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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비 May 05. 2024

지구상 가장 검은 블랙, 아니쉬 카푸어의 '반타 블랙'

국제갤러리 '아니쉬 카푸어 개인전', 서울공예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까지

작가에 대해 공부하며 풀어보는

아니쉬 카푸어 개인전 리뷰 (~23.10)


믿고 보는 국제갤러리 전시!



아니쉬 카푸어 개인전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은

‘블랙'을 활용한 작품들이 많다.

'반타 블랙'이라 이름 지어진 이 블랙은

빛 흡수율 99.96%로

주변의 모든 빛을 흡수하여 블랙홀과 같이

강한 흡입력을 느끼게 한다.



반타블랙을 활용한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을 함께 보면

반타블랙의 흡입력이 더 느껴질지 모르겠다.



아니쉬 카푸어의 반타블랙은 미술계에서 '카푸어 블랙'이라고도 불리는데,

깊이를 알기 어려운 블랙을 활용함으로써 입체와 평면의 구분을 허물었다는 평 때문이다.

또한 '반타 블랙' 개발에 투자하여 '반타 블랙'을 독점소유한 논란(?)의 작가이기 때문도.


왜인지 자꾸 빨려드는 이 작품을 바라보며

퇴사할 시점 한창 어둠 속을 헤매던

내 마음이 떠올랐다.

마치 입체와 평면의 구분이 어려워지듯, 작품과 내 경험의 구분이 어려워지는 경험.




북적거렸던 아니쉬 카푸어 전


난해하기도 했지만 이해하고 보니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가득 차올랐다.

무언가에 대한 고정관념, 기존 패러다임을 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다음 방문한 서울공예박물관.


실망할 일 없는 전시뿐 아니라, 세련된 내부 공간 디자인과 잘 가꾸어진 잔디밭이 돋보이는 박물관이다.

1층부터 다양한 도기 전시품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고즈넉한 한국미를 품은 작품들


그리고 세밀하고 아기자기한 그림이 귀여웠던 그릇.



산수를 담다


메인 전시는 3개. 그중 분청사기를 다룬 '산수를 담다'를 먼저 방문했다.


분청사기는 회청색 바탕흙 위에 백토로 분장 후

유약을 입혀 구운 자기의 한 종류로,

자유분방한 문양이 특색이다.

14세기말부터 16세기 중엽까지

200여 년간 유행하고 자취를 감췄으나,

시대를 초월한 멋과 아름다움으로

현대 작가들에게 다시금 주목받았다고 한다.


본 전시의 작가는 이강효와 김혜련이다.


회화 - 김혜련 / 사기 - 이강효


이강효 - 분청산수

이강효는 마음에 떠오로는

자연의 형상(산, 바람, 물)을 담아냈다.

묘한 우윳빛깔의 사기 위에

상상화처럼 그려진 자연이 아름다웠다.


단순한 선만으로 전체를 표현하고,

더 큰 상상을 자극하는 것이 신기하다.



물감을 위에서 흘러내리게 하여 그림을 그려내는 모습

작업 방법이 참 흥미로웠다. 붓으로 그린 것인가 했는데, 주전자에 물감?을 담아 위에서 살짝 뿌리는 형식으로 자연을 표현한다. 직접 그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모습이, 그 자체로 자연을 담고 있다.



회화: 김혜련 <예술과 암호 - 분청>

두 작품 모두 굵은 먹 붓질과 분청 위 먹물로

각기 다른 한국미를 드러낸다.




빛을 새기다


장연순, 김기호 작가의 금박 활용 연작.

금박은 빛을 만나 고귀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장연순 - 중심에 이르는 길 III

화려한 금박도 신기했지만

불빛에 비친 그림자가 인상 깊었던 작품


장연순 - 중심에 이르는 길 III

'테플론 메시'라는 친환경 수지를 사용했다는데,

나일론 실 같기도, 플라스틱 같기도 한 게 신기.


장연순 작가는 음양오행이 융화한다는

동아시아의 철학적 사유를 금박으로 표현했다.

불규칙하게 부유하면서 맞닿을 것 같은

금박 장식들이 '융화'를 표현하는 것 같다.



인상 깊었던 작가의 말.


예술가들의 특별함은 그들이 만들어 내는 창조물에서 그들 자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나도 나로부터 나오는 말, 행동, 어떠한 창조물에

‘나' 자체가 담겨 있고 싶다.




또 다른 금박 작품

친환경 수지 재료를 여러 번 겹쳐서 작업을 했다.

현대 미술 작품을 좋아하는 까닭은, 작업 방식에서부터 치열한 고민과 개성이 느껴져서 이다.


빛을 만난 금박은 더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냈다.



김기호 <천상열차분야지도>

국가무형문화재 금박장 김기호는

미물에게도 우주의 원리가 내재한다는 믿음으로,

천문도를 금박으로 새겨 넣었다.


금박으로 새겨진 하늘의 별들은

매일 바라보는 하늘을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게 했다.




꽃을 피우다

'채화는 비단, 모시, 종이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만든 가화를 의미한다.

채화는 단순히 자연을 모방한 조화가 아닌 생명의 정점이자 강렬한 에너지를 함축한 상징물이다. '


‘채화는 비단에 천연 염색하고 밀랍으로 꽃잎을 코팅하고 꽃술에 송홧가루를 바르기 때문에 인공 꽃이긴 하나 그 빛과 향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실제 꽃으로 착각한 벌과 나비가 날아들어요 ’

- 황수로 작가


사실 향기가 없어

실제 꽃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가을에 미리 봄을 만난 듯한 느낌이 들었던 작품.



 


전시 나들이의 화룡점정, 국립현대미술관.

내겐 난해하게 느껴졌던 설치미술이라 짧게 훑어보았지만.. 아카이브용으로 남기기.




종로까지 먼 길 온 위례인의 마지막 코스는 광화문!


밤의 광화문은 늘 감탄을 자아낸다.


여유 가득한 사람들 속에서,

마음속 여유 가득 채운 전시 데이는 여기서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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