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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사슴 Feb 22. 2022

2. 내꺼다 싶은 색감을 찾아서

사진 찍는 사람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을 주로 찍느냐, 어떤 구도로 찍느냐, 그리고 색감이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이거 외에도 많겠지만 사진알못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이들 중에서 난 무엇을 주로 찍을 지도, 어떤 구도로 찍을 지도 정하지 못하였으니 일단은 색감을 통해 나의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는 중이다.


나름 자연스럽고 실제와 가까운 색감을 지향하는데 원본 사진은 실제보다 훨씬 어둡고 색도 흐릿하여 보정이 필수다. 그런데 촬영 당시 느꼈던 색감을 상상하면서 보정을 하다 보면 어떤 값을 조정하든 다 괜찮아 보여서 적당히를 모르고 계속 만지다가 화질이 엉망이 되는 것이 일상이다. 이럴 때면 보정을 멈추고 다음 날 다시 보는 게 도움이 된다.


현재 좋아하는 색감을 형성하게 된 계기가 기억이 난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색온도를 과하게 높여서 사진을 따뜻하게 만들면 어떤 사진이든 이뻐보이는 시절이 있었다. 내게도 청개구리 기질 있었는지, 그때부터 나는  찬물로 한번 씻어내 시린 느낌이 드는 색감, 즉 차가운 색감을 더 좋아했다.




이 사진부터 그런 색감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아마 물컵에 맺힌 습기와 단조로운 사진 속 오브제들이 차가운 색감과 맞물려서 맘에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때부터 차가우면서 대비가 낮고 채도는 살짝 높은, 그래서 사진에서 입체감이 안느껴지고 평면 적인 방향으로 보정을 하기 시작했다. 





이 시절에 내꺼다 싶은 색감의 사진은 이런 스타일이었다.






요즘 선호하는 색감

예전에는 차가우면서 밝고 대비가 낮은 색감을 좋아했다면, 지금은 여전히 차가운 것을 선호하면서도 조금 더 어둡고 진한 색감이 좋다. 아마 마음가짐도 저때만큼 샤랄라 하진 않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사진 작가들의 인스타를 보다보면 트렌드도 조금 더 어둡게 바뀌어 가는 것 같고. 예전이라면 청개구리 기질때문에 차가운 색감이 유행이라고 싫어했을지도 모르지만, 이쁜 건 사실이라 나 역시 받아들이고 이런 보정을 많이 하고 있다.




사진의 색감이라는게 그림체처럼 종류가 다양하지 않으니 딱 내꺼구나 싶은 색감을 찾을 수 있을 지는 모른다. 언제 지금 색감이 지겨워지고 유치해져서 또 스타일을 바꿀 지도 모르는 것이고. 나 역시 사진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고 이쁘다고 칭찬 받고 싶어 사람들이 좋아하는 색감을 따라 계속 이동할 것이다. 그럼에도 내 색감을 찾아 킵고잉 하다보면 어떤 친구들은 어라 권사슴 사진이다 하고 생각하지 않을랑가. 그정도면 만족이다.




<색감에 대한 곁다리>

얼마 전에 친구들과 '하루 포토'라는 즉석 셀프 사진을 찍었다. 포토이즘, 인생 네 컷 등등 수많은 즉석 사진 프랜차이즈들이 생겨나는 와중에 사람들이'하루 포토'에서 줄까지 서서 찍는 이유는 바로 색감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찬 물에 씻어 시린듯 한 색감, 누구나 겨울 쿨톤으로 만들어주는 보정 기술로 '하루 포토'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니까 색감도 아이덴티티가 되고 돈이 될 수도 있는 시대다.


<3. 잃어버린 사진의 기억>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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