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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 May 14. 2016

고효경의음악상담소

THE BIRTHDAY CONCERT

몇 년 전 몸에 마비가 온 적이 있었다.
손목에 물혹 같은 것이 생기더니 몸에 마비가 진행되었다.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해 여러 곳의 병원을 찾아다녀야 했다.
제발 병명이라도 알고 싶었다.

그 당시 병원에서 피검사, 소변검사, X-ray 그리고 CT까지

검사비용도 만만치 않았지만 혈관이 모두 터져 두 팔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혈관조영술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변을 미리 보고 속옷을 벗고 환의만을 입고 수술대 위에 누워있었다.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몇 해 전 병원에서 맹장염을 오진하여 시간을 지체하는 바람에

맹장이 터져버려서 염증이 장기로 번진 상태에서 배를 가른 적이 있었다.

"또 오진은 아니겠지?"


내가 누워있는 침대로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들이 다가왔다.

내 혈관 X-ray, CT촬영을 보며 의학 전문용어로 내게는 암호로 들리는

무언가를 실행하고자 의견을 조합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중 제일 연장자로 보이는 의사 선생님께서 내게 말을 건넸다.


"검사가 끝난 후 뚫은 혈관을 눌러서 모래주머니를 8시간 정도 올려놓아야 합니다.

 간호사가 혈압과 맥박을 수시로 잴 것입니다.

이때 가슴에 통증이 있거나 불편한 점이 있으면 얘기하세요.

퇴원은 내일 하셔야 합니다."


"선생님, 죄송한데... 저 내일 방송이 있는데요..."







죽어도 노래하다가 죽어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다음날 나는 병들고 약했지만 마지막 무대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한 음 한 숨에 정성을 다해서 노래를 불렀다.


그즈음에 나는 한 의사 선생님을 소개받았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혈관수술을 집도한 외과 전문의였다.


"무슨 필요 없는 이런 많은 검사를 받았어요? 문제의 원인이 혈관에 있네요"
의사 선생님께서는 문제의 현관이 정맥인지 동맥인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하시며 3개월 정도 더 지켜보다가 증상이 악화될 경우에

수술을 하자고 하셨다.

"그런데 수술을 하고 최악의 경우 생명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고,

장애를 갖게 될 수도 있어요"


시한부 인생 3개월을 선고받은 느낌이랄까?



3개월의 시간이 흘렀고

예약 날짜에 맞춰 다시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나의 문제가 되었던 그 혈관의 검사 결과 아무런 문제도 발견되어지지 않았다.
막혔던 혈관의 "혹인지? 또는 물인지?" 모를 그 물질의 원인도 사라지게 되었다.
수술도 약물도 투여하지 않았지만 혈관의 피가 막힘없이 정상적으로 흘렀다.

비록 오른쪽 팔에는 여전히 불편함이 남아있지만 살아가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는 결과를 듣게 되었다.  



병원을 나오는 길,
3개월 전에 같은 길을 걷던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다.  
죽음과 삶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되었던
아픔의 시간이 나에게 준 메시지

그리고 나의 삶...



2015년 5월 8일 내 생일날


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나는 노래한다.

"마음도 몸도 아프지 마세요. 당신의 삶은 소중합니다."



2016년 같은 공간, 버스킹


그렇게 시작된 내 생일날에 콘서트


길을 걷는 사람과 길에 멈춰 선 많은 사람의 눈인사와 미소
그리고 그들의 스마트 폰에 담긴 나의 모습과 노래가

우리 모두에게 아름답게 추억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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