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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스두어 Feb 10. 2018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  

백스테이지 스토리

 세계적인 오페라 공연이 열리는 라스칼라. 베르디와 푸치니가 오페라를 초연한 극장이다. 2차 세계대전 공습으로 폐허가 됐지만 다시 복원된 라스칼라는 밀라노 시민들의 자부심이다. 한때 밀라노는 이탈리아 연극과 문화의 중심지였다. 라스칼라 이름은 밀라노의 지배했던 비스콘티 가문에 시집간 베아트리체 델라 스칼라에서 유래했다. 


 여행자 복장을 벗고 오랜만에 하이힐을 신고 블랙 원피스에 골드 쟈켓을 둘렀다. 목걸이, 귀걸이, 핸드백, 메이크업 체크. 라스칼라 극장에 갈 준비가 됐다. 외관은 평범하지만 대대적인 개보수를 거친 내부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붉은 카펫과 황금빛 벽은 밀라노 전성기 시대를 옮겨놓은 듯하다. 

 극장 매니저가 반갑게 인사를 한 후 박스석으로 안내했다. 라스칼라는 다른 극장과 달리 2층부터 6층까지 194개의 작은 규모 박스석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밀라노가 이탈리아 문화의 중심지였던 시절, 부유한 가문은 라스칼라 극장의 후원자로서 박스를 구매해, 가족관람석용으로 내부를 화려하게 원하는 대로 꾸몄다. 6명 정도 들어가는 박스석 2개를 트기도 하고, 내부 전체를 유리와 황금빛으로 화려하게 장식하는 등 가문마다 특색 있는 박스석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무대는 오늘 밤 공연할 무대 세팅에 바쁘다. 무대 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악기를 세팅하는 현장과 스테이지 전환장치 등을 구경했다. 230년이 넘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라스칼라 극장도 눈높이가 높아진 현대 관객 수준을 고려해서 다양한 무대 전환 등 인프라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 그러나 공간 확장도 힘들고, 다시 건물을 올리기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창의적으로 생각해 낸 방법이 무대 전환장치를 가로가 아닌 세로로 세팅하는 시스템 도입이었다. 덕분에 건물을 확장하지 않고도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무대 활용이 가능해졌다.

 

 매니저의 또 다른 자랑은 밀라노 시민의 라스칼라에 대한 애정과 수준 높은 관객 피드백이다. 밀라노 관객들은 열렬한 오페라 사랑을 자랑하는데, 그 사랑이 노골적이다. 훌륭한 무대를 선보인 성악가들에겐 아낌없이 "브라비"를 외친다. 만족스럽지 못한 공연은 곡이 끝나면 박수 대신 거센 휘파람 소리로 야유를 보내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덕분에 라스칼라에서 좌절을 맛본 유명인의 에피소드도 많다. 1904년 푸치니의 나비부인 초연. 낯선 무대와 음향문제로 관객들이 엄청난 야유를 보냈고, 초연 이후 극장은 공연을 취소했다. 이후 푸치니는 대대적인 개작에 들어가 결국 명작이 탄생했지만 라스칼라에서는 오랫동안 나비부인 공연을 볼 수 없었다. 심지어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플라시도 도밍고도 라스칼라 극장에서 공연 중 관객들의 야유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작고 불안정한 목소리로 관객들의 기대와 사랑을 받지 못했던 한 오페라 여가수는 한 번의 좌절 끝에 절치부심, 다음번 공연에서 보란 듯이 가장 야유를 많이 보내기로 유명한 6층의 관객들을 똑바로 쳐다보고 보란 듯이 가장 어려운 하이라이트 고음을 멋지게 소화. 밀라노 시민들의 우레와 같은 찬사를 받아 일전의 상처를 딛고 영광의 순간을 이끌어냈다.      

    

 오페라 사랑 밀라노 시민의 자랑, 라스칼라. 문화가 숨쉬는 도시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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