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의 "북스액츄얼리 BooksActually"에 가다
여행지에서 꼭 들르는 곳이 있다면 바로 서점이다. 현지 서점들을 돌아보며 느끼는 나만의 즐거움이 있다. 생각나는 책을 손수 찾아낼 때의 반가움, 그 책들의 표지는 뭔지를 살펴보는 궁금함, 이 서점에서만 살 수 있을 거 같은 책들을 찾아보는 설렘 같은 것들이다. 내가 아는 작가의 책이 있다면 현지 언어로 어떻게 적혀있는지 한두 페이지는 꼭 펴보는 편이다. 그러다 못 읽어서 답답하게 느껴질 때는 사진집이나 미술, 디자인 도록을 펴본다. 매거진일 경우 기념하고 싶은 특정 연도와 해당 월을 찾아본다. 나로서는 여유가 있다면 여행 중 하루 정도는 서점에서만 시간을 보내도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곤 한다. 서점 안에서 받는 여러 가지 자극이 좋은 나는 이번 싱가포르 여행에서도 서점을 찾았다.
북스액츄얼리 BooksActually. 싱가포르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보기를 계획하는 곳으로 소설과 문학작품을 위한 독립서점이다. 소설과 문학을 전문으로 시, 수필, 문학 저널, 비평지를 만나볼 수 있다. 역사, 여행, 음식, 미학, 음악 및 영화와 같은 다양한 주제의 도서도 제공하고 있다. 희귀본, 일부 절판 도서를 포함하여 싱가포르 문학잡지 중 가장 큰 컬렉션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서점은 책을 ‘정말’ 사랑하는 주인이 연만큼 별도의 출판 브랜드 Math Paper Press를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책을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이 읽을 수 있게 할 것인가라는 진지한 고민을 해오던 중 “Offline Book”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 캠페인으로 칸 국제 광고제의 모바일 부문 금상(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2014)을 수상하기도 했다. 책보다는 스마트폰에 더 길들여진 세대들에게 와이파이 연결이 어려운 Offline 상태를 알려주는 페이지에 “Offline 일 때 Offline 책을 보자”는 의도로 책의 몇 페이지를 발췌해서 보여줌으로써 잠시라도 책을 읽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수상 이후로 서점이 더욱더 많이 알려지게 된 것은 물론이다.
Offline book 캠페인 바로가기 >> https://youtu.be/_LWsW8yrr2E
2005년에 문을 열었으니까 10년이 넘었다. 한 곳을 오래 지킨 것 답게 서점 안은 많은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몇몇의 서점 안 손님들은 한 자리씩 차지하고 책들을 들춰보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봐야 할까, 잠시 숨을 고른 후에 책 표지들을 살펴봤다. 책을 눕혀놓고 세워놓아 표지가 잘 보였다. 책을 고정시키느라 연필을 붙여놓은 것도 눈길을 끌었다. 표지가 잘 보이도록 한 덕분에 서점의 분위기가 좀 더 살아나는 것 같다. 책 제목과 작가 이름만으로는 책을 소개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다양한 주제와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 바로 독립서점이니까 독립서점 다운 나름의 규칙대로 책들을 채우고 있었다.
거기서 친구는 사진집 하나를 발견했다. [IRAN]이라는 제목의 사진집은 이란 사람들의 인물사진이 담겨있었다. 이 사진집은 마침 북스액츄얼리의 Math Paper Press에서 발행한 사진집이다. 나는 그림책을 찾아냈다. 추억이 담긴 피렌체와 앞으로 꼭 걷고 싶은 까미노 길이 담긴 그림책이다. 한눈에 알아봤다. 이 책들은 여기, 북스액츄얼리에서만 살 수 있겠구나, 선물로 드리면 기쁘게 받으실 분 것까지 친구와 나는 각각 두 권을 기분 좋게 집어 들었다.
친구는 서점 안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한 모양이다. 지인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만들 사진집의 아이디어를 찾았다고 했다. 피렌체와 까미노 길을 여행하면서 만든 그림책을 볼 땐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오랜 바람도 떠올랐다고 했다. 먼 훗날 자신이 쓴 책이 서점 안에 꽂혀있다면 어떨까 싶기도 했단다. 나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읽기로 했다가 미뤄둔 책도 떠올랐고 정리하고 싶은 사진들도 생각났다. 이런 공간을 갖고 싶기도 했다. 이미 독립서점의 주인이기도 한 수진이도 생각났다.
서점을 둘러보는 동안 잊고 있던 것, 하고 싶은 것들이 우리 안에 가득 찼다.
책을 선물로 준비한 우리들도 북스액츄얼리에게 많은 선물을 받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