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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여름 Sep 27. 2018

[한국어교육대학원] 1학기 차

"나만 바보 인것 같죠?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고 얼떨떨한 상태. 맞죠?"

2016년 봄, 신입생을 환영하는 자리에서 과 대표가 나에게 건넨 말이었다.



개강 첫 날, 나는 강의실을 잘못 찾아 국어교육과 수업에 30분이나 앉아있었다.

여기가 내 수업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채고 화끈거리는 얼굴로 짐을 쌌다.

회사 눈치보느라 신입생 OT도 그냥 지나쳤던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처럼 느껴졌다.


"다 그런 거에요. 처음에 저도 그랬거든요."


대학생때와는 정말 달랐다. 직장인들이 모인 곳이라 그런지 선배들이 챙겨주는 분위기도 아니고.

OT를 안와서 더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날따라 당황의 연속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 더군다나 내 나이 또래는 찾아볼 수 없는.

신입생 환영회 한다고 무슨 치킨집으로 오라는데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만만치 않은 회사를 6시에 칼퇴하고 회사를 나설 때는 어찌나 신경쓰이던지.

저녁도 못먹은 초보 운전자였던 나는 손을 덜덜 떨며 고속도로를 달려 수업에 늦게 도착하곤 하였다.


그러나 이 모든것을 뒤로 할정도로 수업은 정말 재밌었다.

첫 학기에는 제2외국어 습득론과 한국어쓰기교육 2과목을 수강하였다.

내가 모르는 세계를 알아가는 즐거움, 동시에 이것들을 나만 모르는 것같은 느낌을 받으며 더 열심히 공부하였다. 혹시나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될 까하여 내가 들었던 과목에 대해서 짧게 적어보겠다.


제2외국어 습득론은 교육이론의 변천에 따른 외국어 학습의 흐름, 주요 이론과 가설에 대해 탐구하는 과목이었다. 학부가 외국어나 교육 관련된 전공이 아닌 사람들, 한국어 교원양성과정이나 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문화충격일 테다(내가 바로 그랬다). 일단 단어 자체가 매우 생소했다. 행동주의, 스키너의 쥐 실험, 감정적 여과장치 등등..  처음에는 정말 이 반에서 나만 교수님의 수업을 이해조차 못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이 느낌도 시간이 갈수록 사그라졌다. (혹시 여러분 중에서 처음의 나처럼 느낀 분들이 있다면 걱정 마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한국어쓰기교육론은 딱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이 듣기 좋은 수업이었다. 한국어쓰기의 이론을 훝고, 그 이후 쓰기 교육부터 쓰기 평가 등등 흐름을 짚어주어 상당히 유익했다. 이때 썼던 레포트, 이때 배운 것들이 기반이 되어 '한국어 쓰기'를 주제로 논문을 쓸 수 있었다.



처음에는 바보처럼 느껴지던 내 자신도 1학기가 끝나갈 무렵에는 멍청이는 면하는 정도로 성장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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