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둥이 초동이는 생전 먹어보지 못한 고양이 사료에 매료되어 포획틀에 잡혀 자유를 잃었고 어쩌다 도망친 2층 테라스에서도 똑같은 사료에 정신줄을 놓아 포획틀에 쉽게 잡히는 슈퍼 먹식이 아깽이었습니다. 저희와 살면서 츄르도 맛보고 크리스피키스도 맛보며 각종 습식 사료와 간식을 맛보았고 심지어 사람이 먹는 과자도 빼앗아 먹고 주는 건 무엇이든지 사양하지 않고 먹는 먹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녀석의 식성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녀석을 입양하고 얼마 안 되었을 당시 우리는 숙성시킨 소고기 맛에 빠져들어 소고기를 자주 숙성시켰다가 숯불에 구워먹고는 했습니다. 그때는 겨울이었는지라 2층 베란다 안에서 고기를 구웠고 고기 굽는 냄새를 맡은 초동이는 병아리마냥 빽빽 소리를 지르면서 소고기 한 점 먹어보겠다고 창문 너머로 미동도 없이 눈에서 레이저를 발사하며 굽는 고기에 시선을 집중했습니다. 그렇게 맛있는 소고기도 맛보고 가스통 화덕에서 구운 통삽겹이나 닭고기 또는 제가 바다낚시로 잡아온 우럭 지리의 볼살 등 점점 맛있는 음식에 맛들인 녀석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일반적인 음식은 입도 대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녀석은 우리가 식탁에서 무엇을 먹기만 하면 식탁 밑에 자리를 잡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우리가 먹는 것을 자기도 먹겠다고 무언의 시위를 하다가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면 두 앞발을 식탁에 걸치고 먹는 것을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기 일쑤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lchf식단을 시작한 뒤로는 삼겹살이 주식이 되었는데 그릴에 삼겹살을 구워 냄새가 집안에 퍼지자 식탁 밑에 자리를 잡고 고기 한 점 먹어보겠다고 대기타던 녀석에게 막상 삼겹살 조각을 던져주자 킁킁 냄새를 맡아보고는 입도 대지 않고 앞다리와 뒷다리를 탈탈 털어가며 삼겹살 조각을 외면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냄새만으로도 우리가 먹는 것이 화덕에서 구운 것인지 아니면 그릴에서 구운 것인지 구별하여 고급지고 맛있는 것이 아니면 식탁에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거의 매달 한 번씩 바다낚시를 가는데 갓 잡은 우럭으로 지리를 끓여 식탁에 앉기만 하면 어디선가 귀신같이 나타나서 우럭 볼살을 내어 놓으라고 냥냥거리며 윽박지르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일진에게 삥뜯기는 모범생처럼 우럭 볼살을 상납할 수밖에 없었고 초동이는 그렇게 맛있는 것을 먹을 때마다 귀신같이 나타나 삥뜯기를 반복하고는 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 다 쓴 페인트 통을 화덕으로 만들어 자그마한 가마솥에다 저수분 구이방식으로 삼겹살 구이를 해먹게 되었는데 그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먹어본 삼겹살 중에 가장 맛이 있는 삼겹살 구이였습니다. 그렇게 밖에서 고기를 구워먹을 때마다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초동군께서는 창가에 앉아 목놓아 우리를 부르며 자기가 잘못했노라고 제발 집에 들어와서 밥먹으라고 애원을 해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애원 같기도 하고 비명 같기도 한 녀석의 소리를 무시하며 맛도 있고 운치도 있고 삥뜯는 일진 초동냥도 없는 마당식당에서 즐거운 식사를 즐기게 되었고 미식냥 고양이 초동이는 나날이 미식냥에서 미친냥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 냥이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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