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연애(TVING, 2021~2022)
사랑에 ‘만약’은 있을까. <환승연애>(TVING, 2021~2022)는 헤어진 연인들의 만약을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지나간 연애와 남겨진 미련을 관찰하며 X(구 연인)의 마음을 추리하는 <환승연애>는 추억과 미련 그리고 환승에 대한 엇갈린 욕망을 파고든다. 때문에 출연자들을 움직이는 것은 X의 존재다. 이제는 남이 되어버린 X와 함께 생활하며 출연자들은 과거의 기억을 현재로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제는 괜찮다고 생각했던 감정이 다시 밀려오는 상황 속에서 과거로 돌아갈 것인지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출연자들의 선택은 <환승연애>의 서사로 재구성된다.
만약의 서사를 토대로 다시 쓰는 X의 이야기는 분명 매력적이다. 환승의 기회가 제공됨에도 불구하고 출연자들이 끊임없이 X에 대한 인터뷰를 이어가는 것도 만약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외면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그때 타이밍이 어긋나지만 않았더라면. 지나가버린 인연을 다시 쓸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환승연애>의 출연자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새로운 인연보다 X에 대한 관심을 주저하지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기회를 외면하기란 쉽지 않을테니 말이다.
그러나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르는 것만큼 잔인한 일은 없을 것이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때 그 마음을 되돌리는 것은 그만큼 비참하고 초라했던 과거의 고통까지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환승연애>는 결국 이별 이후 남겨진 나를 발견하는 무대와 같다. 셰어하우스란 무대 위에서 다시 쓰는 X에 대한 이야기에서 발견되는 것은 결국 그때의 어리고 미숙한 나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통해 다시 쓰여지는 것은 X가 아닌 나의 이야기다. 그래서 <환승연애>는 아름다운 재회의 서사라기보단 잔인한 성장의 서사에 가깝다.
20~30대 미혼율과 출산율이 역사적 저점을 횡단하는 지금 어쩌면 우리는 연애의 시대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썸(<하트시그널>(채널A, 2017~2020))과 섹스(<마녀사냥>(JTBC, 2013~2017))를 넘어 이별과 재회(<돌싱글즈>(MBN, 2021~2022), <나는 솔로>(SBS, 2021~2022))에 이르기까지 사랑의 행방을 좇는 수많은 연애 예능이 범람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면 수많은 연애 예능들이 사랑의 달콤함과 함께 사랑이 잔인하다는 사실까지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결국 지금 연애 예능의 인기는 사랑이 생존의 문제로까지 번지는 현실에서 청춘들이 잔혹동화와도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방증과도 같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가 TV와 OTT뿐이라는 현실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사랑마저 서바이벌이 된 시대에 남겨진 X들의 이야기는 꽤 오래 우리들 곁을 배회할 것이다.
* 이 글은 Rolling Stone Korea 8호(2022.9)에 실릴 예정인 글입니다.
https://rollingstone.co.kr/modules/catalogue/cg_view.html?cc=101111&p=1&no=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