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아낌없이 알뜰하게 쓰고 싶어
새벽에 잠에 들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싶어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실은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은 2층 안방까지 올라가는 게 귀찮았던 걸 지도...). 소파에서 머리를 맞대고 남편은 반대쪽에서 잠에 들었는데, 이제 여름이라 날이 더워서 이불이 필요 없지만, 신기하게도 아침에 보면 남편은 언제나 새우처럼 몸을 말고 마치 이불이 필요한 사람처럼 자고 있다.
아침 7시, 잠시 소파에 누워서 눈으로만 고양씨를 찾았다. 대부분 집사들의 애정을 매우 귀찮아하는 그녀지만, 아침에 일어난 소리를 들으면 꼭 와서 꼬리로 인사를 하고 다시 본인의 갈길을 간다. 고양씨와 아침 인사 후 조용히 일어나서 씻고 간단하게 나갈 준비를 했다. 남편이 준비하는 동안 고양씨 화장실을 치우고 밥을 준비해 주고 다시 한번 아침에 가려는 목적지를 확인했다. 이번 주 토요일에는 짧은 나들이과 밀린 집 공사를 같이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오전 나들이로 집에서 조금 떨어진 오션사이드 근처 도넛 맛집이라는 Parlor로 향했다. 무려 구글 리뷰 4.7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긴 줄은 우리의 기대감을 살짝 올려주었다.
우리는 새로운 도넛 가게를 도전할 때 언제나 "기본인 글레이즈드가 맛있어야 한다"라는 우리 둘만의 기준이 있기 때문에 고른 도넛은 글레이즈드와 프렌치토스트 두 가지. 사이즈가 꽤나 커 보였기 때문에 두 개만 구매했다.
보송보송하게 잘 튀긴 도넛이었지만, 맛은 평범했다. 기대한 만큼 엄청난 맛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먹는 도넛이 둘이서 맛있게 커피와 함께 나눠 먹고는 다시 오션사이드 구경을 나섰다.
도넛 집 바로 옆으로 피어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잘 정돈되어 있다. 피싱 피어라고 해서 그런가 피어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아침 일찍 자리를 잡지 않으면 피어에서 낚시를 하는 게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그리고 양 옆 바다로는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오션사이드는 서핑박물관도 있고, 다양한 서핑 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서핑 인구가 많다고 하는데, 원데이클래스부터 다양한 서핑 관련 체험 액티비티도 많은 걸 보니 그걸 실감할 수 있었다.
게다가 캘리포니아 바다에서는 돌고래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오늘도 럭키데이로 멀리서 이동하는 돌고래 떼를 볼 수 있었다. 몇 마리가 중간에 점프를 하기로 했는데, 자주 보는 돌고래라도 역시 마주하면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것 같다.
돌고래까지 보고 바닷가를 잠깐 걸으면서 서퍼들을 열심히 구경하고 나니, 금방 날이 더워지기 시작했다. 잠깐 고민 끝에 배가 고프지는 않으니, 조금 시원하게 앉아있을 수 있는 커피숍을 찾아가기로 했다.
오션사이드는 구글 리뷰 기준 평점 4.7이 넘는 커피숍이 굉장히 많다. 그중 로스팅도 직접 하는 Steady State Roasting을 찾아갔다. 내부도 너무 깔끔하게 잘 정도 되어있고 내부도 시원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과 함께 자리를 잡았다.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남편은 아이패드를 꺼내 들었다. 짧게 나들이를 하며 콧바람을 쉬고 나서 같이 상의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는 게 우리 부부의 루틴이다.
지금은 우리의 401K를 어떻게 진행할지, 집 공사의 우선순위, 그리고 절반 정도 진행된 침대 만드는 과정 순서에 대해서 같이 고민한다. 재택을 하면서 24시간을 같이 보내는 부부지만, 실제로 이런 가족의 사적인 고민들을 함께 생각하고 정리하는데 시간은 언제나 부족하다. 평일에는 서로가 각자의 일에 매몰되어 있는 게 일반적이라 같이 고민하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주말이나 정해진 날짜 캘린더에 등록해놓곤 한다.
세 가지 안건(? 토픽?)을 가지고 천천히 얘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시간이 오후 1시가 넘어갔다. 이제 신속하게 집으로 돌아가서 진행하고 있던 침대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가라지에서 작업하고 있던 침대 샌딩을 다시 시작했다. 남은 일은 침대 받침이 되는 나무에 두 겹 이상 코팅제를 바르는 것. 네 개의 받침 그리고 한 개의 헤드보드를 칠하고 뒤집고 말리고 다시 칠하는데 4시간 넘게 작업을 했다. 그리고 나서야 토요일 일정 마감. 알뜰살뜰하게 시간을 나눠 쓴 덕에 많은 태스크를 마무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