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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비 Oct 25. 2023

걸음마다 기쁨, 좌절, 희망 <오스틴 리 : 패싱타임>

3D 디지털 컬러가 주는 순수한 감정의 향연                

추석 연휴와 함께 시작된 <오스틴 리 : 패싱 타임> 전시.

위치는 롯데뮤지엄, 올해 말(12.31)까지 전시가 진행된다.

잠실 롯데월드 타워 7층으로 가면 천장에 방향 표시가 되어 있어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에비뉴엘 아트홀! 과는 다른 곳 주의,,)



 작가 오스틴 리는 본래 권투 선수 출신이라고 한다. 그 이력도 이미 특이한데, 작품들도 재밌고 독특하다.

형형색색의 컬러가 익숙한 까닭은 컴퓨터 화면을 구성하는 디지털 RGB(빨강, 파랑, 초록)를 활용했기 때문.


Walk (2019)

입구부터 이 친구가 반겨준다. 덩치는 큰데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RGB 컬러의 향연이 펼쳐진다.



Glowing Flower

약간의 광기(?)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Joy' 그 자체를 이야기하는 듯한 꽃.

스마일 표정이 해맑고 귀엽다.



뒷부분에 살짝 번진 듯 표현하는 에어브러시와 붓질을 함께 사용한다고 하는데, 이 작품에 그 두 방법이 모두 담겨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꽃들이 귀엽기도 했지만, 너무 밝은 컬러들이 모여 있다 보니 오히려 세상에 없는 누군가에게 바치는 꽃다발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은근한 기괴함이,, 느껴지기도 했달까



Specular Reflection

울적한 푸른색으로만 구성한, 주인공이 낙하하는 그림.

이 그림 속 주인공은 작가 자신이라고 한다.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그렸다고.


손에는 아직 팔레트와 이젤이 가득한데 그대로 투명한 수면으로 떨어져 내리는 모습.

무언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별 것이 아니었던 듯이.

미처 내려놓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는 그 연약한 우울과 절망이 느껴졌다.



Cry Baby

승리를 거두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것인지, 참혹한 순간에 최후의 만세를 부르짖는 것인지

보는 이에 따라 그 해석은 달라진다.



또 하나의 슬픔을 담은 작품.

개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이것을 슬픔이자 의지로 해석했다.

나와 다른 타인들 속에서 홀로 외줄을 타는 외로움과 고통에 흘리는 눈물과

그와 동시에 생겨나는 서글픈 생명력 같은 것 말이다. 뒤편의 밝은 핑크 원들이 그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Me and My dad (2015)

오스틴 리가 아버지와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그렸다는 작품.

아버지의 눈꺼풀이 눈물을 머금은 듯도 느껴져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80년대 홍콩의 어느 영화 속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간 작품.



이 작품을 보자마자, 바르셀로나에서 보았던 피카소의 '우는 여인' 연작이 떠올랐다.

오스틴 리는 기존 명화를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하여 그리기도 하는데 이것도 그러한 작품 중 하나이다.


입체파 특유의 확실한 선 구분으로 절절한 고통을 표현한 원작(피카소, 우는 여인)과는 다르게, 컬러풀한 RGB + 부드러운 에어브러시라는 디지털 방식으로 눈물을 그려냈다.

원작과는 다르게 조금은 수동적이면서 아련한 슬픔이 느껴졌다.



본래도 피카소의 '우는 여인' 작품을 정말 좋아하는지라 이 작품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절망.

머리를 감싸 쥐고 있는 이 사람은 마치 몸 자체가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인다.


불균형적으로 구부러지고 얇고 굵은 신체에서 불안한 감정선이 그대로 느껴진다.



오스틴 리는 기쁨과 슬픔/좌절을 거쳐, 다시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 전시는 전체의 구성이 마치 한 권의 책처럼 감정선의 흐름을 따라간다. 걸음걸음마다 희로애락이 있다.



joy (2023)

이 또한 정말 좋아하는 앙리 마티스의 <춤>을 재해석한 작품.

기존의 작품과 컬러톤 구성과 배치는 비슷하지만, 역시 회화가 아닌 디지털 아트의 느낌이 낭랑하다.

덕분에 좀 더 해맑고 아이 같은 느낌이 살아나는 것 같다.



너무 귀여워서 찍은 작품들.

이 아이는 무지개 앞에서 보오랗게 웃고 있다.

3d 프린터로 만들어내는 예술작품이 이렇게 따뜻하고 밝은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게 신선했다.



나름대로 자세를 따라 해봤다 ㅋㅋㅋ



전시회를 나가기 전에 있던 문구. 중간중간 오스틴 리가 삐뚤빼뚤하게 써넣은 글자들이 있다.


오늘의 해가 지면, 또 내일의 해가 뜬다. 시간은 그렇게 반복된다.

이 전시장을 걸어온 것처럼, 또 기쁨과 좌절, 그리고 희망이 반복되겠지.

다양한 감정과 동시에, 엮여 있던 기억들까지 떠올리게 한 전시회 구성이었다.



중간에 있던 두둠칫 영상ㅋㅋㅋ 골반 튕김이 아쥬 능글맞다,,,



가볍게 보러 간 전시인데 뜻밖의 감정 여행을 하고 역시 가벼운 발걸음으로 전시장을 나왔다.

전시는 항상 묵직한 것을 느끼고 담아 오는 게 좋다-고 생각해 온 나로서는 무척 신선한 전시 경험이었다.

딱히 큰 깨달음을 주거나 감동을 주지 않아도, 혹여 전시장을 나와서 작품이 생각나지 않더라도

전시를 관람하면서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꼈다면 의미 있는 경험이구나- 싶었다.



기분전환 겸, 데이트할 겸, 혹은 심심해서 등 그냥 이 전시를 추천한다.

작가가 주는 순수한 에너지가 어느새 마음속에 채워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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