 입국심사표를 주섬주섬 내밀자 그가 한번 쳐다보고는 픽- 하며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어서 와! 영국에 처음 왔어?"


까만 얼굴에 하얗게 빛나는 이를 가진 심사관은 나에게 너무나 밝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안녕.. 응 처음이야"

"영국은 아름다운 나라야 근데 런던은 추워, 알고 있어?"

"정말? 그렇구나"

"응 엄청 추워. 며칠 동안 머무니? 여행 왔어?"

"5일, 여행 왔어"

"다음 나라는 어디야?"

"스페인이야"

"오! 스페인 좋은 나라야! 알았어 영국에 온 걸 환영해"


걱정과 달리 입국심사는 너무 싱겁게 끝나버렸다. 너무나 빠른 영어에 '파든 미'라는 말을 두세 번을 반복했어도 그는 참으로 친절했다. 내가 순간 알아듣지 못하고 '뭐라고?'라고 다시 물어도 그는 천천히 다시 말했다. 100미터 달리기라도 한 듯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출국장 밖으로 나가면서 이쪽이 맞나 두리번거리자 공항직원은 출구와 언더그라운드 가는 방향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공항에서부터 느껴지는 그들의 친절과 환대에 나는 점점 영국이라는 나라에 빠져들고 있었다.




내셔널 갤러리로 가는 길, 마술사가 관객들에게 자신 있게 소리쳤다.



내가 하는 건 거짓말이 아냐, 진짜야!


작은 키의 카리스마를 가진 마술사는 광장 한가운데에 서서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았고, 그는 그것을 당연히 여겼다. 관중 하나하나와 눈을 마주치다, 나와 눈이 마주쳤고 난 쭈뼛거리며 슬쩍 고개를 피했다. 그러자 그가 커다랗게 웃으며 나는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며 소리쳤다. 난 순간 멋쩍어 그저 하하하고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익숙한 언어와 익숙한 풍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 도착했을 때, 주변에서 들리는 많은 말들 중에 내가 아는 단어가 극히 적고 그들과의 대화가 원활하지 않을 때는 사람은 당연히 주눅이 들고 어느새 그들에게 쭈뼛거리며 벽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단 한번, 정말 단 한 번만 간단한 단어라도 인사를 건네며 웃어주기만 한다면 그들은 내가 어떤 단어를 쓰던, 부족한 말로 더듬거리며 말을 걸어도 묵묵히 들어주고 정성껏 대답해 준다.



 

내셔널 갤러리 앞 트래팔가 광장에는 수많은 관광객과 영국인들이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대로 오후의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었다. 트래팔가 광장에 있는 사자상 위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과 그들을 제지하는 경찰과 벌이는 숨바꼭질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날씨가 추워도 멍때리기 좋았던 트라볼가 광장
내셔널갤러리 


이번 여행의 콘셉트가 맛과 미술이었으니, 첫 도시 영국에서부터 난 충실히 그 콘셉트를 이행했다. 내셔널 갤러리는 무료입장에 비해 시설이나 미술품 등이 너무나 잘 갖춰져 있어 하루만 가지고 보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다음에 간다면 이틀은 연속해서 느긋하게 보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간절해졌다. 




햇빛이 숨박꼭질하듯 이리 저리 숨어다니며 매서운 바람을 쏟아내던 영국의 날씨는 4월임에도 춥고 스산했다.

따스한 옷을 챙겨가라던 엄마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맴 도는듯, 왜 따스한 옷들을 챙겨오지 않았는지 후회를 했지만 이미 나에게 있는 옷은 그나마 두꺼운 가죽자켓 한벌과 그 안에 껴입을 수 있는 얇디 얇은 티셔츠들이 전부였다. 가지고 있는 머풀러와 티셔츠들을 총동원에 몸을 꽁꽁 싸매고도 발가락이 시려워 같이 간 언니와 발을 동동거리며 돌아다녔어도 내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여유로운 사람들의 사진을 찍으려 카메라를 들어도 그들은 어느 누구도 인상 찌푸리지 않고 

오히려 길을 가면서도 브이자를 그리며 웃으며 인사를 건내는 이들도 있었다. 


다리를 건너며 마주친 이들이 하나같이 웃으며 반겨주는 나라.

여유로움이 자연스럽게 베어나오는 영국은 유럽여행 첫 설레임을 간직하게 해준 고마운 도시였다. 



들어가는 순간 달콤한 향기로 흠뻑 취하는 m&m 





첫 도시의 설레임, 서늘한 공기마저 좋았던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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