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곤쉴레, 고갱, 모네... 운동화 착용은 필수!
동유럽 여행의 첫 번째 미술관으로서
'프라하 국립 미술관'을 찾았다.
피카소의 작품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프라하 국립 미술관(Trade Fair Palace)
유명도는 덜한 작품들이지만 다른 작가들과 비교되는 피카소의 개성을 느낄 수 있다.
이외 체코 작가들을 포함한 명작이 많다.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작품이 많기에 꼭 추천하는 미술관.
한바탕 비가 내리고 이제 막 석양이 지는 듯한 풍경. 거리에 가로등이 막 켜지기 시작할 때의 시각.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를 구경하고 있다.
글자가 적힌 저 가게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개인적으로는 바실리 칸딘스키의 작품(아래)이 함께 연상되었다.
칸딘스키의 작품이 화려하고 밝은 축제 분위기가 연상된다면
위 작가의 작품은 음울하고 비극적인 분위기가 자아나는 느낌.
그리고 초입에서부터 만난 클림트 작품.
'처녀'라는 제목처럼 젊은 여성들을 그린 작품
책으로만 봤을 땐 선의 구분과 색감이 명확해서
붓질도 그렇게 빈틈없이 칠해져 있지 않을까 했었다.
실제로 가까이서 본 작품은 그 붓질의 불규칙성이 보여서 오히려 생생하게 느껴졌다.
클림트는 늘 여성을 아름답게 묘사한다.
나에게는 그것이 여성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동시에
그 외의 것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실제로 클림트는 2가지의 여성을 그렸다고 한다.
찬미의 대상인 성녀 or 혐오의 대상으로서의 요부. 여성편력도 대단했다는데..
그럼에도 그 시기로 갈 수 있다면 클림트에게 한 번쯤은 초상화를 의뢰해보고 싶다. ㅋㅋ
그후 등장한 클림트의 풍경화
물에 비친 풀숲 표현 방식이 신기했다. 거울 같기도 하고.
콕콕 점을 찍은 나무 부분과 부드럽고 매끄럽게 표현한 수면이 비교되어서 더 흥미롭다.
음산하게 '죽음'을 그렸다.
누군가에게는 죽음이 저렇게 무서운 사신의 모습이겠지
문득, 내가 죽을 때 나는 그 순간을 어떻게 느낄까 궁금해진다.
은은한 촛불빛의 표현에 감탄한 그림.
무채색 배경에 촛불만 붉게 빛나서 더욱 눈이 간다.
첫 뭉크 작품 영접.
흐르는 곡선의 붓질과 파스텔 톤의 컬러, 낭만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밝은 파스텔 톤으로 채색된, 춤추는 두 여성 옆에는 검은색의 알 수 없는 형체가 있다.
혹시 이 두 여인은 해가 완전히 떨어진 후
찾아올 운명을 알지 못하고 있는 걸까?
갑자기 스토리텔링이 시작되는 MBTI N의 머릿속.
엘사가 살고 있을 것 같은 환상적인 분위기의 성이다.
하지만 내부엔 섬뜩한 비밀이 숨어 있을 것만 같은.
고갱의 종교화.
역시 개성이 특출난 작가들은 작품에서 정체성이 마구 뿜어져 나온다.
고갱 특유의 원시성이 느껴져서 바로 고갱인가?! 싶었다.
그리고 같은 해에 그려진 고갱의 또 다른 그림.
아마 대중적으로 가장 익숙한 고갱 작품의 느낌은
이런 '원시적이고 화려한 색감'이지 않나 싶다.
밤인 것 같은데 꽃밭 속에서 둘이 뭐 하는 거야?
했는데 도망치는 중이란다. (그림 제목,,)
현대판 아담과 이브 같은 작품
원래 이렇게 정확하게(?) 그려진,
마냥 화사한 그림은 딱히 좋아하지 않지만
이 그림은 빛과 풍경이 참 예뻐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후 에드거 앨런 포 소설에 나올 법한 스산한 풍경
갑자기 장르 스릴러..
실제로 보면 작품의 크기가 꽤 커서 흡인력이 느껴진다.
그래서 가만히 보다 보면 내 눈앞에 저 달빛이 실제로 은은하게 비추는 것 같았다.
에곤 쉴레의 정물화!
특유의 치열함이 느껴지는 거친 붓질로 바로 알 수 있었다.
일상적인 풍경도 자기만의 화풍이 있다면 이렇게 개성있게 느껴질 수 있구나.
야수파의 선구자 앙드레 드랭의 작품
그 외 다른 작품들.
풍경을 그린 서로 다른 두 방식.
오늘 점심을 먹으면서 성당을 잠깐 드로잉했는데 넘 어려웠다 ㅎ
화가의 드로잉은 이런거구나,,,
툴루즈 로트렉의 작품.
이 시기에 어떻게 이런 작품이 나왔는지, 여전히 정말 세련됐다.
툴르주는 광고 포스터도 많이 그렸는데 지금 나온다고 해도 촌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 디자인이다.
피카소도 툴루즈 로트렉의 영향을 많이 받아 <아비뇽의 처녀들> 작품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우측의 여인의 얼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치 갑자기 나타난 유령 같은.. 심령사진같잖어
명확한 얼굴 묘사에 안정감을 주는 표정의 할아버지 옆에 그려져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한 품은 눈빛으로 여길 쳐다보고 있는 것 같네... 무슨 일이신데요.
서양에서 한창 오리엔탈리즘이 유행할 시점이라 그런지, 동양 꽃문양과 일본 탈이 배경에 그려져 있다.
앞 작품과 나란히 놓여진 피카소의 누드화
모델을, 여성을 그리는 두 가지 방식을 한눈에 보여주고자 하는 큐레이터의 의도가 느껴졌다.
에두아르 마네의 초상화.
폴 세잔의 초상화.
중간중간 불완성처럼 페인팅한 부분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앞 두 초상화에 비해 작품 매력도는 떨어지지만.. 비교차 넣어보는 작품.
역시 정확한 아름다움보다 개성과 정체성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
작품이든, 사람이든.
예기치 못하게 만난 고흐의 작품.
이 또한 두 인상파 화가의 표현법 차이가 명확히 드러나서 재밌었다. 큐레이터의 의도에 박수를,,
카미유 피사로는 넓은 전경을 자주 그리는 것 같다. 그리고 모네보다 더 정확하게 사물을 표현한 느낌.
나는 꽃과 두 여인에 포커스 되어, 그 순간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모네의 작품이 더 마음에 든다.
고흐, 모네, 피사로의 풍경화와 전혀 다른
입체파 형식의 풍경화
그리고 이곳에서 발견한 새로운 미술가.
Jan Zrzavy라는 생존(?)해계신 체코 작가의 그림.
주로 인간의 내면을 그리시는 것 같은데 몽환적인 표현방식이 신선했다.
이 또한 인상 깊었던 작품. 명상하면서 피어오르는 생각, 느낌, 영감 등을 나무로 표현하다니.
실제로 이런 느낌이지 않았나, 공감이 많이 됐다.
Jan Zrzavy의 또 다른 작품
깊은 고민과 함께 밝게 빛나는 촛불, 빛나는 머리에서 느껴지는 고뇌.
새삼 생각하는 거지만 이런 일상 속의 순간들을 그림으로 표현해 내는 것이 참 놀랍다.
파울클레의 작품도 한 개 있었다.
파울클레는 스페인 기사를 읽다가 우연히 알게 됐는데 현대 초상화가로 정말 유명한 작가였다.
단순 도형들을 모자이크처럼 배치하고 다채로운 색감을 자주 사용했는데 말기에는 아동화가로도 활동했다고 한다. (이 작품의 색감은 좀 어두운 편)
이외 인상 깊은 작품들
앙드레 드랭의 정물화
어두운 느낌의 정물화. 왠지 퇴폐적인 분위기,,,
호안 미로의 작품 발견!
애기 눈빛이 무섭다. 오펀 천사의 비밀 같아..
친구가 나랑 닮았다고 한 조각상으로 인상 깊었던 작품 모음 마무리 ㅋㅋ
작품이 정말 많아서 솔직히 좀 힘들었다....
미술관에 바람이 솔솔 부는 카페가 있었다!
푸르른 하늘 밑에 알록달록 프라하 건물들도 잘 보여서 정말 행복한 한때였다....
너무 심심해서 앞에 있는 사람들을 끄적끄적 그려봤다. 인물화는 재밌는데, 순간을 포착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살아 움직이는 것을(?) 제대로 그려보는 건 처음이라 나름 뿌듯했다 ㅎ
12일 동유럽 여행, 첫번째 미술관 방문기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