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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소리 Mar 21. 2023

도담 씨, 냄새 노동 하세요




   개미와 노동 또는 소와 노동. 이 조합은 이질감이 없다. 고양이와 노동. 이는 사뭇 다르다. 적어도 길고양이에게는 밥벌이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지만 집고양이는 다르다. 도담 씨의 일과는 다음과 같다. 인간이 제공하는 밥을 먹고 종일 잔다. 자다가 뒹굴뒹굴한다. 뒹굴뒹굴하다가 물을 마시고 다시 잔다. 일어나서 화장실을 다녀온다. 스크래치를 박박 긁는다. 다시 잔다. 일어나서 창밖을 구경한다. 지루하면 책상에 앉아 있는 인간에게 시비를 걸거나 놀아달라고 발톱으로 긁는다. 아무래도 도담 씨의 생은 노동과는 거리가 멀다. 자유로운 영혼이다.




   하지만 적당한 노동은 삶을 윤택하게 하지 않는가? 자유를 더 달콤하게 만드는 법. 도담 씨에게 언제부터 노동을 부과하기로 했다. 일명 냄새 노동. 도담 씨는 냄새난다. 햇볕 냄새와 8년간 입은 단벌 털옷 냄새의 집합체다. 대체로 고소한 냄새가 난다. 일명 '꼬순내'. 코를 대고 맡고 있노라면 심리적인 안정감이 든다. 이부자리에 들 때 도담 씨가 곁에 있다면 가까이 가서 코를 댄다. 그러면 잠이 솔솔 온다. 가격으로 수치화할 수 없는 값비싼 효능이다. 노동으로 인해 희소한 생산물을 제공하는 도담 씨. 매력적인 일꾼이다.




   도담 씨에겐 놀자 모드 그리고 질주 모드를 포함하여 다양한 모드가 있다. 가만히 모드일  '냄새 노동 하도록 '라고 말하며, 코를 대면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다. 집중적으로 냄새 맡아도 가만히 있다. 사실 도담 씨도  말은 없는 것이다.  신발 냄새, 머리 냄새,  냄새,  냄새, 다리 냄새를 줄곧 킁킁대니 말이다.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적진 않다. 내가 귀찮게 구는데 화를  내는  보면 쌤쌤이로 봐주는 모양이다. 나름 합리적인 일꾼 도담 씨다. 건강하게 살아, 악덕 고용주 밑에서 오래오래 일하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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