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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 이 Oct 29. 2021

호텔의 밤을 지키는 나는 바로, 나이트 오디터 입니다.

고요한 호텔, 그 밤들의 기록

나의 하루는 남들보다 늦게 시작하고, 남들보다 일찍 끝난다. 


늦게 시작하는데 일찍 끝난다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이냐고? 내 하루는 남들이 퇴근을 바라보는 느즈막한 저녁 네 다섯시 즈음 시작해서, 모두들 출근을 하는 시간, 아침 일곱-여덟시에 일찍 마무리 되니 이런 말이 나왔달까. 대체 이게 무슨 요상한 스케줄인가 묻는다면 답은 내 직업에 있다. 


나는, 호텔의 밤을 지키는 나이트 오디터(Night Auditor)이다.


 




나이트 오디터(Night Auditor) 라는 직업이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할 것이다. 나 역시 한국에서 호텔경영을 전공하면서도 이 직업에 대해 깊게 다뤄본 기억이 없다. 나이트 오디터는 간단히 정의하면 새벽근무(밤10시반 - 새벽 7시)를 하는 프론트 데스크 직원이다. 그런데 왜 그냥 프론트 데스크 직원이 아닌 이런 요상한 이름으로 부르냐면, 바로 이 사람들은 하루동안 운영된 시스템을 마감하며 당일 수익금을 체크하는 Audit 회계일도 함께 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 직업에 매력을 느끼고 지원하게 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프론트와 회계의 콜라보. 


하지만 나이트 오디터의 임무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새벽엔 모두가 잠드는 시간이기에 키친도, 레스토랑도, 하우스키핑도 모두 닫는다. 호텔에 남은 직원은 딱 나이트 오디터 뿐이다. 그렇게 딱 오디터만 남았다는 사실을 게스트들이 알리가 만무하다. 그 새벽에도 게스트들은 룸서비스를 시키기도 하고, 수건이나 바디용품들을 요청하기도 한다. 일찍 체크아웃을 하는 사람들은 발렛파킹한 차를 대기시켜놓기를 요청해오기도 한다. 낮에는 수많은 부서에 나누어져 있는 일들을 새벽엔 나이트 오디터 둘 혹은 셋이 해내야 한다. 멀티테스크의 달인이 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저 모든 부서의 일에 익숙해야 한다. 


예를 들어 룸서비스를 한다면 플레이트 세팅부터 POS기계에 오더를 넣는 것, 게스트의 방까지 음식을 올려 보내는 것, 알맞게 bill을 클로징 하는 것까지 알고 있어야 한다. 호텔이 구비하고 있는 각종 용품들에 대한 고객의 요청에는 그 모든 물품이 어느 곳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숙지하고 있어야만 빠르게 물품을 찾아 고객에게 전달해 줄 수 있다. 가끔 전기에 문제가 생길 때도 있으니 Maintanance 부서처럼 각 룸의 브레이커의 위치 또한 꿰뚫고 있다. 


호텔마다 나이트 오디터와 함께 근무하는 시큐리티가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다. 내가 일하는 곳은 시큐리티가 없는 곳이라 말그대로 위험으로부터 게스트와 호텔을 '지키는 것' 또한 우리의 일이다. 밤에는 메인 입구를 빼놓고 호텔 곳곳의 문들을 다 걸어 잠근다. 낮에는 잠시 꺼놨던 센서도 켜고, 모든 시큐리티 카메라를 화면에 동시에 띄워놓는다. 가끔 홈리스 사람들이 잠을 자기 위해 침입하려 할 때도 있고, 하우스키핑 오피스 쪽 같은 경우는 재활용 캔이나 박스들이 많아 그것들을 가져가려 기웃거릴 때도 있다. 삐뽀삐뽀 바로 출동해야한다. 전화가 걸려와 옆 방에서 파티를 하고 있다 알린다면, 또 삐뽀삐뽀 출동해서 주의를 준다. 정~말 가끔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이 일어날 때도 있는데 그 때도 출동하는건 우리다. 우리선에서 해결이 나지 않을 땐 당연히 경찰의 도움을 받는다.


아, 이건 모두 한국이 아닌 캐나다 기준이다. 한국에 무슨 홈리스 사람들? 하고 놀랐다면 사과를 해야겠다. 한국이 아닌 캐나다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지라 이제부터 진행될 모든 이야기가 캐나다 기준일 것을 미리 살짝 귀띔 해본다.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베일에 쌓인 호텔 밤들의 기록들이 궁금하다면 끝까지 함께 읽어주길 바란다. 


고요할 것 같은 새벽에도 호텔은 바쁘게 돌아간다. 그리고 그 중심엔 호텔의 밤을 지키는 나이트 오디터가 있다. 



고요한 호텔, 그 첫 번째 밤의 기록

2021.10.28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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