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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성향 May 20. 2023

나는 단지 살을 한 번 빼 보려던 것 뿐이었다 (1)

<My Transformation Game> - 후속편 1

*이 이야기는 2022-08 ~ 2022-12 영국 핀드혼에 다녀오며 쓴 5개월의 이야기의 후속편입니다. 그 시기 저는 제 안에 큰 변형(Transformation)을 겪었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 살펴보니, 그 때 거대한 씨앗이 하나가 심겨졌나봅니다. 그 씨앗이 발아를 시작하여 지금 제 삶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그 여정을 한 편의 글이 아닌, 몇 편의 글로 연재하며, 함께 나누려 합니다. 한 편씩 함께 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서문: 시작하며>



* Drastic Change 

* Violent Upheaval 




내 무의식(영혼)은 사실 나의 2023년이 이렇게 될 것이란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내가 연초에 얼결에 뽑았던 올해의 단어가 이런 것들이었다는 것을 기억한 지금,

나는 이미 그런 ‘격렬한 변화, 지독스러운 대격변’의 시절 속에 살고 있다.



지금 내가 느끼는 내 삶은 마치 거대한 태풍(tornado) 속에 빨려 들어가서, 뱅뱅 휩쓸려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는 모습이다. 내가 그런 엄청난 혼란스러운 에너지 속에서도 일상을 이토록 차분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내 안에 ‘깊은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내 삶이 나를 이 엄청난 태풍 속에 넣어 휩쓸어가고 있는 것은, 나를 파멸하고 해치기 위함이 아니라, 인간인 내 시선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거대한 차원 간 이동이 ‘지금’ 내게 필요하고, 그것은 진실로 나를 위해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한 스텝씩 밟아서 이동해도 될 일이 아니어서, 한 순간에 변형(transformation)을 일으키려 이토록 거대한 태풍을 일으켰다. 내 삶에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해낼 수 있도록, 삶은 지금 기존의 모든 프로그램을 뒤엎고,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깔려 하고 있다. 그야말로 완전 다른 무언가로의 변태(變態) 중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무척 힘들고, 혼란스럽다. 내가 알던 모든 세상이 뒤집어지고, 내 몸과 마음은 다 찢어져가는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괜찮고 평화롭다. 나는 기꺼이 내 삶에 나를 내어맡기고, 그 속에서 내가 해야 할 일들을 그저 묵묵히 해 나가리라. 크게 놀라지도, 무력해져 도망가지도 않으며, 그저 묵묵히 내 삶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 가슴을 열리라. 그렇게 나는 지금 태풍의 눈에 있다. 지금부터 쓸 글은 그 태풍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Violent upheavals of the earth’s crust were involved. On each occasion, opportunity had been extended to the inhabitants of the earth to accept and experience the true Self, and consequently to recreate the divine world.” 









<#1> [나는 단지 살을 한 번 빼 보려던 것 뿐이었다] (변형후속편1)



올해 초, 나는 내게 물었다. 



‘2023년, 내가 ‘딱 한 가지(one thing)’를 꼭 이뤄낸다면,
그것이 무엇이면 좋겠는가?’




누구에게나 이런 ‘딱 한 가지’가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만 이뤄내면, 다른 어떤 것보다 내 삶이 더 윤택해질 것 같은, 그 어떤 상징 같달까. 모든 변화의 물꼬를 터줄 것만 같은, 이것 하나만 달라져도 내 삶의 다양한 장면에서 충만을 더 해줄 것 같은 핵심인 것이다. 







나의 대답은 의외의 것이었다. 



‘체중감량’.



나에게 ‘체중감량’이란 매년 그 해 목표로 따라다니는 꼬리표 같은 것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뒤돌아 보면 19살, 고 3때 한번 찌고, 다시 빠지고, 첫째 임신해서 찌고, 다시 빠지고, 둘째 임신해서 쪘다가, 다시 빠진 나의 몸의 역사였다. (뒤돌아 보니 참 수고 많았구나 내 몸이여) 그러나 그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결국 2-3kg가 제때 나가지 못하고, 내 몸에 정체하는 중이다. 나는 그렇게 이 정체중인 친구들과의 이별을 매년 선언했었다. 

그러나 뭐, 이 2-3kg가 대수였겠는가. 이대로 사는 게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옷도 대충 입고 살아갈 수 있었고, 이대로가 익숙해져 편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삶이란 늘 ‘긴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 투성이었다. 그렇게 늘 ‘체중감량’은 내 삶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밀리고, 밀려서- 결국 그런 목표가 있었더랬지 하고마는 추억이 되곤 했다. (심지어 이런 실패 패턴마저도 익숙해져서, 목표로 세우고도 이번에도 이루지 못할 거야 하고 불신하는 자기 패턴이 형성된 것이 더 큰 문제였다는 것은 최근에 알게 되었다.)






그런 내가 연초에 다시 선언한 것이다. 그것도 비장하게. 조금 다른 마음가짐으로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정말 원하는 삶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이 몸의 변화가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때 즈음 내 삶엔 다양한 기회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대형 강연, 영상 출연 등 새로운 커리어 영역으로의 진입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런 내게 그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을 두렵게 하는 것이 딱 하나 있었으니, 바로 내가 내 모습을 타인 앞에 세웠을 때, 부끄럽고, 자신감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내가 스스로에게 자신 있지 않은 느낌으로, 누군가의 앞에서 자신 있게 보이는 일을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게만 느껴졌다. 그 때 난 절절하게 알았던 것 같다. ‘아, 나는 이걸 이뤄내야 그 다음으로도 넘어갈 수 있겠구나. 이것만 넘어가면 관련 일들의 문이 활짝 더 열리겠구나. 그 문 너머 세상들이 지금 날 기다리고 있구나.’ 그렇게 굳은 의지로 2023년, 나의 체중감량 프로젝트는 시작했다. 









약 20년 가까이 성공한 적 없었던 분야였다. 나는 외부 도움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 때 ‘동시성’처럼, 평소 가까이 지내던 샤인킴(Shine Kim, 김현지) 샘이 인스타그램에 <3개월 동안 5kg 감량하기> 프로젝트를 업로드 하신 것이다. 나는 아주 반가운 마음으로 신청했다. 








역시 ‘체중감량’엔 왕도는 없었다. 식단관리(밀리그램), 규칙적인 운동(클래스유 타바타) 미션이 주어졌다. 단톡방에서 안내되는 미션들을 매일 함께 해 가는 방식이었다. 나는 성실하게 임했다. 올해에 가장 중요한 목표니 말이다. 그러다 어느 날, 샤인킴 샘이 ‘중간점검’을 하자 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체중계에 올라갔다. 헉, 변화가 전혀 없었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 말이다. 원래 이런 건가 하며 내 현황을 카톡에 인증하려는데, 나를 제외한 그룹 참여원들에겐 큰 감량 변화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무언가 잘못된 것이었다. 그게 뭘까? 무척 허탈했다. 그리곤 빠르게 부정적인 마음 패턴이 일어났다. 거봐, 노력해도 안 되잖아. 늘 뺀다고 노력은 하는데 변화는 없었어. 내 마음은 삐죽 일어났다. 







그리고 단톡에 중간점검을 하고 몇 일 지나, Zoom 미팅 때, 샤인킴 샘이 새로운 미션을 주셨다. 바로 ‘10% 남기기’였다. 여기서 ‘10% 남기기’란 ‘유튜버 닥터U’님의 지론으로, 자신의 일상에서 <일, 놀기, 모임, 공부 등 모든 것을 쉽게 하고, 남긴 기력으로 쉬기>를 일컫는다. 기력을 남긴다라, 새로운 개념이었다. 그리고 샤인킴 샘은 강조했다. 쉬어야, 잠을 푹 자야, 기력을 남겨야 살이 빠진다고. 힘들면, 피곤하면 살 찐다고. 아하! 그렇구나! 내 가슴엔 큰 알아차림이 일어났다. 나는 식단도 하고 규칙적인 운동도 했지만, 기력이 없었구나! 그것도 ‘전혀’ 없었구나!









그렇게 나는 한 주 동안 열심히 10%를 남기려고 노력해 보았다. 매일매일 나의 하루에서 힘을 빼고, 쉬려고 노력해보았다. 샤인킴 샘이 추천해 주신대로, 집안일(청소)도 미소(MISO) 앱에 신청해서 2시간씩 정기 청소도 써보고, 일 안하는 시간도 만들어서 멍하게도 앉아 있어보았다. 아, 그런데 내가 아무리 10% 시간을 내 보려고 해도, 정신을 조금만 놓치면 바로 꽉 채워지고 무리하게 되고, 기력이 전혀 남지 않는 하루를 보내는 나를 만나게 되었다. 남기기는 무슨, 분초로 쪼개 사는 내가 있었다. 






나는 내가 그렇다는 것을 샤인킴 샘 프로젝트 하며 1주, 그 다음 1주, 그 다다음 1주, 약 한 달 동안 지켜보았다. 근본적으로 기력을 남기는 10% 남기기 이 요소가 채워지지 않으면, 아무리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해도 내 체중에 변화가 없을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난 많이 먹지도 않고, 폭식하지도 않고, 운동도 원래 하던 사람이니까. 








결국 내 변화는 ‘10% 기력 남기기’  이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했다. 그래서 난 톡방에 양해를 구하고 운동 마저도 멈추고, 내 기력을 계속 돌보려 노력했다. 그렇게 나는 ‘내 삶의 현 주소’를 한 달 동안 관찰했다. 그리고 부인할 수 없는 사실(fact)과 만났다. 






*지금 나는 분초를 다투며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그렇게 하루의 스케줄을 다 쳐 내도, 자기 전에는 내가 뭘 놓치진 않았나, 해야 하는 일은 다 했나 하며, 이완하지 못하고 여전히 긴장하고 찝찝한 마음으로 밤을 보내다 잔다.

*그러한 삶의 흐름이 몸에 베어있다. 몸이 항상 긴장하고 있다.

*특히 왼쪽 어깨와 목을 잇는 승모근 부분은 습관적으로 긴축되어 있다.

*하루 일상 중에 개인을 위한 시간은 거의 없다.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생긴다.)

*대부분이 일이다. 







그런 내게 나는 물었다.



“그 모든 바쁨은 무엇을 위해서야?”


질문을 하나 던지니 내 안의 내가 답했다. 


“그렇다고 해서, 돈이 많은 것도 아니야.”


그렇게 바로 내뱉어졌다.


“그럼 나는 지금 돈을 벌기 위해서도 아니고,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쁘게 사는거야? 어?


묻고 묻고 묻고 물었다. 하루종일 물었다. 나의 이 긴장은, 바쁜 삶은, 기력 하나 남지 않고 다 소진해 버리는 이 삶은 무엇을 위해서였는가. 질문 하면 할수록 나는 너덜너덜해져 갔다. 그리고 마지막 단어에 도착했다. 






‘파.산.’





나는 그렇게 봄 햇살이 가득 빛나던 아침, 세수하고 나서 물이 가득 묻은 얼굴을 타월로 닦으며 중얼 거렸다. 



‘아, 파산이다. 나는 지금 파산했다. 정신적, 재정적 파산… ‘




그 말을 중얼거리곤 거실로 나와서 멍하게 식탁 의자에 앉아 있었다. 바삐 돌아가고, 그렇게 누구나 산다고 믿었던 세상이,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한 거고, 그게 삶이라고 믿고 있던 모든 신념과 상(像)이 와장창 요란하게 다 깨져버리고 있었다. 찬란하게 빛나던 봄이었다. 






*다음 이야기: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가 (변형후속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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