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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 Jul 13. 2016

고효경의음악상담소

고효경의 음악 상담소가 뭐냐고?


내가 다시 노래를 시작했던 그날에 같은 공간에서 <박주현의 노동의 미학>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망치 또는 가위 등의 연장들이 쓰다가 망치의 머리가 나가고 가위에 이가 나가 더 이상 쓸모없어진 것들을 작가는 찾아내어 그의 손에서 하나의 독특한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머리가 나간 망치는 사람을 세우는 기둥으로  이가 나간 가위는 새가 되어 날고 있었다. 닳아 없어진 것과 남은 것, 쓸모없음에 쓸모 있음, 폐기처분을 기다리던 낡은 도구를 찾아내어 스토리를 만들어낸 그의 작품이 나에게 웃으며 말했다.


          너도 누군가의 손에서 다시 창조되어지고 있는 시간이라고 느껴지지 않니?

너도 누군가의 손에서 다시 창조되어지고 있는 시간이라고 느껴지지 않니?


"우울증은 심리적인 병이고 어두운 밤은 영적인 시련이다"                                                        (토마스 무어)


낮과 밤의 구분이 묘연해진 어느 날 나는 상담소를 찾았다. 상담소의 문을 내 손으로 열기까지 나는 어제 먹었던 소량의 수면제 성분이 발가락 끝과 손가락 끝에 남아 몽롱한 상태였다. 상담 시간은 낮 12시. 10분 일찍 도착한 나는 상담소 문 밖을 서성였다. 상담소 문 안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세어나왔다.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상담소 문 앞에서 두 발을 멀찍이 떼었다.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니 긴 창이 나 있는데 창 밖으로 강남의 빌딩 숲이 보였다. 나는 창가로 한 걸음 또 두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빌딩과 빌딩 사이 나무 한 그루 비좁고 들어갈 자리 없이 박혀있는 저 공간 속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정오의 햇볕이 내 눈에 닿을 때 십 분이 지났는지 상담소 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그 목소리의 남자를 보았다. 고개를 숙이고 엘리베이터까지 땅만 보고 가는 저 남자.


                                            저 남자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남자가 문을 열고 나와서 문 앞에서 나를 마주하고는 부끄럽지 않게 하기 위한 나의 작은 배려로 나는 그대로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가 나가면서 열어놓은 상담소 문 손잡이를 내가 잡고 문 안으로 들어가면서 나는 상담소 문을 닫았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효경 씨 오셨어요?

(선생님은 언제나 자리에서 일어나 따듯한 환대로 나를 맞아주셨다. 그래서 그나마 나는 마음이 편했었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사이는 너무 가깝지 않은 그러나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그리 멀지 않아 내가 굳이 몸을 숙여서 상담자에게 말할 필요는 없었다. 가을을 지나 겨울을 만나는 시간을 보냈는데도 나는 여전히 말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다시 꺼내어 과거 어느 시점에서 나를 만나야 한다는 게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날도 여전히 아무 말 없이 몇 분이 흘렀고 느리고 뻑뻑한 초침이 예민한 내 귓가에 닿아 심박수를 자극했다.

이 시간은 효경 씨 시간이에요. 편하게 말씀하시면 돼요. 지난주는 어떻게 지냈셨어요?

지난주 우리 이야기했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좀 실행해 보셨어요?

그날 후로 예전 같은 일이 또 일어날까 봐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어요. 몇 년 전 지금같이 비슷한 모양의 어려움이 있어서 제주도로 도망간 적이 있었어요. 그곳에서 조금이나마 심리적인 안정을 찾았다고 생각해서 서울에 올라온 건데... 다시 정체모를 불안정한 느낌이 올라와서 며칠 밤을 제대로 못 잤어요. 며칠 안으로 결정하고 진행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혼자서 하려니 일도 많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일이기에 관계적인 면에서도 힘드네요.

실력도 능력도 없는 제가 너무 나대는 것 같고 스트레스가 몰려와서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지난번 선생님과 일상에서 실행해 보기로 했던 부분은 또 못했어요. 그냥... 제가 다 잘못했다 했어요... 실상 나는 잘 못 한 게 없는데... 그냥 그렇게 말하는게 편했어요... 상대가 빨리 불편한 마음을 풀어야지 제가 마음이 편해서요.어떻게 보면 모든 게 다 내 탓 아니겠어요? 저작권 관련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행정적인 부분은 모르겠고 너무 복잡하고, 아무래도 제 몸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호르몬이 없는듯해요.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로 무언가 막혀오는 느낌이랄까? 지난주는 일주일 통틀어서 몇 시간 못 잤어요. 어젯밤은 도저히 버티기가 힘들어서 수면 유도제를 먹고 그냥 자 버렸어요. 사실 지금도 몸은 자고있고 머리만 깨어있네요.


효경 씨 잘 못이 아니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요. 그 부분을 치유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비교적 적다고 봐야 해요. 그런데 효경 씨는 그 상처를 단지 효경 씨 편하자고 낫기를 바라는 게 아니잖아요. 그 상처를 넘어서 또 누군가를 돕고 음악을 만들고 또 누구를 도울 생각을 하고 계신 효경 씨는 그게 대단하고 아름다운 거예요.  


잘 하고 계시는 거니까 용기 내세요!!!


선생님 종교가 있으세요?


종교라면 기독교인데 한참 동안 교회를 안 나갔어요, 교회는 영이 맑은 사람이나 신을 만나고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세상에 찌들어 자기 실속 다 챙기고 뭐 그렇게 살면서 신을 믿고 안다고 말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가 내 앞에서 처음으로 허탈한 듯 그의 잇몸을 다 보이며 웃었다.)

효경 씨는 제가 보기에 신을 만나는 사람 같아요, 그리고 저도 학술지 준비나 방송에 나가서 상담하기 전 날은 잠도 못 자고 소화도 안돼요. 내담자들 중에 예술가들이 더러 있는데 그분들도 다 효경 씨 같은 어려움으로 고민이 많더라고요, 제가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어 드릴 테니 기운 내세요. 효경 씨.

상담을 통해 특별히 어떤 변화를 바라는 건 아니었는데, 선생님 만나고 나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어요. 저의 훈련된 감정의 절제는 상대가 상처받을까 봐 그때그때 표출해내지 못하고 마음 어느 칸에 넣어두었어요. 그게 성숙함이라 생각했고 또 저도 괜찮은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비슷한 감정을 만나게 되면 잠을 못 자게 되었어요.  바보같이 저는 또 나보다 상대를 더 걱정하게 되는 거예요.  난 괜찮다고 신경 쓰지 말라고 그런데 너는 괜찮냐고? 사실 저는 안 괜찮았어요. 저 바보 같지요?


바보가 아니라, 효경 씨가 너무 착해서 그래요.




 나의 외로움과 불안이 밤을 삼켜버린 그 날과 밤들이 담긴 나의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공간에 너와 나 단둘이 만나 누구에게도 하지 못 했던 말과 말 사이에서 내가 너에게 불러주는 노래. 네가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내가 너의 상담자가 될 수도 있고 네가 나의 상담자가 될 수도 있는 그 이야기의 노래들을 모아서 이렇게 앨범에 담았다.


 너도 누군가의 손에서 다시 창조되어지고 있는 시간이라고 느껴지지 않니?

그 목소리를 따라...


나를 사랑해준 사람 나를 아프게 한 사람 그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습니다.


2014년 제주도에서 들었던 그 풍경은 제주 바람을 만나 소리를 내었고 오늘 집 앞 호숫가에 물고기는 물을 만나 헤엄을 치고 있다. 씨앗이 흙을 만나 싹을 내었던 그날에 나는 너를 만나 나의 노래를 부를 수 있었고 너는 오늘 또 다른 시간에 나의 이야기를 읽고 있겠지? 내가 물 같이 쏟아지고 점점 내 모습 사라져갈 때 나는 노래를 불렀다. 알래스카에서 노래가 위로 올라가는 연기를 보았는데 그 연기가 내가 제주도에서 노래를 부를 때 다시 내게로 내려왔다. 나는 내 노래를 만들기 전 내가 날 알아서 내 노래에 자존감이 없어서 나는 내 노래를 부를 때마다 많이 울었는데 노래가 위로가 되어 나를 끌어안았던 그날 밤부터 나는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잠이 든다.


     고효경의 음악 상담소가 뭐냐고?


내가 장미 가시꽃을 붙잡고있네요. 가시에 찔려도 난 상관없어요.

장미꽃 가시에 상처를 뽑으시는것이 그대의 뜻임을 알았습니다.

당신은 나의 꽃이니 나는 당신을 내 몸에서 붙듭니다.


가시같은 사람들이 날 아프게했던 것은 그대가 나에게 주신

선물이셨다는걸 알려주셨죠.

사람이 보지못하는 곳에 백합꽃이 피네요.

그러나 그 향기는 숨길 수 없네요.


치유의 노래가~  평화의 노래가~

광야의 꽃의 향기로 계곡의 꽃의 향기로

치유에 샘물로 흐르고 곁에있는 잡초가 뽑히며

아름다운 향기를 날리는 치유의 노래가되게하소서...

(아가 2장, 시편 3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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