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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 Apr 13. 2023

어느 날, 알래스카에서 노래가 나를 찾아왔다.

제4화 추수 감사절

나무 벽돌 건물 앞에서 네이베이션이 멈췄다. 관리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뛰어온다.

“한국에서 가수라고 들었어, 아내가 K팝을 엄청 좋아하거든” 내가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캐리어를 꺼내 뛰신다.

화씨 59도 한파에 멈칫하다가는 동상에 걸릴 테니

우리도 같이 뛰었다.


삐걱삐걱 걸을 때마다 나무 바닥의 소리가 으스스하다. 방문을 열자 온기가 베인 나무집 냄새가 난다.

부엌 하나, 샤워실 그리고 다섯 평 남짓한 방.

그때 전화벨이 울린다.


“선생님 집 어떠세요? 우리 집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니 저녁은 우리 집에서 드세요” k 어머니의 목소리다.

통화소리를 들었는지 k는 배가 고프다며 재촉한다. 이렇게 활동적인 아이가 몇 년 동안 방에서 나오질 않았다고?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k에 집. 알래스카의 눈처럼 하얗고 예쁘다. 집 안에서 나를 반긴 건 지난 짬뽕 집에서 만난 아이들이었다.


땡스기빙 디너(thanksgiving dinner)

오늘이 땡스기빙데이 추수감사절이라 한다.

칠면조 구이와 매쉬드 포테이토, 호박파이 그리고 드디어 알래스카 연어를 영접한다. 한국의 추석 풍경 같다. 이야기가 깊어간다. 세 번의 이사 이유를 듣는다.


나를 콜링한 선배가 교장이 되면서 기존에 체계를 없애고 이에 반대하는 부모들과 다툼이 생겼다.

부모들이 학교를 떠났고 교장에 위신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국에서 학교 실태를 체크하러 일 년에 한 번 감사가 온다.

그때 학생들이 향상 음악회를 여는데 지도 선생님이 사표를 냈단다. 공석을 채울 교사가 필요했고 그 자리에 적임자가 나였다.  


공항에서 만난 선배의 말이 생각났다. “여기 사람들 다 좀비니까, 백신 있는 네가 스스로를 챙겨야 해”

48시간을 날아온 나에게 첫인사가 좀비였다.

몸도 피곤했지만 사뭇 달라진 모습에 선배의

말을 귀담아듣지 못했다.


교장은 학생들의 옷 라벨을 체크고 “샤넬이네”,

“루이뷔통이네” 하며 명품 입은 아이들만

사람 취급을 했단다.


십 년 전 선배를 기억한다. 수업 후 차비가 없어 서너

정거장을 걸어도 음악 이야기로 좋았다.

사람을 살리는 뮤지션이 되자고 격려하던 사람이었다.

공항에서 선배가 말하던 좀비는 여기 사람들이 아니라 자기 자신인걸 본인만 모르고 있었다.


집에 가서 먹으라고 k의 어머니는 음식을 싸주셨다.

혼자 먹기엔 아까운 맛이다. 숙소에 돌아와

관리인 아저씨께 음식을 나눠드렸다.

음식을 받아 든 관리인 아저씨가 나에게 말한다.  


“에스키모인은 고독할 때 무작정 걸어,

얼음 평원을 걷고 또 걷지. 한참 걷다가 멈춰 서서

걸어온 길을 다시 걸어 되돌아와.

돌아오는 길에서 나를 보는 거지. 동상을 입을 수 있어 걸으라고 말은 못 하겠지만 알래스카에서

너의 친구가 되어줄게”


내 안에 영혼을 본 것일까? 오늘 밤은 만났던 이들의 

충만한 환대로 따듯한 잠을 잘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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