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면 원래 담고 싶었던 글의 의도를 다르게 해석한 댓글을 마주할 때가 있다. 예컨대 글에서는 “핵심은 A”를 말하고 싶었는데 댓글에서는 “그래서 B를 하라는 얘기죠?”라고 한다거나. 하지만 사실을 잘못 말하는 게 아니라면 원글과 다른 의견이라고 지적하거나 반박하지 않는다. 다른 의견을 마주한다는 건 세 가지 가르침을 주기 때문이다.
첫째는 내 글이 구렸다는 반성이다. 글은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지 본질이 아니다. 글자는 매개체일 뿐이다. 전달하고 싶은 주제가 핵심이다. 그런데 글이 내용을 온전히 담지 못하면 독자를 배려하지 못한 결과가 나타난다. 글쓰기도 사업과 똑같다. 공급자 중심의 제품은 사랑받지 못한다. 고객을 생각하지 않는 제품은 가치가 떨어지는 것처럼, 독자를 배려하지 않는 글은 좋은 글이 아니다.
둘째는 새로운 시각이다. 다른 의견이 꼭 주제를 잘못 전달해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글을 쓴 사람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관점을 발굴해주는 댓글이 있다. 이런 댓글을 만날 때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글을 쓸 수 있는 수많은 플랫폼이 있음에도 페북에 가장 먼저 글을 쓰는 이유이다. 이만큼 저자와 독자가 쉽게 만나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플랫폼도 드물다(브런치는 2ㄷㅡ..읍읍).
심지어 팩트를 틀려도 웬만하면 반박하지 않으려 한다. 틀린 걸 바로잡아준다고 생각하는 건 철저히 지적하고 싶은 사람의 생각이다. 받는 사람이 원한 게 아닐 수도 있다. 교수님께서 늘 말씀하시는 격언이 있다. “옳은 것과 친절한 것 중 하나만 고르라면 친절함을 선택해라.” 옳은 걸 말하고 싶은 건 내 입장이고 친절함을 받고 싶은 건 상대방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