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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 Dec 15. 2019

취향 있는 남자들을 위한 브랜드, 라 뷔게르

남성의 라이프스타일을 섬세하게 배려하다

업계 종사자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에서 거의 하루에 하나씩 화장품 브랜드가 생겨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우리나라 뷰티 브랜드의 퀄리티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것 같고요.


새로운 도전을 하는 신규 브랜드들 중에,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흥미로운 아이들을 골라 하나씩 리뷰해보려 합니다. 이 시리즈의 첫 시작은 라 뷔게르(La Viguer)입니다.


라 뷔게르의 '오 드 뷔게르' 제품 ©라 뷔게르 인스타그램




화려하면서 모던한,

꾸밀 줄 아는 남자를 위한 브랜드


라 뷔게르라는 브랜드를 처음 접한 건 지인의 지인을 통해서였습니다. 제품을 처음에 보고 든 생각은 "올해 본 브랜드 중에 가장 '다른' 브랜드"라는 것이었죠.


지금 대세는 깔끔하고 통통 튀는 느낌의 브랜드들이죠. 밀레니얼 세대가 좋아할 만한 심플하면서도 위트 있는 느낌 말이에요. 라 뷔게르는 이 트렌드와는 어쩌면 정반대입니다.


클래식하고 중후한 느낌이거든요. 그러면서도 올드하다기보다는 현대적이고 멋스럽습니다. 이게 바로 화려함 속의 모던함, 라 뷔게르가 표방하는 네오클래식(Neoclassic)인 거죠.


신고전주의 양식, 즉 네오클래식하게 지어진 루브르 박물관 이스트윙 ©라 뷔게르 인스타그램


라뷔게르의 화장품은 성별 관계없이 쓸 수 있지만 메인 타깃은 남성인데, 라뷔게르의 화장품을 쓰는 남자들은 '남자 남자'하기보다는 세련되면서 자기만의 취향이 확고할 것 같은 느낌이에요. 소위 '좀 꾸밀 줄 아는 남자' 말예요.


이런 느낌을 받게 되는 건 네오클래식한 패키징뿐만이 아니라 향 때문이기도 한데요. 전형적인 남자 스킨 향이 아니거든요. 향수처럼 고급스러운 허브향이 나는데, 독한 느낌이 없어요. 물론 지성피부가 대부분인 남성들을 타깃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에탄올이 포함되어서 조금 알싸한 느낌은 있지만요.


향이 특히 매력적인 라 뷔게르의 제품 중 오 드 뷔게르 ©라 뷔게르 인스타그램




남성의 라이프스타일을 섬세하게 배려하다


라 뷔게르에서 현재 판매 중인 제품은 4가지예요. 저는 이 중에서 아래 3가지를 써봤고요.


크렘 드 뷔게르(Creme de Viguer) : 선크림

봄 드 뷔게르(Baume de Viguer) : 립밤

오 드 뷔게르(Eau de Viguer) : 애프터 쉐이브 겸 워터로션


왼쪽부터 봄 드 뷔게르, 오 드 뷔게르, 크렘 드 뷔게르 ©라 뷔게르 웹사이트


다 써보고 느낀 점은, 남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세심하게 살펴 만든 화장품이라는 것이었어요. 물론 여자가 써도 될 만큼 중성적인 느낌이지만, 남자들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제품 디테일 하나하나에 녹아 있었거든요.


예를 들면, 크렘 드 뷔게르 선크림은 에센셜 오일 기능과 선크림이 합쳐져 있어요. 즉, 보습과 선블록 두 기능이 합쳐져 있는 거죠. 그리고 한 번에 쓸 양만큼만 개별포장되어 있어서 마치 매번 샘플을 하나씩 뜯어서 사용하는 느낌이에요.


크렘 드 뷔게르 ©라 뷔게르 웹사이트


이 두 가지가 남자들에게는 굉장히 유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희 남편을 보면 스킨까지는 잘 바르는데 세럼이나 크림은 귀찮다고 거의 생략하거든요. 그러면서도 여름철에는 햇빛 때문에 피부가 따가워지니까 선크림은 챙겨 바르고요.


그러다 보니 가끔 수분이 부족할 때는 선크림이 하얗게 뜨는데, 크렘 드 뷔게르에는 보습 성분이 들어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게다가 샘플처럼 들고 다닐 수 있으니 바쁜 출근시간에 시간이 부족하면 하나 들고 가서 시간 날 때 바르면 되고요.


여자들은 대부분 보습크림까지 다 바르고 파운데이션 바르기 전에 선크림도 꼭 바르니, 선크림에 보습 기능까지 있을 필요도 많지 않고, 제품이 샘플 단위로 쪼개져 있을 필요도 없는데, 남자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유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크렘 드 뷔게르 ©라 뷔게르 인스타그램


봄 드 뷔게르도 마찬가지예요. 시중에 있는 립밤은 발색이 아예 없거나, 꽤나 붉게 되는 두 가지 경우밖에 없죠. 디올 립글로우 정도가 자연스럽게 발색이 되는데 그걸 남자가 들고 다니기엔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고요.


봄 드 뷔게르는 딱 그 사이에 있어요. 발색이 연하고 자연스럽게 되는 거죠. 남자들 입장에서는 혈기가 살짝 도는 정도로만 입술 색깔이 올라오니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입술에 딱 적당할 만큼만 생기가 돌죠.


봄 드 뷔게르 발색 강도 ©라 뷔게르 웹사이트


게다가 봄 드 뷔게르는 패키징이 심플한데 클래식해요. 여자가 들어도 좋지만 남자가 들었을 때 특히 더 멋스러운 느낌? 보통 립밤을 들고 다니는 남자들을 보면, '입술이 건조한가 보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고, '자기 관리 잘하네'라는 생각이 연이어 드는데, 봄 드 뷔게르는 '자기 관리 잘하네'라는 생각이 먼저 들 것 같달까요.


봄 드 뷔게르 ©라 뷔게르 인스타그램


마지막으로 오 드 뷔게르 워터로션은 라 뷔게르 특유의 향이 가장 잘 느껴지는 제품이에요. 허브향에 에탄올이 살짝 섞여서 산뜻하면서도 남자 느낌이 나는데, 그게 남자 화장품의 전형적인 향과는 거리가 있어요. 고급스럽고 은은하달까요.


그래서 제가 남자라면, 이걸 쓸 때마다 괜히 더 취향 있는 남자가 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아요. 개성 있는 니치 향수를 뿌리면서 느끼는 만족감 비슷한 감정이요. 오 드 뷔게르를 쓰면 점점 자기를 꾸미는 데 신경과 정성을 쏟게 될 것 같은 느낌이에요.

오 드 뷔게르 ©라 뷔게르 인스타그램




자극적이지 않은 화장품


저는 개인적으로 오 드 뷔게르 (워터로션) > 봄 드 뷔게르 (림밤) > 크렘 드 뷔게르 (선크림) 순으로 만족스러웠어요. 크렘 드 뷔게르는 제품력은 좋았는데 남자를 배려한 부분(선크림에 에센셜 오일을 더한 점, 1회분 용량으로 샘플처럼 나눠서 포장한 점)이 여성인 제게는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졌어요. 반대로 많은 남성들에게는 큰 장점이겠죠.


제 개인적인 선호도는 아래부터 위로! ©라 뷔게르 인스타그램


오 드 뷔게르는 일단 너무 예뻐서 손이 갔고, 중성적이면서 고급스러운 허브향이 쓸 때마다 기분을 좋게 해 주더라고요. 여성 화장품에서도 찾기 어려운 이 매력적인 향 덕에 하루의 시작이 더 즐거워졌어요.


저는 트러블이 아주 잘 생기는 민감성 피부인데, 세 제품 모두 자극적이지 않았던 점도 좋았어요. 세 제품의 모든 성분이 EWG 그린 등급이라는 점도 안심스러웠고요.


물론 에탄올이 들어 있는 게 양날의 검처럼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대부분 지성피부인 남성들에게는 플러스 효과가 크겠죠), 저는 워터로션과 선크림 모두 유분기 많은 티 존 위주로 발랐는데요, 워터로션은 특히 피부가 확실히 착 가라앉으면서 진정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오 드 뷔게르 ©라 뷔게르 인스타그램







라 뷔게르, 앞으로는?


라 뷔게르는 콘셉트가 맞는 곳 위주로 조심스럽게 확장하고 있는 중으로 보여요. 온라인으로는 자사몰과 마켓컬리가 주 판매처이고, 오프라인으로는 남성들을 위한 편집숍 하우디(howdy), 알란스(ALAN'S)와 스트리트 브랜드 편집숍 카시나(kasina) 등에 입점해 있죠.


라 뷔게르에서는 현재 순은으로 된 무려 65만 원짜리 주문제작 빗을 신제품으로 내놓은 상황이고, 두피 개선을 통해 탈모를 완화시켜주는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해요.


65만원짜리 주문제작 빗, 탈모완화 제품 아이디어 스케치 ©라 뷔게르 웹사이트, 인스타그램


남자들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섬세하게 배려하고, 다른 브랜드와 확실하게 구별되는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브랜드, 라 뷔게르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나갈지 궁금하네요.


라 뷔게르가 만들어지는 공간의 한 켠 ©라 뷔게르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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