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 내가 바라보는 믹스매치
알고 계시는가요? 컨버스가 농구화라는 것. 청바지는 리바이 스트라우스라는 사람이 만들었다는 걸. 이어서 광부를 필두로 육체노동자를 위해 만들었다는 걸. 셔츠 깃에 달린 자그마한 단추가 버튼 다운이라고 불린다는 것. 그것은 브룩스 브라더스라는 브랜드가 처음 발명했으며, 폴로 선수가 경기 중에 깃이 휘적여서 방해되는 것을 해결하고자 고안했다는 걸. 재킷 뒷부분에 양쪽으로 나 있는 뒤트임은 영국식 재킷의 특징이며 말을 탈 때를 위해 고안했다는 걸. 짧게 말해, 여느 물건처럼 옷도 복합적인 문화와 얽혀 태어났다는 것을 말이죠.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과 록을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의 옷차림은 높은 확률로 다릅니다. 옷은 음악과도 연관 있다는 방증이지요. 저는 무엇보다 포크를 좋아합니다. 통기타는 여섯 개의 줄로 이루어진 현악기입니다. 나일론 줄로 이루어진 클래식 기타도 있지만 대중음악과 가까운 것은 쇠줄이지요. 몸판은 나무입니다. 쇠는 거칠고 차가운 느낌을, 나무는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상반되지요. 하지만 함께 어울려 소리를 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분법적인 시선을 곧잘 볼 수 있습니다.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선과 악, 기쁨과 슬픔, 자연과 인간. 사실 세상에는 상반되는 것이 어우러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착취하는 대국과 전쟁함으로써 수많은 소국과 평화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뭇매를 맞을 수도 있지만, 이별하는 방식으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놀란 감독의 영화 다크 나이트에 나오는 조커와 배트맨을 살펴보면 절대 악과 절대 선은 구분 짓기 어렵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울면서 웃을 수도 있습니다. 서양은 자연을 정복하고 지배해야 할 대상으로 보았지만, 동양은 상생 관계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우리가 대척점에 있다고 여겼던 것은 관점에 따라 뒤바뀌지요.
'세상에는 완벽하게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없습니다'. 쇠줄을 단 통기타는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모진 풍파를 겪고서 달콤 쌉싸름한 맛을 아는 사람 같지요. 제 몸에 맞는 옷을 입는 것처럼, 포크 가수는 기타의 물성을 따르는 노래를 곧잘 부르는 것 같습니다. 멜로디의 변화나 곡의 전반적 서사를 포함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느껴볼 수 있지요. 글로 당장 느껴볼 수 있을 가사를 살펴볼까요? 제 시절을 지나오며 빚진 앨범을 만든 포크 가수가 꽤 있습니다. 몇 노래를 옮겨봅니다.
강태구
니가 나를 응시하던 몇 초의 순간만이 평생처럼 평생처럼 남았네, 「그랑블루」
너는 나의 전부는 아니지만 네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어
너는 내 삶의 이유는 아니지만 네가 없는 삶은 있을 수 없어, 「둘」
권나무
도저히 이해가 안 될 때에는 널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말해요
말없이 떠나고 싶은 날에도 널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말해요, 「거짓말은 없어요」
그대는 너무 솔직해서 비밀이 많군요, 「솔직한 사람」
이랑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들을 사랑한다고 말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연애하기 위해 만났었으니까 아마 친구로는 지낼 수가 없을거야
만약 그렇게 해보자고 니가 말한대도 얼굴을 보면 막상 또 손을 잡고 싶어질거야, 「이상한 일」
천용성
사람들은 먹지 못할 물건을 양손에 가득 희망처럼 들고서 불안한 표정을 감췄지, 「김일성이 죽던 해」
이 노래들은 순간과 평생, 솔직함과 비밀, 사랑과 미움, 희망과 불안을 멀찍이 두지 않고 옆자리에 놓을 줄 압니다. 손잡고 춤추게 합니다. 이 노래들이 바라보는 세계는 단면을 넘어서 입체적입니다. 이곳에서는 더욱 다양한 표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해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확장된 세계지요. 말이 길었지만, 그래서 저는 한국 포크가 좋습니다.
그 노래들은 제 옷 입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부드러움과 거침, 따뜻함과 차가움, 음과 양, 여유로움과 긴장감, 비싼 것과 저렴한 것, 어긋남과 정갈함, 계획과 즉흥, 옛 것과 새 것. 그것들을 본래 한 몸에서 나온 것처럼 이으려고 합니다. 스스로와 상대를 더욱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의 옷 입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옷으로 표현하는 방법으로는 소재와 실루엣 그리고 색감과 옷이 탄생한 배경과 문화 등을 활용할 수 있지요. 입고 나간 옷이 불편했던 날은 어설픈 제가 그것들을 잘 잇지 못하고 무작위로 뒤섞은 탓입니다. 달콤 쌉싸름한 맛을 알기까지의 여정이 한참이나 남았다는 뜻이지요. 언제 동경하는 멋쟁이를 만난다면 물어볼 일입니다. '당신은 어떤 음악을 아껴 듣습니까?'. 만약 그가 음악을 좋아한다면, '어떻게 옷을 즐겨왔습니까?'라는 질문과 닮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