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스터츠: 마음을 다스리는 마스터> 후기
취약해지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요(You can't move forward without being vulnerable). 누구나 남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들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취약성(vulnerability)은 나와 세상을 연결해 줍니다. 세상에 신호를 보내는 거죠. '나는 당신이 필요해요. 이걸 나 혼자서는 할 수 없기 때문에'라고요.
-넷플릭스 영화 'Stutz' 중에서
넷플릭스 영화 <스터츠: 마음을 다스리는 마스터>는 마음을 다스리는 마스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와 다름 없이 취약성을 지닌 한 정신과 전문의의 이야기다. '머니 볼',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로 잘 알려진 배우 조나 힐이 지난 5년간 자신과 함께 일한 자신의 심리 치료사이자 정신과 의사 Phil Stutz와의 (심리 치료 형식의) 대화들을 영화로 만든 'Stutz'는 취약성(vulnerability)에 대한 영화이다. 실제로 영화에서 스터츠와 조나 힐이 가장 강렬하게 공명하는 부분은 바로 심리 치료사인 스터츠가 자신의 취약성을 자신의 내담자인 조나 힐에게 드러내는 부분이다. 조나 힐도 그 부분이 자신에게 가장 큰 치유가 되었다고 말한다.
스터츠가 말하는 그의 이론과 기술들은 연구를 통해 증명된 것은 아닐지라도 분명 경험적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조나 힐도 처음에 영화의 제작 취지가 '스터츠의 기술들을 더 많은 사람이 배웠으면 해서'라고 밝힌다. 하지만, 이 제작 취지는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변해가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조나 힐 본인의 입을 통해 다시 설정된다. 나는 영화에서 조나 힐이 영화 제작 취지를 다시 이야기하는 부분이 가장 좋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취약성'이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개념이라고 굳게 믿으므로.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된다고 교육받고, 모두가 어떻게든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사회를 살아내지만, 그 과정 속에서 모두는 가면을 쓰고, 서로에게 진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공명할 기회를 박탈당하며, 궁극적으로는 치유의 기회마저 잃는다.
나는 우리 사회가 타인의 취약성을 약점 잡는 사회가 아니라, ‘취약성을 보듬어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길 꿈꾼다. 그것이 개개인이 취약성을 보일 수 있는 전제조건이자,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