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와 초동이가 친해지면서 서로에게 위로도 되고 같이 놀아줄 동무도 되길 바랐던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서로 데면데면하며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던 그때 초동이는 이제 완전히 길고양이에서 집고양이로 변신을 완료했습니다.
집안 환경도 익숙해지고 껌 좀 씹으시던 불량소녀 가을이의 구박도 차차 익숙해질 무렵 초동이는 무시무시한 울트라 슈퍼 에너자이저 초동으로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가을이의 캣초딩 시절을 겪어봤기 때문에 이 시기가 되면 고양이들이 무척이나 똥고발랄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 시절의 가을이는 지금처럼 끈에만 집착하는 녀석이 아니라 카샤카샤 붕붕에도 달려들고 토끼 인형에도 흥분하며 잘 놀던 시기였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가을이는 우다다 시간이 되어 우리가 같이 놀아줘야만 이런 광분하는 모습을 아주 잠깐 볼 수 있었을 뿐이었는데 초동이는 우리가 놀아주면 같이 놀고 안 놀아줘도 혼자서 미친 듯이 놀아대는 울트라 캣초딩이었습니다.
물론 우리가 놀아주는 것을 더 좋아했던 터라 우리가 놀아만 준다면 밤새도록이라도 놀 수 있는 녀석이었지만 우리의 늙어가는 연약한 체력으로는 도저히 녀석의 체력을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초동이는 우리에겐 지침 유발냥이였고 가을에겐 귀차니즘 유발냥이었기에 에너자이저 초동이를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초동이의 첫 친구인 쥐돌군밖에는 없었습니다.
쥐돌군 하나면 이리저리 드리블을 해대며 무한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었고 우리는 그 덕에 잠시나마 초동이의 관심 밖에서 쉴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는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초동이의 가학적인 놀이에 지쳐 버린 쥐돌군은 어디론가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었고 우리는 새로운 쥐돌군을 영입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싸고 조금이라도 많이 주는 사이트를 찾아 인터넷의 바다를 헤매야 했습니다.
캣초딩 시절의 가을이도 가끔은 장난감을 망가뜨리기는 했지만 초동이는 장남감들을 원터치 원데쓰라는 경이적인 사망률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튼튼해 보이고 뽀샤시한 쥐돌군을 영입해도 금새 가죽이 벗겨지거나 꼬리가 떼어지기 일쑤였고 새로이 영입한 비닐 잠자리 낚싯대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오체분시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녀석을 위해 아내는 고래 모양의 쿠션 장난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천으로 고래 모양을 만들고 그 안에 솜과 함께 마따따비 가루나 캣닢 가루는 넣어주었는데 녀석은 이것을 한동안 즐겁게 가지고 놀다가 고래는 물속에서 살아야 한다며 자기 물그릇에다 처박아 놓기 일쑤였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초동이는 점점 혼자 노는 놀이에 식상해 했습니다.
보통 새로운 쥐돌이를 꺼낼 때마다 멀리 던져주곤 했는데 어느 날 그 쥐돌이를 제 부근까지 물고 와서 또 던지라는 듯이 제 눈을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녀석의 의도를 알아차린 저는 재빨리 쥐돌이를 잡아 멀리 던져줬고 초동이는 부리나케 쥐돌이를 향해 뛰어갔습니다.
그런데 녀석은 쥐돌이를 물고 제 앞까지 오는 게 아니라 꼭 제 손이 안 닿는 몇 발짝 앞에다 쥐돌이를 툭 떨어뜨려 놓고는 자 너도 잡아봐 라는 듯이 저를 쳐다보곤 했습니다.
할 수 없이 몸을 움직여 쥐돌이를 집어 던져주면 또 신나게 잡으러 뛰어가고 또 앞에다 툭 떨어뜨려 놓습니다.
집으러 가는 게 귀찮아서 안 놀아주면 놀아달라고 앵앵거리며 귀찮게 해서 저는 꾀를 내어 쥐돌이를 잡자마자 제 앞으로 가져오라고 하고 안 가져오면 안 놀아주고 가져오면 쓰담쓰담을 해주면서 폭풍칭찬을 해주었더니 그때부터 녀석은 제 앞으로 쥐돌이를 가져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훈련 덕에 저는 덜 지치고 초동이는 지칠 때까지 쥐돌이를 물어오다가 지치면 바닥에 드러누워버리곤 했는데 이 놀이로 초동이는 넘치는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었고 저는 방출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 냥이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