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이가는 Nov 25. 2021

디저트로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군산 카페


독립을 하면서부터 나는 스스로 밥을 차려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일이 얼마나 수고스러운 일인지, 동시에 요리는 얼마나 고귀한 노동인지를 알게 되었다.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하고, 요리를 하며  앞에서 인내의 시간을 견디는 것은 왠만한 사랑의 의지가 아니면   없다. 모든 것이 쉽고 빠른 시대에 누군가를 위해 뭉근하게 따뜻한 요리를 하는 것은 사랑의 표현이다.


결혼을 하면서는  사랑의 대상이 남편이 되었다. 야채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작게 다져 계란말이에 숨긴다던가, 몸이 으슬으슬 추운날 따끈한 국을 끓이는 나의 노동은 그를 향한 사랑이고, 의 짊어진 가장이라는 짐에 대한 격려다. 하지만 가끔은 나도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고 싶을 때가 있다. 그냥 단순히 집에 있는 반찬을 꺼내 상을 차려 먹는 일 말고, 마음이 정성스레 담긴 음식을 먹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럴때마다 내가 찾는 군산의  카페가 있다. 바로 카페, 대중양품이다.


카페는 군산의 구도심에 위치해있고, 일본에서 공부한 사장님  내외가 운영하는 카페다. 정확한 스토리는 이미 국내 여러 잡지에도 많으니 찾아볼수 으니 그 부분은 넘어가고, 나는 왜 다른 많고 많은 카페중 유독 이 카페에 가면 위로를 받고 오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카페의 모든 디저트는 사장님이 고심해서 만든 흔적이 남아있다. 이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카페 디저트단맛은 다른 여느 디저트가게의 단맛과 사뭇다르다. 나는 남편에게  맛은 '섬세한 '이라고 표현한다. 혀를 자극하며 찌르는 단맛이 아니라 입안에서 은은한 퍼지는 단맛이다. 그리고 모든 재료들이 섬세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신맛이 나는 디저트는 과하지 않고, 단맛이 나는 디저트 또한 단맛이 모든 맛을 지배하지 않는다.  쌓여진 탑처럼 모든 공정이 차곡차곡 쌓여 아름답데 조화를 이룬다. 얼마전에는 대표적인 가을 디저트인 몽블랑을 먹었는데,  입에 느껴지는 밤의 향기에 깜짝 놀랐다. 프랑스나 독일에서 몽블랑을 먹었을 때도 이렇게 감동한 적이 없었는데, 대중양품의 몽블랑에서 느껴지는 밤의 향기와 식감이 너무 독보적이었다. 몽블랑과 궁합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뜨겁게 우려낸 호지차를 추천한다. 몽블랑의 단맛을 쌉쌀한 호지차가 돋군다. 이렇듯 모든 음료와 모든 디저트가 어울리고 나는 이것이 사장님이 메뉴에 올릴때 고심한 바라고 생각한다.


대중양품의 몽블랑과 호지차


카페에 들어가면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르는것을 눈치챌 것이다. 가사가 있는 노래도 좋지만 노랫말이 없는 잔잔한 연주곡은  앞에 주어진 차와 디저트에 온전히 집중할  있게 된다. 그리고 동행이 있다면, 함께  동행과 목소리를 낮춰 조근조근 이야기하게 된다. 사장님이 트는 음악의 의도는 이것이 아닐까 싶다. 누구든지 이곳에 오는 사람들의 마음이 차분해지게끔, 그래서 앞에 있는 음료와 디저트를 온전히 즐길수 있게끔 의도한 것 같다.


나는 위로받고 싶은  대중양품을 찾는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정성스럽게 만든 요리를 먹으행복해지는 것처럼, 사장님이 고심해서 만든  디저트에 깊은 위로를 받는다. 디저트를 만들며 쏟은 이 정성의 마음이 나에게도 전해져 오늘도 힘을 낼 수 있도록 용기를 준다. 그리고 나만을 위해  타르트가 만들어졌다고 믿으며     먹을때마다 마음 깊은곳까지 행복해진다.


 카페에 있는 모든 것들은 그곳에 있는 이유가 있다. 테이블 위에 놓여진 작은 등도, 돌돌 말려있는 담요도 손님을 배려해 그곳에 있는 것이다. 화장실 또한 항상 청결하고 정갈하다. 이렇게 정돈된 공간에 다녀가면 열심히 자신의 공간을 일구는 사장님처럼 나도 어떠한 일에 몰두해서 열심히 살아가고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그리고  공간이 나에게 위로가 된다.


 귀한 손님이 군산을 찾아왔을 , 아니면 좋아하는 누군가를 방문할  대중양품을 찾는다. 내가 받았던 위로처럼  디저트를 함께 먹으며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내것도 아닌데 자랑하며 어때? 진짜 맛있지? 이거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거야.' 를 반복한다. 그리고 그 후에는 '우리   그거 먹었던거 기억나? 진짜 맛있었지!''라고  하나의 추억을 간직한다. 진정 좋아하는 것 앞에서 그 사람을 생각했고 또 나누는 이 순간이 참 즐겁다.


좋아하는 카페에 대해 이렇게 장황하게 글을 쓰는 것이 조금 웃긴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 대한 이유를 정리해봄으로 혹시라도 사장님 글을 닿을수 있다면 내가 느꼈던 이 위로와 격려를 나누고 싶었다. 이렇게 열렬히 좋아하는 팬 손님이 있으니 본인이 하고 계신 일에  자부심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장님이 열심히 일궈낸 인생 덕분에, 그리고 작품같은 디저트 덕분에  위로받는 사람이 있다는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전거 타는 사람이 많은 도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