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레브 글레이즈먼(Lev Glazman)는 남자로서는 드물게 어릴 때부터 화장품에 빠져 살았습니다. 아내 알리나 로잇버그(Alina Roytberg)와의 두 번째 데이트에서 그녀와 꼭 맞는 향수를 선물해 그녀를 감동시키고, 집에는 개봉하지도 않은 화장품이 쌓여 있을 정도로 화장품에 대한 애정이 넘쳤죠.
그는 1961년 러시아에서 태어났는데, 당시 러시아는 아직 소련이었던 때였습니다. 공산주의 국가 답게 향수도 단 한 종류밖에 허용되지 않던 시절이었죠.
이 상황에서 어머니는 그를 데리고 암시장에서 향수를 사러 갔습니다. 향수 한 병이 일반 직장인 한 달치 월급을 맞먹는 높은 가격이었고, 거래 자체도 불법이었지만 어머니는 위험을 무릅쓰고 향수를 구매했죠.
프레쉬에서는 첫 론칭했던 1994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러한 연금술 같은 제품라인을 만들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건 우유, 설탕, 콩 라인입니다.
프레쉬에서는 러시아 황후들이 오래 전부터 몸을 부드럽게 하고 영양을 주기 위해 우유와 꿀로 목욕했다는 데에서 착안해 밀크 라인(Milk line)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레브와 알리나의 할머니 두 분 모두 상처를 소독하는 데 설탕을 사용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슈가 라인(Sugar line)을 만들었죠. 또 1990년대에는 콩의 효능이 주목받으면서 콩 열풍이 불었는데, 콩 단백질에 보습, 세포재생, 탄력 등의 효과가 있다는 것에 주목해 소이 라인(Soy line)도 론칭했고요.
그런데 우유, 설탕, 콩 모두 식품이죠? 프레쉬는 먹는 성분을 화장품 원료로 쓴 최초의 화장품 회사이기도 합니다. 오늘날의 수많은 식품을 활용한 화장품의 원조는 프레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프레쉬에서 이들을 화장품 원료로 채택한 뒤 다른 화장품 회사들에서도 우유, 설탕, 콩을 이용한 수많은 제품을 출시했거든요.
물론 프레쉬의 '연금술'은 먹는 것에만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프레쉬의 가장 인상적인 라인은 바로 '크렘 앙씨엔느', 즉 고대의 크림인데요. 독서광이었던 레브가 책에서 우연히 2세기 로마 최고의 의학자 갈레노스가 검투사 상처 치료용 크림을 만들었다는 걸 발견하여 이를 재현해낸 제품입니다.
갈레노스의 크림 제조법은 수도원에서 전해 내려오고 있었는데, 중세시대에 책이 많이 불타는 바람에 이 크림을 만들 수 있는 수도사가 거의 없었다고 해요. 레브와 알리나는 1년간의 노력 끝에 제조법을 알고 있는 체코의 한 수도원을 찾아내어 그 곳에서 크림을 만들기 시작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