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센터에서 마음맞는 엄마 사귀기
아이가 7개월이 된 이후로 쭈욱 문화센터를 다녔다.
나의 연고지가 아닌 곳에 집터를 잡고 살아가면서 홀로 육아를 하는 일은 결코 녹록치가 않았고, 주변에서 다들 그러하듯 나도 문화센터에 다니게 되었다. 아이의 오감 발달을 목표로 일주에 한두번 정도 40분에 해당하는 수업을 들었지만, 주 목적은- 수업 끝난 후, 엄마들과의 사교모임이었다. 이동네에 우리 아이와 비슷한 개월수의 아이를 키우는 육아동지를 사귀고 싶었다. 그래서 초반엔 열심히 참여했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모임 참여가 꽤 순조로웠다. 아이에게 낮잠시간이 항상 있었고, 유모차에 가만히 누워 있어 주었기에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는 그 시간이 그렇게 꿀 같을 수가 없었다. 집에만 있으면 남편 퇴근시간만 기다렸을텐데, 공감대 형성이 무궁무진한 엄마들끼리의 만남은 즐거웠고, 그렇게 아이랑 단 둘이 가기엔 민망했을 디저트파는 까페에서 여러종류의 디저트도 시켜 먹고 그렇게 오후 시간을 보냈다.
그렇지만, 그 모임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문화센터는 4분기로 움직인다. 보통 세달정도를 한학기로, 계절마다 수업이 바뀌는데 그러다보니 이번에 이 수업을 들었다해서, 다음학기에도 같은 수업을 듣는다는 보장도 없고. 또 엄마들과의 모임 유지를 위하여 다양한 수업이 존재하는데 아이를 같은 수업에만 참여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다 각 엄마들 저마다의 사정으로 - 복직, 이사, 어린이집 등원 등으로 자연스럽게 한 계절의 수업이 끝나게 되면 모임이 해체되고 말았다.
만일 너무 친하고 싶은 엄마가 있었다면 같이 수업을 듣자고 추진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세달간 몇시간씩 매주 같이 시간을 보냈어도 그 말 만큼은 조심스럽고 쉬이 나오지 않았다. 회사에서 만난 타부서의 누군가와 이렇게까지 커피를 마시고 시간을 보냈으면 엄청 가까워졌을텐데, 엄마들 사이에는 무언가 보이지 않는 벽같은게 존재하는것 같았다. 마치 주중 이 무료한 시간을 함께 보내는 데에는 모두가 공감하면서- 그외에 일상까지 공유하는 친한 사이는 되고 싶지 않다고 거리를 두는것처럼 말이다.
처음엔 이러한 패턴에 당황했지만, 금방 적응했고 그렇게 3개월의 만남들에 익숙해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런 관계가 편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서로에게 부담없고, 심심하지 않게 시간만 보내는 적당한 관계들. 그런데 한번 그 마음이 불편해졌던 때가 있었다.
지난 여름학기 문화센터 종강을 한주 앞둔 어느날, 수업 끝난 후 한 엄마가 내게 저벅저벅 다가와 "다음주 종강에 커피한잔 하시죠?" 고 말을 걸었다. 그 엄마와는 엘리베이터를 한번 같이 탄 경험이 있었을 뿐이었는데, 내게 용기내서 말을 해준게 고마웠고 잠깐이었지만 그녀와의 대화가 재미있다고 느꼈었다. 그녀가 우리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란 이야기까지 들었을 땐 마음 한구석에 불빛이 반짝였다. 오- 내게도 이제 아파트 육아동지가 생기는구나! 하고.
엄마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은 느낌이었는데, 3개월보다는 조금 더 깊은 사이가 될지도 모른다고 내심 기대했는데, 그녀는 그 다음주 종강 수업에 나오지 않았고. 그렇게 또 사라져 버렸다.
나와 아무 사이도 아니었는데 바람맞은 이 기분은 무엇인가- 꽤 오래 찝찝했다.
아무리 쿨한척 하려해도, 이런 대인관계는 여전히 초짜 엄마인 내게는 어렵다. 이런게 익숙해지긴 하는걸까?
엄마가 되려면, 이런 일회적 관계들에 큰 의미부여를 하지 말아야 맞는걸까?
앞으로도 수많은 관계들을 새로 맞이할텐데 벌써 두려워진다. 겉은 너무도 친절하지만 속은 차가운 그 관계들 속에 놓여지는 것이.
다음 학기에는 마음 맞는 동지를 사귈 수 있으려나. 나는 또 문화센터 강좌를 찾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