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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로큰티팟 Jan 07. 2020

주류 VS 비주류, 당신의 선택은?

본격 육아 돌입-나와의 타협이 필요한 순간들 (교육편)

돌이 지난 아이의 신체 + 인지 발달 속도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를만큼 빠르다. 

걸음마를 떼기 시작하자 스스로 걷고 싶어하고, 기는 속도도 굉장히 빨라졌으며, 쇼파에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한다. 인지 능력은 매일 놀라울 따름인데, 인형들의 이름을 구분할 줄 알고, 장난감 비행기 버튼을 눌러 소리가 나면 창 밖을 향해 손을 가리킨다. (집 근처에 공항이 있어 비행기가 자주 지나간다.) 본인이 좋아하는 책을 가져와서 읽어달라고 하고, 특정 캐릭터를 선호하는 취향도 갖는다. 이런 변화들이 불과 2-3주 사이에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체력의 한계는 물론이거니와, 앞으로의 아이 발달 속도에 대처할만한 지식을 내가 갖추고 있는지 자신이 없어졌다.

무엇보다 아이가 똑똑해지면서, 무엇을 가지고 시간을 보내주어야 하는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사물과, 환경,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이제 정말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고, 가르쳐주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주변에 물어보니 그럴때 필요한게 바로 '전집'이라 했다.


전집이라- 

친정에는 아직도 내가 펼쳐 보지도 않은 새하얗고 권당 8cm는 족히 넘을것 같은 위인전 시리즈가 책꽂이에 장식처럼 꽂혀있다. 내가 생각하는 전집이란 그래서 불필요하고, 비싸기만한 쓸모없는 책이었다. 그치만 그게 내 아이에게 필요하다고? 반신반의한 마음이었는데, 때마침 코엑스에서 유아교육전 [이하 유교전이라 부른다]을 한다기에 남편과 함께 방문해 보았다. 그야말로 별천지의 세계로 발을 들이게 된 시작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엄청난 인파에 주눅이 들었다. 부스마다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고, 두손 가득 무언가를 들고 있는 인파속에서, 무엇인가를 사야만 할것 같은 조바심과 정보의 부족으로 인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빼곡하게 줄지어선 사람들 틈으로 들어서서 귓동냥으로 들어보고 살펴보고, 상담도 받아보니 내 때와는 완전 다른 종류의 전집들이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퀄리티 좋은 책에, 마치 영화를 보는것처럼 소리가 나도록 작동하는 펜이 동봉되고, 각종 교구들이 묶여 있는 전집 세트들이 상담을 받고 받아도 그 전시장에 있는 모든 부스를 돌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그게 첫번째 충격이었다. 한살 밖에 안된 이 어린아이를 교육 시킨다고? 싶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대부분의 업체의 교육 시스템에 baby용은 있었다. 그래서 수 없이 영업 당했다. 


두번째 충격은, 전시 부스에 50프로 정도는 '영어 교육'에 관한 업체들이었다는 점이다. 

'3세 이전, 아이의 두뇌가 폭발적으로 성장한다는 것과, 정서적 안정이 형성되는 시기이므로 부모와의 애착 형성에 가장 힘을 기울여라!' 라는 정보는 이젠 눈감고도 말이 줄줄 나올만큼 익숙하다. 그래서 지난 1년간 많이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같이 시간 보내려 애썼는데, 영어 부스에서는 또 그 이론을 언어 발달과 연결 시켜 설명을 하는게 아닌가. 아직 한글도 모르는 아이에게 영어를 모국어로 받아들이게끔 교육을 시키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직원과 대화를 하면서, 내 머리가 이상해지는것 같았다. 실로 그녀는 내게, 부엌에서 혼자 영어로 이야기를 하는 아이의 영상을 보여주며 "이 아이는 36개월 입니다. 벌써 이렇게 혼자 말이 트여 영어로 이야기를 하지요. 우리 아이도 빨리 시작 해야 해요!" 고 강조했고, 나의 아이는 그녀의 짧은 테스트에서 이미 한국어를 모국어로 인지했음을 들켰다. (이게 마치 잘못인 것처럼) 


나 역시도, 내 아이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외국인이라서, 혹은 외국에 나갈 일이 있는데 언어가 되지않아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좌절하는 일은 없길 바라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저 사고가 정상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다. 실로 영상속에서 혼자 영어를 중얼거리는 그 아이의 모습을 뒤에서 촬영한 부모는, 그 아이의 그런 반응에 바로바로 답을 해줄 수 있었을까? 그게 가장 궁금했다. 대화는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이가 나보다 영어를 잘 구사한다해도 내가 그 능력을 끌어올려줄만한 실력이 되지 않는다면 언어 교육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었지만, 아무 말을 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영업직원들은 하나같이 왜이렇게 말들을 잘하는 건지.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상담 받는 수 많은 나같은 엄마들이 계약서를 쓰는 모습을 보면서 조바심이 생기는 걸 피할 수가 없었다. 그날은 우선 부스에서 상담 받으면 나눠주는 영어 쌤플 CD와 브로셔들을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과 고민끝에 아이에게 도움이 될만한 한글 전집을 하나 신청을 했고, 최근까지 꽤 만족하며 읽히고 있으나 영어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교육에 있어서 주류와 비주류를 나눌수 있으려나. 교육에 관해서만큼은 비주류는 없는것 같다.  가르치고자 하는 열망은 모두가 주류일 것이며, 선택하는 것의 시기와 방법만 각자 달라질 뿐이겠지. 그럼에도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부모의 주관이 뚜렷하게 있어야 함을 느꼈고, 또 그 시기가 아이가 초등학생도 아닌, 당장 지금부터여야 한다는 점도 뼈저리게 체감할 수 있는 계기였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랬다고, 다음번 유교전에 갈 때까지는 많이 공부해서 이번에 느낀 이 패배감을 무찌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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