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네가 성인이 되어, 혹은 더 성인이 되었을 때 도무지 삶의 지혜가 떠오르지 않는 순간
엄마의 글들을 이따금씩 펼쳐보길 바라며.
이 글은 너를 위해 쓰일거야, 하지만 세상의 또 다른 딸과 아들들도 이 글들이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오늘은 첫 글이니 엄마가 왜 너에게 '심리학'을 알려주고 싶은지 이야기 해볼까 해.
엄마는 대학시절 전공은 알다시피 심리학이 아니었어.
단지 교양 수업으로 약간의 심리학을 처음 접했지.
처음엔 약간 신기했어. 왜 뭔가 많이 알면 다른 사람의 심리도 꽤 뚫을 것 같은 그런 학문에 대한 신기함이었어.
그 이후로 엄마는 심리학을 잊었어. 엄마는 이십 대, 한 창을 즐기며(?) 살았던 그 시절, 내면을 공부하는 학문 따위보다 얼마나 많이 연애하고, 어떤 일이 돈을 잘 벌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취업이 더 중요했거든. (엄마에게 사랑과 돈은 여전히 중요하단다!) 엄마의 심리학 공부는 한참이나 돈을 벌고 난 후, 결혼을 기점으로 시작되었어.
한참이나 돈을 벌고 있을 때, 엄마는 유독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 당연히 감정 기복이 아주 심했지.
남들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에서 엄마는 조금도 행복감을 느낄 수가 없었어.
세상 모든 불행을 껴안고 사는 것처럼, 엄마는 자주 아팠고 우울했다.
나중에 이야기 하겠지만, 딸아 네 몸이 보내는 아주 작은 신호도 절대로 무시해선 안된다. 하다 못해 조그만 혓바늘이 돋아도, 손톱 끝이 갈라져도 네 몸이 너에게 불편한 감정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있는 것을 수도 있어.
어쨌거나 엄마는 종종 아팠고, 그때부터 엄마의 마음 속 사춘기가 시작되었단다. (엄마는 그 전까지 사춘기가 없는 나름 착한 딸이었단다.)
좋은 직장에서 돈 벌고 적당한 남자와 결혼해 살길 바라는 너의 할머니 할아버지와, 왜 나는 여지껏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나도 하지 못하고, 아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고 행복하지 않은 일만 하고 있는 엄마 자신과의 괴리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졌다.
그리고 결국, 엄마는 번 돈으로 학비를 충당하고 심리학을 전공으로 대학원에 들어 갔지. 이게 불과 이십 대 후반의 일이었어. 부모님의 뜻을 거절하고 처음으로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한 그 날, 그 날의 선택은 엄마의 인생을 변화시켰다.
심리학이 어떤 학문인지 알고 있니? 心理學 한자로만 본다면 마음의 이치를 연구하는 학문, 혹은 마음을 다스리는 학문 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구나. psychology 영어로 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 psycho 흔히 말하는 정신병자인 그 사이코가 이 사이코가 맞단다. 확장되서 사용되고 있지만 원래는 영혼, 정신을 의미하는 원어에 학문을 뜻하는 -logy가 붙어 심리학이 되었지. 이렇게 해석하고 보면 뭔가 영적이고 약간 야매 느낌이 폴폴 나는 학문 느낌이 나는 것 같지? 하지만 심리학은 '심리 과학'이라고 표현할 만큼 과학적인 학문이란다.
수치화 하거나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눈에 보이게 만드는 연구를 하는거지.
이를테면 이런 거야.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직업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을 연구하는 거지. 심리학이 발전 되는 기간동안 수많은 심리학자들이 자신들의 주제를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발표 했고 그 중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다양한 이름들이 있지. 프로이트, 아들러, 융, 로저스, 마틴 셀리그만 등등.
엄마는 앞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거야. 심리학에서 그 사람의 이론을 공부한다는 건 매우 중요해. 하지만 '아, 이 사람의 이론은 이렇구나.' 에서 그친다면 그건 인생을 살아가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단다. 그런 이론적 정보는 이미 스마트폰만 켜도 쉽게 알 수 있는 것에 불과해.
중요한 건 그 사람들의 의식 수준과 비슷하게 되기 위한 철학적 시선을 높이는 게 중요한 거지. 이론을 지나치게 맹신할 필요는 없다. 물론 이것은 엄마의 의견이야. 엄마는 학자가 될 팔자도 아니고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으로서 심리학은 나 자신을 알고 느끼기 위한 도구일 뿐이거든. 지나치게 학자를 아는 것보다 그저 이 이론들을 네 삶에 적용해 보고 통합해 보는 것이 인생을 살아갈 때 더 도움이 되더구나.
엄마가 너에게 심리학을 알려주어야 겠다고 생각한 건, 자신을 공부하기 위한 이 좋은 학문을 엄마는 대한민국의 교육과정에서 한번도 배워 본적이 없었다는 거야. 사회 영역에 나오는 윤리과목에서 철학자의 이름을 달달 외운 정도?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에 엄마 시대에는 아무도 이런 교육을 해주는 이가 없었어. 혹시 모르지. 네가 성장해서 학교에 다닐 때 쯤에는 정말 대한민국의 교육이 정신을 차려서 수학만큼 중요하게 '마음공부'라는 교과목이 생기게 될지!
인터넷에 넘치고 넘치는 심리학 강의와 정보들을 모두 뒤로 하고, 엄마는 너에게 정공법과 융통법(?)을 모두 사용하여 인생에서 꼭 반드시 알아야 할 심리학, 마음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