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이가는 Feb 25. 2021

나는 왜 작은 일에 쉽게 화를 낼까?


"사장님이 내일 오라고 하셨으면 시간에 맞춰 옷을 완성해주셨어야죠. 이렇게 하시면 제가 어떻게 또 사장님을 믿고 옷을 맡기겠어요?" 


불쑥 올라오는 날카로운 말을 꿀꺽 삼켰다. 

그 대신에 "네, 이따 한시에 다시 갈게요."라는 건조한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왜 이렇게 작은 일에 분개하는가? 

그것도 다른 사람의 작은 실수 앞에서 말이다. 요즘 들어 '나를 번거롭게 하지만 나의 생활에 큰 지장을 미치지 않는 일'에 대해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감당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고 더군다나 전화도 받지 않는 수선집에 대해서, 

오늘은 현관문 앞에 내일은 공동현관 앞에 신문을 배달하고 미리 알려주지 않는 신문사에 대해서, 

싫다고 정중히 여러 번 거절했는데도 끈질기게 전화하는 보험사에 대해서, 

왜 나는 이렇게 작은 일에 쉽게 분노하는 것일까? 


NCS를 공부하며 고객 불만 응대 유형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어떤 고객 '진상'유형이 있는지에 대한 학술적이고도 진지한 말로 일목요연하게 설명한 것이다. 공부하며 나는 어떤 진상고객 일지를 양심에 손을 얹고 반성해보니 나는 '빨리빨리'형이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빠른 대처가 있었으면 좋겠고, 그리고 왜 그랬는지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면 생각보다 금방 풀리곤 한다. 하지만 불만은 어디까지나 불만에 불과하다. 나도 그렇게 좋은 고객은 못된다는 것을 잘 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요목조목 잘잘못을 따질 수야 있겠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것은 모두가 지는 싸움일 분이다. 내가 응당 받아야 했었던 서비스를 받지도 못한 채 얼굴만 붉히니 나에게는 본전 찾기도 못한 싸움이니 무슨 의미가 있으랴. 그냥 혼자 운전대를 붙잡고 미친 사람처럼 허공에 삿대질하는 것으로 마음을 조금 삭혀본다. 사실은 그래도 기분이 영 나아지지 않는다. 


얼마 전 유 퀴즈에 나오는 이삭토스트 대표와의 인터뷰를 보았다. 자신 브랜드의 가맹점주들을 '가뭄에 만난 이웃들'이라고 생각한다고. 가뭄을 함께 공유하는 이웃들, 절박했던 나의 상황을 생각하며 함께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는 동료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 인터뷰를 보고 감명을 받아 휴대폰에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뭐 대충 그런 메모를 적었던 것 같다. 나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인생의 풍요로움을 경험할 수 있었으면 했다. 그런데 이렇게 작은 일에 화를 내는 나 자신을 보아하니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아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사실은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하면 합리적이면서 호구가 되지 않는, 마음이 넓으면서 원칙이 있는 좋은 소비자가 되어야 하는지 그 미묘한 균형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소비자가 되든지 간에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안다. 


나는 오늘도 더 나은 인간이 되려 애쓰고 있다. 

어제는 화를 냈지만 오늘은 화내지 않으리라. 

오늘은 참았지만 내일은 웃는 여유까지 보여주리라.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나는 왜 이렇게 작은 일에 분개하는가?

예전에는 이런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를 괴롭게 했었다. 도대체 왜 나는 tv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마음이 넓지 않은지, 아량이 없는지에 대해서 자책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변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안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 집에 백조가 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