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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 Apr 24. 2023

알래스카에서 노래가 나를 찾아왔다

제1화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가 많았다

앵커리지 공항에 도착했다. 핸드폰에서 비행기 모드를 풀었다. 숙소에 문제가 생겼다. 공항 출입구에 선배가 보인다. 메시지를 확인했냐며 선배는 숙소의 상황을 묻는다. 급하게 옮겨진 숙소는 공항에서 멀지 않은 시니어 아파트였다. 알래스카의 태양은 내 몸에 닿지도 못한 채 밀물처럼 들어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새벽, 고열을 동반한 뜨거운 코피가 쏟아져 내렸다. 화장지를 찾으러 일어난 순간 화재경보기가 울렸다. 빌딩을 흔드는 사이렌 소리, 달리는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방문 손잡이를 사납게 돌리고 두드리다가 포기한 체 점점 멀어져 갔다. “어디서 불이 났나?”  알래스카에 도착한 첫날 “나는 오늘 불에 타서 재가 되겠구나?” 생각하니 용서 못할 사람들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폭력을 행사했던 아빠와 오빠 그리고 함께 살던 집의 전세 보증금을 빼서 도망간 친구. 죽음 앞에서 생각나는 사람이 내 가슴에 상처를 준 사람들이라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진정 용서하고픈 마음이었다. 순간 알 수 없는 멜로디가 가슴에서 빠져나가 공기의 흐름을 바꿨다. 그 멜로디는 연기처럼 하늘 위로 올라갔다. 울다 지쳐 잠이 들었는지 아니면 영적인 세계 어느 곳에 닿았는지 신비한 풍경이 보였다. 하늘로 연기처럼 올라간 멜로디는 내가 노래를 멈추면 하늘에서 내려왔다. 그리고는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가 많았다” 하며 나를 안았다. 눈을 떠보니 창 커튼 사이로 초록빛이 흔들린다. 일어날 힘조차 없는 무릎을 일으켜 커튼을 열었다. 창 밖으로 하늘과 땅이 에메랄드 빛으로 연결되어 있다. 알래스카에 온 나를 환대하는 듯 오로라는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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