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라는 영역에서 이루고 싶었던 꿈
아마 작년 이맘 즈음입니다.
한 스타트업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나왔는데, 그 서비스가 너무 좋더라는 주변 지인들의 평이 많았습니다.
그 지인들 중엔 본래 평이 후하지 않고 까탈스러운 사람들도 있었는데, 하나같이 좋은 이야기들을 들려준 통에 '아, 이건 빨리 경험을 해봐야겠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제 경험 역시 지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직 완성된 서비스는 아닌 느낌이긴 했지만, 처음 진입부터 사용을 마칠 때 까지 서비스와 브랜드가 주는 경험이 간결하면서도 매끄러움이 느껴졌습니다.
많고 깊은 고민과 토론의 흔적이 좋은 결과로 치환되어 나오는 경우는 대개 '간단' 한데 '단단' 합니다.
간단하지만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은 대개 '빼는' 행위가 필요한데, 이 뺀다는 행위는 더하는 행위보다 훨씬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것 저것 갖다붙이면 그럴싸하잖아요?
뺀다는 행위는 '정말 중요한 것' 을 남기는 것인데, 그것을 결정하는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관련된 사람들의 의견과 이해의 충돌이 발생하기 쉽죠. (네가 감히 내 의견을 무시한다고?)
그렇기에 많은 서비스는 빼는 행위를 결심하기 어려워하고, 결과적으로 사용자의 경험은 복잡해져 가는 경우를 자주 목격했었는데, 이 서비스는 그와는 다소 거리가 멀었습니다.
같은 업계에 종사하다보니 자연스레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졌죠.
당시에는 서비스가 널리 알려진 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몇몇 IT 전문 매체에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는데, 이런저런 소개와 칭찬의 문장들 속 '개발 3개월 만에' 완성을 했다는 글귀가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3개월이라는 시간은 한 서비스를 만드는데는 정말 턱 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적어도 제 지식 속에서는 그랬습니다.
이 서비스가 단순히 앱 상에서만의 서비스를 다루지 않고 오프라인 영역을, 그 중에서도 차량을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말이 안된다고 느꼈었죠.
그렇기에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조금은 과장된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개월이라는 시간에 서비스를 만듦과 동시에 이런 수준의 브랜드 경험을 구축할 수 있다고 믿기가 어려웠다는게 더 맞는 표현일 듯 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건 사실이었고,
그 놀라운 사실이 제가 함께 일하고 싶게 해준 가장 큰 동기였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한거지?'
'3개월에 이 정도면 1년 후엔 뭐가 될까?'
뭐, 대충 이런 생각들이었죠.
그리고 감사하게도, 놀라웠던 브랜드에서 함께 일할 수 있었고
놀라웠던 브랜드를 좋아하게 되는 경험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제게는 '일'이라는 영역에서 이루고픈 꿈이 있습니다.
바로 '사용자의 삶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서비스와 브랜드를 만드는 것' 입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좋은 사람들과 순수한 선의를 가지고 만들어가는 것이길 바랐습니다.
1) 사용자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려고 노력한다
2) 그러면 돈이 벌릴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과
1) 돈을 벌고 싶다
2) 그러니 사용자들이 좋아할만한 서비스를 만들자 (어쩔 때는 좋아할만한 구석조차 고려 대상에 없지만)
는 결과가 같더라도 최소한 과정은 다를 것이고, 만드는 사람들의 만족감도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생각을 남에게 꺼내놓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단 굉장히 간지러운게 첫 째고, 어찌보면 상당히 순진해보이는 말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적당히 아는데 모르는 척,
모르지만 아는 척,
직장인스럽다는건 어쩌면 적당히 속물스러워지는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적당주의와 타협하기 싫어 속으로 앓던 그 때, 타다를 만난건 제 개인적으로 뜻깊은 사건이었습니다.
쓰다보니 어쩐지 재미없고 쓸데없이 길어진 느낌이지만, 다음엔 뜻깊은 사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적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