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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 May 25. 2016

고효경의음악상담소

7평 남짓한 골방에서 시작된 노래

나는 알래스카에서 죽었다.


10년 전 라면 다섯개를 사다가 여덞아홉명이 나눠먹었던

그 시절에 만났던 스승님께서 이메일을 보내셨다.

급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이메일에는 알래스카로 가는 길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 알래스카행 전자항공권 (e-티켓)이 내 메일에 담겨있었다.


한국에서 진행 중인 일들을 후회없이 정리하고

나는 알래스카로 떠났다.




알래스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7평 남짓한 내 방에 찾아오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의 노래를 듣기 원할때 내 마음다해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었다.



알래스카 그 차디찬 공기 안에서 만났던 사람들

그러나 그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따듯하고

때로는 더웠다.




여행이 끝났다.


"아저씨~ 저 한국으로 돌아가요

정확한 날짜가 언제인지는? 모르겠어요

 토요일에 아저씨 집에 초대해주셨는데,

못 놀러 갈 것 같아서..."

더 말하면 울것 같았다.  

얼른 음반을 아저씨 호주머니 속에 구겨 넣었다.


마무리하지 못 하고 떠나왔던 한국에서 음반이 도착했다. 송구영신 예배 때 드리고 싶었던 나의 선물이었다.


아저씨도 내 어눌한 영어 발음 속에서

 무언가를 느끼셨다.

"왜? 갑짜기? 우리 와이프가 한국 가수 본다고 얼마나 기다리는데..."

아저씨는 나의 눈물을 숨겨주듯이

나를 꼬옥 안아주셨다.


그날 밤



나는 잠옷으로 갈아 입고 침대에 누웠다.

잠들기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생각이 많아서 꿈 속에 숨고 싶었다.

그때 누군가 내 방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아는 사람의 얼굴이여서 나는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



단기기억상실

이제 나는 어떡하죠?





정신을 차려보니 한국으로 가는 두번째 경유지다.

수화물을 찾아서 다시 옮겨야 한다고 했나?

한국에서 찾으면 된다고 했나?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그 사이, 나의 발이 인천공항에 닿았다.

"어디로 가야하지?"


돌아온 자리에서 알래스카를 묻는 이들이 많았다.

기억나지 않는 일들에 대해

대답해 줄 수가 없었다.

따듯한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한국에서 제일 따듯한 곳이 어디일까?"


제주도!



겨울, 제주는 추웠다.

슬라브 지붕 위로 걸어다니는

제주 바람은 사납게 시끄러다.

밤마다 잠 못 드는 나에게

 제주 밤 바다는 파도 이불을 덮어 주며

이제 깊은 잠을 자라고 엄마 품을 내어주었다.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내 마음은

 "누군가 나를 좀 안아주었으면..."



벌레, 그놈!


알래스카에서 머물던 마지막 숙소는

낡은 원룸이었다.

난방 없는 집에서 살고있다는 내 소식을 들은

어느 착한 부부가 감사하게도

내가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 머물라고

공간을 내어주셨다.

침대 없이 낡은 카페트 위에서 잠을 잤는데

빈대인지? 진드기인지?

눈으로 확인 할 수 없는 벌레가 나를 밤 마다 괴롭혔고

낮에는 벌레가 물어 놓은 내 살을 끍어내는

내 행동에 괴로웠다.



제주에서 낯선 사람들을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났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처음 만난 이들이

제주에 온 사연을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우리는 고요해지다가 이내 울어버렸다.

그날 밤 내 머릿속 벌레가 저들에게 옮겨졌다.


제주의 봄은 여전히 추웠지만

봄 바람, 그 온기가 마음에 스며들었다.

나는 숙소를 여러곳으로 옮겨다녔는데

때 마다 아픈 청춘들을 만났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청춘들이

제주에 봄이 왔는데도 얼굴은 겨울이었다.


게스트하우스에 조식은 스스로 만들어 먹어야했는데

나는 일찍 일어나 팬에 기름을 두르고 계란 옷에 식빵을 입혔다.

그리고 어젯 밤 내 머리 위에서 날이 새도록 흐느껴 울던

 그녀의 머리 맡에 빵과 함께 메모를 남겨두었다.


"조식 먹고 자요, 저는 우도로 갑니다."

제주 우도, 아무도 모르게 돌담 속에 핀 유채꽃 / 2015


제주 우도의 올레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길을 걷다 마주친 돌담 속에 핀 유채꽃이 나를 보고 웃었다.


"너의 향기를 맡고 너인지 한 눈에 알아봤어...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

그 곳 골짜기에 너 홀로 피어있었지?

내가 너를 보고있었어...

너의 향기가 너무 따듯해서..."




알래스카 그리고 제주도에서 읍조리던 멜로디, 나에게 돌아왔다.




그날의 기억이 노래가되어 목소리를 되찾은 후...

나는 이제 울지 않는다.



2016년 5월 25일 수요일

동백섬에서 고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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