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 보고 온 것은 여백이었다. 한 나라에서 모두 볼 수 있을까 싶은 지대와 지대 사이 여백. 울란바토르를 떠나 게르를 만나려면 차를 타고 반나절 이동해야 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 여백. 시계가 아니라 해를 따라 생활하는 도시 외곽 사람들의 시간과 시간 사이 여백.
이곳의 여백은 결핍을 부르고 결핍은 불편을 부른다. 인간의 다채로운 욕구는 웃음거리가 된다. 자연의 불문율에 대항할 수 없다. 재밌는 것은 여백에 던져지고 나서야 아껴야 할 것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는 점이다. 한국으로 돌아오며 가져오고픈 것은 여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