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는 라틴어의 '새벽'
알래스카 겨울의 태양은 3시간 남짓 내 몸에 다 세어들어오지도 못한 체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 새벽, 38도 이상의 고열을 동반한 뜨거운 코피가 입술 끝에 닿아 쏟아져내렸고 두려운 감정으로부터 온 호흡곤란이 일었다. 한국에서 이야기되었던 홈스테이가 앵커리지 공항서 짐을 다 찾은 그때에 문제가 생겼다는 통보를받고 급하게 숙소가 옮겨졌고 내 몸도 옮겨졌다.
내가 내려진 그곳은 이름도 기억이 가물거리는 시니어 아파트였는데 나는 그곳에서 잠정적으로 열흘을 머물러야 했다. 짐을 풀지도 못한 체 잠을 청해야 했는데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이 간신히 들려고 하는 그때에 화재경보기가 울렸다.
빌딩을 흔드는 사이렌 소리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급하게 어디론가 달려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공포의 잠식.
그리고 들여오는 내 방 가까이에 발자국 소리. 누군가 내가 누워있는 방문 손잡이를 거칠고 사납게 돌리고 두드리다가 포기한 체 다른 방으로 떠났다.
불, 보다도 무서운 공포에 나는 바짝 얼었고 손잡이 문을 잡았다.
그리고 심하게 요동치는 내 심장을 먼저 붙잡았다.
알래스카에 발을 디딘 지 단 몇 시간 만에 불에 타서 죽겠구나...
방을 돌아다니며 문을 두드리던 소리도 멈추고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도 사라졌을 때
나는 창가로 걸어가 추위에 얼어서 열리지 않는 창을 몸으로 힘껏 밀어서 열었다.
코끝이 시리다 못해 쓰라린 알래스카의 새벽바람이 방안으로 몸이 아리게 들어왔다.
안경을 안 써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희미하게 저 멀리서 앰뷸런스 소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대각선으로 보이는 빌딩 로비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여서 계셨는데
한국에 민방위 훈련의 날에나 볼 수 있는 대피훈련을 하고 계셨다.
그나저나 이 빌딩에는 나만 남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