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기태 Sep 09. 2017

마광수 교수님에 대한 기억 (2)

수업

1.마교수님의 수업에는 몇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우선 출석체크를 하지 않는다. 첫 시간에 출첵을 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대학생이니 필요한 만큼만 들으라고 하였다. 이 부분의 부작용은 학생들이 들으러 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100명이 넘는 인원이 수강하던 과목이었지만 20명도 되지 않는 학생들이 앉아서 수업을 듣는 경우가 흔했다.

2.그리고 첫 시간에 들어오자마자 담배, 그 유명한 '장미'를 피워 물었다. 그리고 특유의 힘없는 말투로 말했다.
'야 너희도 피워도 돼. 담배연기 싫어하는 사람한테는 미안하다. 난 이게 없으면 수업을 못해서'
'너네나 나나 똑같은 사람이니까 교수님 어쩌구 하지 말고 그냥 편하게 하고 싶은 대로 해. 담배 피워도 되고 뭐 먹어도 되고 휴대폰 해도 되고.'

3.마교수님 수업의 또다른 특징 중 하나는, 주로 앞자리에, 화장을 진하게 하고 노출이 있는 옷을 입은 여학생이 한두명 이상 앉는다는 것이다. 보통 교수님이 담배를 피워 물면, 이런 여학생들이 담배를 피워 물었다. 어떤 수업에서는 학생들 몇명에게 '수업을 듣는 이유'를 물은 적이 있었는데, 그 담배를 피워 물었던 학생은 '교수님을 유혹하고 싶어서요' 라고 하였다.

4.나중에 마교수님과 좀 더 친해진 이후, 그 여학생과 뭔가 진행된 게 있었는지 사석에서 슬쩍 물어보았다. 그때 교수님은 '야 학생이랑 진행될게 뭐가 있어' 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하기에, '아니 즐거운 사라는...' 이라고 항변하려 했는데, 그 눈치를 챘는지

'못하는걸 상상으로 하는게 문학이지, 상상을 진짜로 세상에서 하면 범죄야.'라고 이야기했다.

문학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을 조금 들여다 본 것 같아 살짝 존경심이 들었다.

5.교수님은 저 말 뒤에 바로 '그리고 야 이제 나 xx도 안서.. ' 라고 말했지만 딱히 존경심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계속)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마광수 교수님에 대한 기억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