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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 May 10. 2023

아프더라도 사람을 겪어내야 해

한 남자의 스토킹

 “저는 이제 기다릴 수 없습니다. 저보다 좋은 남자를 만나시길 바랍니다. 제가 보내드린 선물은 보내주세요.” 매주 수요일 8시, 방송이 시작되는 날이면 어김없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던 그가 보낸 문자였다. 난 택시를 함께 탄 심리학자 박사님께 그가 보낸 메시지를 보여드렸다.


 “이 문자는 전형적인 스토커 형태로 보이네요. 선물은 받으신 목록을 기록하시고 보내세요. 이런 사람은 그렇게 해야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다음 날, 박사님께서 알려 주신 대로 선물을 택배로 보냈다. 그런데 물건들은 도로 내게 돌아왔다. 물건을 받아야 할 남자가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때 그에게서 다시 문자가 왔다. 자신을 다시 받아달라는 것이었다. 대체 이 사람은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곧이어 그의 문자는 협박으로 바뀌었다. 참을 수 없었던 나는 경찰에 그 남자를 신고했다.


 작년 10월 21일부터 시행된 스토커처벌법이 강화되어 신고 즉시 경찰이 개입을 하게 되었다. 경찰관은 나의 신고를 받고 곧장 가해자에 연락을 했고, 가해자에게 피해자를 향해 문자 또는 접근을 할 경우 구속될 것이라 설명을 했다고 일러 주었다.


 심리학 박사님과 방송 중 인터뷰한 내용이 생각났다.


 “대중 예술가들의 노출된 이미지 속에서 다양한 희로애락의 감정을 공유하고 느끼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요. 공유된 그 감정은 마치 내가 좋아하는 예술가도 똑같이 느낀다고 착각을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은 원하지 않는 정서를 일방적으로 쏟아내죠. 자신이 생각한 그 정서를 수용하고 공감해주지 않는다면 큰 상처를 입고, 매우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을 하게 돼요. 순수한 나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대중 예술가는 한순간에 ‘나쁜 사람’이 되는 거죠. 내 마음과 같지 않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요. 그런 사람은 최대한 차단을 하셔야 해요. 가능하면 공권력을 써서 자신을 보호해야 합니다.”


당장이라도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죽일 듯 달려들던 그의 문자는 경찰의 전화 한 통으로 잠잠해졌다.

경찰은 앞으로 그의 문자 또는 전화가 오게 되면 즉시 112 또는 본인의 번호로 신고를 하라 했다. 며칠이 지났을까, 카톡 친구 명단에 스토커의 프로필 사진이 커플 티를 예쁘게 맞춰 입고 허그를 한 커플 사진이었다.


“경찰이 무서웠나?” “스토커이긴 싫었나 보지?”

“나도 여자 친구가 있다. 봐라”하는 프사인지?


왠지 모르게 스토커 옆 마스크로 입을 가린 그녀가 고맙게 여겨졌다. 그리고 깊은 곳에서 웃픈 웃음이 터져 나왔다. 부디 스토커님 행복한 사랑 나누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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