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ban Remedy- Sleep]
잠에도 부채(Debt)가 있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자, 함께 계산을 해볼게요. 당신은 금요일에 예정된 큰 프로젝트 때문에 지난주부터 매일 밤 두 시간씩 늦게 잠자리에 들었어요.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친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4시간씩 늘어지게 늦잠을 잤죠. 역시 주말 내 잠을 많이 자서일까요? 월요일 아침엔 웬일로 정신이 반짝거려 늘 마시던 두 잔의 커피 대신 한 잔만 마셨습니다.
그런데, 겉보기에 활기차다고 속지 마세요. 아직 6시간의 "수면부채"가 쌓여있거든요. 빚이 있으면 이자를 내야 하는 것은 아실 거예요. 수면부채의 대표적인 이자는 집중력·기억력·인지력 저하와 침침한 눈은 덤이라는데... 유난히 반짝거리던 월요일, 오후부터 급격히 머리에 안개가 끼듯 뿌옇게 된 경험들이 있으신가요?
수면부채는 나의 적정 수면시간과 실제 수면 시간과의 차이예요. 11시에 자려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다가 새벽 1시에 잠이 들었으면 2시간의 부채가 쌓인 거죠. 그렇게 나도 모르게 수면 부채가 축적된다고 스탠퍼드 대학 수면 클리닉의 설립자 윌리엄 디멘트는 이야기해요. 그래도 좋은 소식은, 모든 부채와 마찬가지로 수면부채도 갚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제부터는 부채를 갚아나가야 할 텐데(하... 그놈의 빚), 어떻게 갚아야 잘 갚는 걸까요? 하버드 수면 건강센터의 의학 책임자인 로렌스 엡스타인은 매일 조금씩 갚아나가는 할부 방식을 권면합니다. 일시불 방식의 장시간 수면보다는 매일 한두 시간을 더 자는 것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이론이죠. 만성 수면부채에 이미 노출된 사람들은 몇 달 동안 빚을 갚아나가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몇 달을 지속하다 보면 눈이 저절로 빨리 떠지는 시점을 맞이한다고 해요.
즉, 자신의 적정 수면시간이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것이죠.
수면부채를 갚는 것이 좀 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 슬립 루틴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면, 지금 알려드리는 팁은(돈은 좀 들지만) 불안과 수면 부족으로 고통받는 내가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마치 해킹과도 같은 솔루션이라고 비유할 수 있어요.
바로 무게감 있는 담요로 이불을 바꿔보는 것인데요, 가중담요는 심압 자극(DPS)이라는 기술을 적용해 포옹을 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몸에 깊숙이 가해지는 접촉 압력으로 신경계를 이완시켜 수면개선에 도움을 주고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원리죠.
킥스타터(크라우드 펀딩 기반 쇼핑몰)에서 난리가 났었던 Gravity Blanket에 편지를 써서 시제품을 빌릴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들은 9kg의 담요를 보냈고(담요의 무게는 몸무게의 1/6 정도가 적합하다고 해요), 무거운 상자에 담겨 도착했죠. 그날 밤 너무 깊이 잠들어 상쾌한 정신으로 깨어났어요. 정말 놀랍고 새로운 경험이었죠.
가중담요는 ADHD나 우울증, 불면증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만에 하나라도 수면에 치료가 필요한 문제를 안고 계시다면 수면제를 먼저 찾기보다 이렇게 이불을 바꿔 보는 것도 하나의 건강한 방법이 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